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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에 애국심 강요하는 박근혜, 누가 애국을 말하는가

자발적한량 2016.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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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삼일절 3.1절 3·1절 기념사 박근혜 애국 애국심 황교안 김무성 헬조선 N포세대 누가 애국을 말하는가 친일파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한 시각은 2016년 3월 1일 오후 11시 49분.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을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의 선조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세계사에 길이 남을 비폭력 만세운동인 3·1운동(기미독립운동)을 시작한지 97년을 맞이하는 제97주년 3·1절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오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제97주년 3·1절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야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거행되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기념사, 만세삼창, 기미독립선언문 낭독 등으로 이루어진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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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사 전문을 싣습니다. 다만, 길이가 약간 되는 관계로 원하는 분만 보실 수 있도록 접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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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대통령 기념사의 의미를 찾을 때 즐겨쓰는 방법은 '어떠한 단어가 얼마나 쓰였나' 입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풀이해보면 이번 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국민(21회)' '북한(19회)' '핵(15회)'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66주년 6·25전쟁 기념식은 약 3개월 25일이 남은 상태로, 오늘의 행사는 3·1절 기념식임이 분명하니 혼동하시지 말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기념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정의화 의장과 여야 대표들 면전에 대고 국회를 겨냥하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며 직무유기"라며 "국민이 직접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는 자신이 입법촉구 서명운동에 직접 나서면서까지 법안통과를 압박했음에도 야당이 필러버스터를 강행하고, 여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 정의화 의장이 그동안 직권상정을 미뤄온 것에 대한 메시지로 입법부에 대한 강력한 성토를 한 것입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총평을 해보자면 하필 박쥐같이 현재의 정국에 대한 양비론을 쏟아낸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같은 논조라 기분이 안좋긴 하지만, "역사적 사명 대신 또 '네 탓' 일관"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 이상 길게 말 할 것도 없죠.


애국... 애국...? 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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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애국심을 강조하며 마치 '반공'만을 목청껏 부르짖던 박정희 독재 정권의 모습을 답습하는 대목입니다. 3·1운동을 언급하며 "우리 민족이 잃어버린 나라를 찾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은 역사적인 일로 모든 국민들에게 애국심과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며 애국심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는 '짐이 곧 국가다'라는 왕권신수설에 기반하여 국민이 아닌 박근혜 본인을 국가에 투영시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뜻에 반하는 그 모든 것에 대해서 '국민'을 들먹이며 심판해 줄 것을 강요하고, 투철한 애국심으로 단결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네, 그랬습니다.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취임하던 1961년은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라"고 외칠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네, 그랬습니다. 1,400만 관객 동원이라는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았듯 박정희 정권 때에는 국기하강과 함께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순간 개인의 모든 것을 제쳐두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인증'해야 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슴에 손을 올리지 않으면 '빨갱이'로 몰리게 되는 반공의 시대로 몰고가 애국을 권유하는 것도 아닌, 애국을 강요받는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50년이 넘게 지난 2016년을 살고 있음에도, 우리는 애국심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끝내 완수하지 못한 '친일청산'을 외치면 '좌익빨갱이'가 되는 나라, 친일파들을 자신의 수족으로 삼은 사람이 국부로 추앙받는 나라, 독립군을 때려잡으며 천황에 대한 충성 혈서를 쓴 사람이 대통령으로 모자라 반인반신으로 탄신제까지 거행되는 나라, 일본으로부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성노예로 유린당한 위안부 피해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데에도 제멋대로 합의를 하고선 3·1절 기념사로 "절박한 심정으로 집중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며 자승자박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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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를 4절까지 부를 수 있어야 애국자"라는 특출난 애국관을 지닌 '두드러기'로 인한 병역면제자 황교안이 국무총리직을 맡고 있는 나라, 전 정권에서부터 현 정권까지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에서 관료에 이르기까지 '치킨호크'가 수두룩한 나라,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6명의 자녀 가운데 30명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군대를 가지 않는 나라, 국민의 세금으로 뉴욕 맛집에서 아낌없이 값비싼 고급음식을 가족과 함께 먹어치우는 나라, 이렇게 모럴해저드가 팽배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공무원 면접시험에서 "민주성, 공익성, 다양성이 아닌 오직 한 가지 애국심에 관한 질문만을 하겠다"는 나라, "악덕업주를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라며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야지 방법이 없다"며 청년들을 다독이는 여당 대표를 가진 나라,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노력을 쏟는 대신 "대한민국이 텅 빌 정도로 해외로 나가라"고 대통령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나라, "역사를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 된다"며 복면 속에 숨겨진 집필진들이 쓴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게 될 나라,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족 이민을 늘려야 한다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그 더러운 입으로 애국심을 논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두 눈 멀쩡히 뜨고 고등학생들이 뱃 속에 갇힌채 수장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나라에서, 진정 우리가 애국심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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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자부할 수 있습니다. 창제 목적과 인물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 체계인 훈민정음을, 그리고 이를 만든 세종대왕을, 민족을 위기에서 구해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독립을 위해 일제와 싸우다 돌아가신 열사들, 공산주의에 맞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채 산화한 순국선열들을 저 위에 쓰여진 이들 누구보다 존경한다고 큰 소리로 당당히 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전 강원도 철원에서 군복무 정도는 마쳤습니다.


그렇기에 분노합니다. 3·1운동이 일어난지 97년이 된 오늘날까지도 일제에 충성을 바쳤던 이들이 순국열사들과 함께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것에,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통영 제승당에 악질 친일파에서 교육계의 거두로 옷을 갈아입은 이선근이 쓴 비문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것에, 수많은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단칸방에서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친일파의 후손들이 그 조상이 쌓은 부와 권력을 세습하여 이를 토대로 더 많은 학식과 권력과 부를 손에 넣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에, 그러면서 '그땐 다 그랬다'느니 말같잖은 핑계와 변명으로 조상의 친일행적을 반성조차 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분노하며 개탄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애국을 받기에 충분한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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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이 집권한 8년이라는 시간동안 빈부격차는 커졌으며, 청년들은 어려운 취업난을 못이겨 주저앉기 시작했고,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꿈·희망을 포기하며 삼포·오포·칠포로 모자라 N포세대가 등장하고 급기야는 모든 것에 적응해버리는 사토리세대(달관세대)가 나타났으며, 남자와 여자가, 늙은이과 젊은이가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며 국민간의 갈등이 급격히 고조되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모든 것을 잘했다고 절대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최소한 그 때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이 된 지금 눈 앞에 놓여진 것은 무력감과 절망 뿐입니다.


애국심이요? 미안합니다. 전 '당신들이 말하는 애국심'은 없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나에게 대한민국은 자랑스럽지도, 감격스럽지도 않으며, 희망보다는 절망이, 기쁨보다는 슬픔이, 뿌듯함보다는 고단함이 앞서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북한과의 갈등을 한껏 끌어올리며 정권의 연장을 위해 한없이 풀무질을 하고 있는 미필 태반인 당신들을 증오하며, 당신들이 만들어가는 나라에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비애국자임을 피 토하는 심정으로 고백합니다. 




당신들이 주장하는 국가란 무엇입니까? 그리고 애국심은 무엇입니까? 97년 전 독립된 조국을 위한 만세소리가 울려퍼졌던 2016년 3월 1일을 서글프게 보내고 있는 나는, 더 이상 태극기를 흔들고 싶지도, 만세를 외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주신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바치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2004년 7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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