일상생활/썰을 풀다

무엇이 어린 학생을 죽음의 문턱에 놓았을까?(수피아 여중생 자살미수사건)

자발적한량 2008.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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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고라에서 우연히 한 글을 보았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좀 갈피를 못잡았습니다. 상반된 두 입장을 주장하는 측과 네티즌들..우선 무슨 얘기인지 말씀드리죠. 입장이 갈리는 부분은 뒤에서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광주 수피아여중의 A양이 투신자살을 시도하였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습니다.(정말 다행입니다) 자살을 시도한 이유인즉슨, 교실 내에서 사라진 치마를 훔친 범인으로 지목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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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아여중 사건 관련글이 꾸준히 아고라 베스트에 오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양측의 주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양 측은 투신자살을 시도한 A양의 학부모 C씨와, 수피아여중의 학생들입니다.(약간 희안한 양상..) 말이 좀 안되는 부분이 몇 곳 있지만, 일단 그대로 요약을 해보죠.

 먼저 읽게 된 것은 C씨가 올린 글입니다. 학부모는 글에서 B교사가 어느 날 A양을 불러 부른 이유를 물어보며 모른다고 할 때마다 체벌을 하였다고 합니다. A양의 말에 의하면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혼이 빠질 정도로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허위로 자백을 하였는데, B교사는 A양에게 "그렇게 살려면 차라리 죽어버려라. 너의 부모도 도둑이냐? 집에서 그렇게 배웠냐?"고 수차례 발언하였다고 합니다. C씨는 "이것을 우연히 들은 일부 학생들이 소문을 냈는데, B교사만 발뺌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C씨가 A양에게 조심스레 자살시도를 한 이유를 물었더니, B교사의 체벌로 전교에 소문이 나서 억울하고 분했고, B교사가 그 정도로 일을 키우고 협박을 해서 무서워서 집에도 말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C씨는 A양에게 "네가 길을 가다가 B교사를 만나면 목을 칼로 찔러버려라. 너는 정상이 참작될 것이다. 그 후는 아빠가 책임을 지마."라고 말했으며, B교사를 납치해서 섬에 팔아버릴 생각도 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학생이 A양에게 말해준 바로는 A양이 투신한 날 B교사가 자신을 불러 "기자들이 취재를 나와서 물으면 아까 내가 허위로 모든 도난혐의를 A양에게 뒤집어 씌운 일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라."라고 말하여 그 학생은 무서워서 일단 "예"라고 말했지만 교무실을 나와서 즉시 친구들에게 다 말해버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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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하나로..


 일단, C씨의 글에서 무척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B교사를 '40이 훨씬 넘은 노계'라고 표현하거나, 자식에게 B교사를 만나면 목을 칼로 찔러버리라고 했던 점, 납치해서 섬에 팔아버릴 생각도 하였다는 점 등. 그리고 다른 글에 달린 댓글에서도 보기에 안좋은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C씨는 세상을 등지려고 투신을 한 자식의 부모입니다. 과연 이성적인 글이 나올까요? 자녀를 낳아보지 못한 저로써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도 없겠지요. 차가운 이성은 이미 물건너간 얘기..하지만 B교사의 실명을 거론한 점이나, 몇몇 과격한 언사는 가슴아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학생들의 글. A양이 치마를 훔치는 것을 목격한 D 학생을 비롯하여 몇몇 학생이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설명글을 제일 정리를 잘한 학생의 글을 보기로 하죠. 이 학생은 A양과 같은 반 학생입니다. A양은 성격도 밝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아이였다고 하나, 같이 다니던 친구들 사이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반에서 여러 차례 도난사건이 있었고, 글쓴이를 비롯한 반장과 부반장 대의원 등 학급에서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방과후에 모여서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잡히지 않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글에서 그 이유를 저희가 A양 또한 방과후에 회의를 했었던 사람들 중 한명이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글쓴 학생이 밝힌 학생들 간의 트러블에 대해서는, A양을 비롯한 몇몇 학생이 수행평가를 위해 조활동을 하였는데, A양이 보고서를 내지 않아 0점 처리 될 뻔한 적이 있어서, 그 문제로 작은 마찰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 B교사가 A양을 조사를 하였고, 목격자를 비롯한 여러 정황이 A양이 치마를 훔친 것임을 뒷받침 해주었다고 합니다. A양은 인정을 했고 진술서를 썼다고 하구요.

 한가지 공통점은,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B교사를 옹호한다는 것입니다. A양에게 묘욕감을 주는 말을 했다고 하는 점에 대해서, B교사는 학생과 선생님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에게는 엄하게 대지만, 항상 학생들을 위하시는 선생님이라고 말합니다. 모욕감을 주거나 구타 등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거죠. C씨가 주장하는, B교사의 협박에 겁을 먹은 A양이 진술서를 썼다는 상황에, 근처에 있던 몇몇 학생이 직접 들은 바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 말미에 A양이 범인이라는 게 밝혀진 후 얼마나 큰 실망감이 들었나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C씨에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주장을 들었을 때, 사실성은 학생들 쪽에 좀 더 있어보입니다. 목격자가 있으며, 학생과 선생님이기도 한 B교사가 분실된 치마를 찾아주기 위해 조사를 하였겠지요. 또한, 졸업생들까지 나서 B교사에 대한 증언을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B교사가 A양에게 "집에서 그렇게 배웠냐"정도는 모르더라도 "그렇게 살려면 차라리 죽어버려라"등의 발언을 했다고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A양이 자살을 시도한 동기. B교사가 폭언을 해서라기보단, 여중의 근성이 아닐까요? 나쁜 소문이 돌거나 하여 낙인이 찍혀버리면 순식간에 친했던 친구들도 떨어져 나가고, 왕따가 되어버리는 것. 이런 것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글을 보면 A양이 왕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사건의 본질인 '한 학생의 자살시도'를 간과하고 있네요.

 현재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게시판에서 수피아여중의 학생들에게 질책을 가하고 있습니다. A양의 행동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은 분명 잘못이지요. 하지만, 이제 중2인 여학생이 목숨을 버릴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겼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자살 시도'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A양에게 다가온 여러 문제의 중압감은 그야말로 지독한 공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피아여중 학생들(소위 A양의 같은 반 친구들)이 게시판에 쓰는 글들은 네티즌들을 질리게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A양이 자살 시도를 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잘못한 건 잘못한 것 아니냐 이런 식의 반응을 하는데요. 진짜 죽으려고 한 것이라면 3층에서 뛰었겠냐는 둥. 이것은 분명 잘못된 자세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그 어느 것보다 우선되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 어떤 것도 사람의 목숨과 연결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B교사의 대처 방법입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공개적이었거나, 최소한 비슷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사료되는데, 정말 사려깊고 학생을 생각하는 교사였다면 아무리 물건을 훔친 학생이었어도 겉으로는 학생을 감싸주면서 학생과 따로 깊은 상담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였다면, 이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쪽이 진실이던간에, 그리고 A양이 잘못을 한 것을 떠나서, B교사의 대처방법이 옳지 못하였으며 학생들 또한 친구를 감싸주지 못한, 감싸주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C씨의 글을 처음에 보며 뭐 이렇게 말을 사람이 다 있나 싶었지만, 자신의 딸이 어떠한 잘못을 하였어도 목숨을 버리려고 하였다면 눈 앞에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구요.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지 못하고 무리에서 떨어뜨려버리려는 무서운 사회. 이러한 사회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생각합니다. A양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모든 일이 무사히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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