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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 별세, 그의 삶을 추모하며...다시 '처음처럼'

자발적한량 201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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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별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람이먼저다 처음처럼 신영복체 쇠귀체 통일혁명당 담론 국가기록원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15일 밤 10시 10분경 자택에서 별세했습니다. 2014년 희귀 피부암진단을 받았던 것이 전이되어 향년 75세로 세상을 떠난 신영복 교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지성인이었고, 스승이었습니다.


제가 신영복 교수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2006년 대학교 1학년 당시 그의 정년퇴임 소식을 알리는 뉴스였습니다. 그 당시 신영복 교수의 발자취를 접한 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어 군생활 중이던 2010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뜨거운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학교를 가는 길에 종종 지나던 경기도 성남의 대통령기록관의 현판 역시 신영복 교수의 휘호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요. 2013년부터 '시민 안보단체(?)'인 블루유니온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식으로 현판교체 요청을 하기 시작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결국 2014년 12월 2일 '국가기록원 글자체'로 바꾼바 있습니다.




신영복 별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람이먼저다 처음처럼 신영복체 쇠귀체 통일혁명당 담론 국가기록원

신영복 교수는 서화가로도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해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의 비석 받침판에 새겨진 어록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를 비롯하여 '사람사는 세상', 2007년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 후보의 '사람이 희망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를 맡았던 '국민참여당' 로고,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 소주 '처음처럼' 모두 신영복 교수가 썼는데요. 신 교수의 글씨체인 '신영복체(쇠귀체)'를 두고 블루유니온이 현판 교체를 주장한 것은 다름아닌 신영복 교수의 '통일혁명당 사건' 연루 전력 때문입니다.


신영복 별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람이먼저다 처음처럼 신영복체 쇠귀체 통일혁명당 담론 국가기록원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시퍼렀던 1968년 8월 24일 중앙정보부는 통일혁명당 사건을 발표합니다. 당시 중정은 신영복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질락에게 포섭되어 활동한 통일혁명당의 핵심인물이라고 지목했는데요. 갖은 고문에 의해 신영복 교수의 독서 동아리 활동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었다고 조작되었습니다.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관이었던 신영복 교수는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사형선고의 죄목(반국가단체 구성)과 기소된 죄목(반국가단체 구성 예비음모죄)부터가 다른, 법에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애초부터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임을 알 수 있는 판결이었죠. 결국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는데, 파기환송심에서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상고를 포기한 신영복 교수의 복역기간은 무려 20년. 1988년이 되서야 특별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된 그가 교도소에서 적은 편지를 묶어 그해 출판된 것이 바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입니다. 이후 성공회대에서 정치·철학 등을 강의하다가 출소한지 10년만인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에 들어서 사면복권됐는데요. 그제서야 정식 교수로 임용됐다가 2006년 정년퇴임하셨습니다. 성공회대에서 강의한 기간은 25년. 한편 소주 '처음처럼'을 만든 두산주류가 신영복체 사용료로 1억원을 주려 했으나 그가 거절하자 결국 이를 성공회대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도 했죠.



신영복 별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람이먼저다 처음처럼 신영복체 쇠귀체 통일혁명당 담론 국가기록원

신영복 교수가 별세함으로 인해 신 교수의 유작은 작년 4월 성공회대 강의를 녹취한 원고를 바탕으로 펴낸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가 됐습니다. 한 언론에서 평가한 대로 신영복 교수는 물질적 성공과 실용 학문만을 추구하는 세태에서 인문학과 고전의 가치를 꿋꿋하게 지키며 신구 세대를 막론한 지표 역할을 했으며, 그의 삶 자체가 이 나라의 뼈아픈 독재의 시대를 관통한 존재였습니다. 그의 책 글귀 몇 자를 적어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인간을 어떤 기성(旣成)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개인이 이룩해 놓은 객관적 '달성'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향'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너도 알고 있듯이 인간이란 부단히 성장하는 책임귀속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감옥에서, 특히 독방에 앉아서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유년 시절에서부터 내가 자라면서 받은 교육을 되돌아보게 되고 우리 사회가 지향했던 가치에 대해서 반성하게 됩니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게 될 동양고전 강독은 사실 감옥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의> 중에서


인간주의의 절정인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며 이제는 자기의 소산(所産)인 문화와 물질 속으로 함몰해가고 있는 오늘의 인간주의를 반성하게 됩니다. (중략) 새로운 인간주의는 자연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궁핍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인간이 만들어 쌓아놓은 자본으로부터, 그리고 무한한 허영의 욕망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더불어숲> 중에서


내가 (교도소에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다. 길어야 2시간밖에 못 쬐는 신문지 크기만 한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 있음의 어떤 절정이었다. 겨울 독방의 햇볕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였고 생명 그 자체였다.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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