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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결과 분석 - 국민의당의 최종 승리 그리고 문재인의 은퇴...

자발적한량 2016.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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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총선 문재인 정계 은퇴 안철수 국민의당 새누리당 패배 호남 비례대표 정당별 의석수 득표율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이 종료되었습니다. 1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동안 투표가 이루어졌고, 이후 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 맥주 홀짝홀짝 마시면서 긴장되는 마음으로 JTBC·KBS 개표방송을 새벽까지 지켜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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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선 스코어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제20대 국회 총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123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원내 제1당으로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새누리당이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그리고 무소속 11석입니다. 그야말로 여소야대 정국이 탄생하는 순간. 16년만의 일입니다. 지역구에서는 더민주가 110석, 새누리당이 105석, 국민의당이 25석, 정의당이 2석을 가져갔습니다. 비례대표에서는 총 47석 중 새누리당이 17석,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각각 13석, 정의당이 4석을 가져갔습니다. 전 이번 20대 총선을 두고 참패한 새누리당, 억세게도 운이 좋았던 더민주, 진정한 승자 국민의당, 여전히 아쉬운 정의당이라고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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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더민주는 원내 제1당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에게 다시 내어줄 것으로 내다봅니다. 애시당초 '탈당 의원들의 복당은 없다'고 밝혔지만,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새누리당 입장에서 의석 하나라도 끌어모아 여소야대 형국을 버텨나가기 위해 부산의 장제원(사상구), 대구의 유승민(동구을), 주호영(수성구을), 인천의 안상수(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윤상현(남구을) 등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울산의 강길부(울주군), 강원의 이철규(동해시삼척시)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낼 확률도 배제할 수 없죠. 반면 더민주로 복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세종시의 이해찬 의원 뿐입니다. 대구 홍의락(북구을) 의원은 더민주에 원한이 사무치다시피 한지라...글쎄요. 십고초려를 해도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 같네요. 하지만 아무리 그런들 원내 제1당은 새누리당이 되찾을지라도 여소야대의 형국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에게는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대로 IMF보다 더한 경제위기가 찾아오는지 우리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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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한 요인은 야권분열을 믿고 오만방자했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 및 새누리당을 심판하고자 했던 표심 때문입니다. 더민주에서 안철수 의원을 포함한 호남지역 정치인들이 대거 이탈해 국민의당을 만들면서 내홍이 있었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표를 잠식해 항간에 '나는 못되도, 남이 안되게는 할 수 있다'는 비아냥거림이 돌았습니다. 저 역시 국민의당을 두고 새누리당의 2중대라며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게 될 경우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비난을 퍼부은바 있습니다. 이러한 구도를 믿고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딱히 전략도 없었고, 친박/비박간의 집안싸움에 골몰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실망한 지지자들의 이탈, 그리고 야권성향의 유권자들의 결집 속에 새누리당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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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이번 선거의 주인공은 바로 국민의당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며, 정말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현재 더민주가 승리에 취해 이길 줄 알았다느니 110석 정도 예상했다느니 거의 뽕에 취한 수준이긴 한데, 사실 이번 선거에서 더민주는 승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패배에 가깝습니다.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33.5%인 새누리당이 1위인데, 2위는 바로 국민의당입니다. 26.74%. 더민주는 25.54%로 3위입니다. 만들어진지 불과 2개월밖에 안된 정당에게 3위를 내준 것입니다. 만약 국민의당이 창당 후 안정되고 후보들에게도 더민주와 같이 인지도가 있었다면 현재 123석은 더민주가 아닌 국민의당의 차지였을 것입니다. 결국 국민들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양당 체제에 염증을 느꼈고, 국민의당을 그 대안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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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더민주가 지역구에서 110석을 가져갈 수 있었을까요? 국민의당의 출현 이후 더민주가 각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것을 보며 전 한 뉴스의 댓글에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습니다.

소신있게 투표하는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선거 시스템은 1위(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시스템으로 '소신=사표'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한 지역구에서만큼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소신을 지키며 국민의당 후보를 뽑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들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면 '이길 수 있는 후보'인 더민주의 후보를 뽑아야만 한다. 소신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보여주면 되지 않은가.  


더민주의 문재인 대표 역시 전남 순천을 방문해서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은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으로 하라. 그러나 후보자 투표만큼은 새누리당 후보를 꺾기 위해 힘을 모아줘야 할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도 동작갑에서 교차투표를 했습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모습을 보며 더민주에 큰 실망을 했기 때문에 정당투표에서는 난생 처음으로 2번을 뽑지 않았습니다. 지역구 투표에서 더민주가 이뻐서 뽑은 게 아니었어요.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는 것 만큼은 막아야 했기에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은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구도를 만든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를 그동안 한결같이 비난했습니다. 중앙당 차원에서 후보단일화까지도 방해하는 그들의 행태는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위한 선봉장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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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정말 현명했습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역구 선거에서 더민주가 새누리당보다 5석이나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절대 더민주와 그 지지자들의 능력이 아닙니다. 만약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끝까지 소신을 지키며 국민의당 후보를 뽑았더라면? 지금쯤 환하게 웃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를 보고 계셨을 겁니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교차투표를 했다는 사실은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율로 명확히 증명된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민주는 지금 절대 희희낙낙할 상황이 아닙니다. 자기들이 잘해서 이긴 줄 아는데 엄청 우스워요. 국민의당 지지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당신들의 선택 덕분에 새누리당을 심판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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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국민의당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죠. 솔직히 전 정말 놀랐습니다. 호남에서 새누리 2석, 더민주 3석을 제외하고 23석을 가져갔죠? 더민주는 그동안 표밭으로 인식되온 호남에서 그야말로 쫓겨났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호남당'의 탄생이라며 평가절하를 하는데요. 이 역시 더민주보다도 높은 정당 득표율로 반박을 할 수 있습니다. 전라도와 광주에서는 굳이 교차투표를 하지 않아도 국민의당 후보가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지역구, 비례대표 모두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 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38석의 원내의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은 교섭단체 구성에 가볍게 성공하며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누리당도, 더민주도 국민의당의 지지 없이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게 되었어요. 무서운 저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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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과연 안철수가 이러한 열망을 담아낼 수 있냐는 것입니다. 전라도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양당 체제에 염증을 느껴 그 대안으로 국민의당을 선택했긴 한데, 사실 이조차도 도박에 가깝습니다. 창당한지 2개월된 국민의당이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여준 것이라곤 그저 선거유세에서 '양당말고 3당 합시다' 밖에 없죠. 아, 하나 더 있네요. 호남정치 복원. 과연 그들이 정당 지지율만으로는 새누리당에 이은 2위에 합당한 방향성을 보여줄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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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아픈 이야기이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문재인 전 대표는 선거 직전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호남에 고립감과 상실감만 안겨드렸다.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고 정권교체의 희망도 드리지 못했다. 당의 분열도 막지 못했고 후보단일화도 이루지 못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국면에서 분열로 인한 패배를 걱정으로 만들었다.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 호남 지지 없이는 정치 은퇴하고 내년 대선 불출마하겠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4월 8일 광주 충장로 '광주시민과 나누는 이야기' 중


하지만 호남은 결국 문재인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총 28개의 의석 중 더민주는 단 3석을 가져갔을 뿐입니다. '친노'청산을 외치며 당을 뛰쳐나온 안철수의 국민의당 손을 들어줬죠. 또한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도 더민주를 넘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청래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호남의 결과가 안철수의 승리와 문재인의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재인이) 호남에 가서 보인 진정성이 야권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수도권 승리를 견이해냈다"며 "안철수는 호남에 고립됐고, 역설적으로 문재인은 전국정당의 날개를 달았다"고 말했는데, 비겁한 변명이고 정신승리를 위한 자위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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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개인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노무현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문재인 역시 덕을 갖춘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은 옳지 않습니다. 이미 호남에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문재인에 대한 판단을 마쳤고, 문재인은 자신이 한 말을 지켜야 합니다. 만약 이를 두고 1승 1패라는둥 어정쩡하게 넘어갔다가 다음 대선에서 출마를 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야권은 결단코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경상도에서 새누리당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제아무리 문재인이라는 인물이 훌륭하다고는 해도 호남의 지지가 없다면 이길 수 없죠. 결국 새누리당에 권력을 다시 내어주는 것과 맞바꿀 수는 없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거대한 정치인이 사라진 이후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았지만 야권에서는 끊임없이 인물들이 배출되었습니다. 문재인, 박원순, 이재명, 안희정 그리고 이번 제20대 총선에서 김부겸까지...문재인이어야만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진정 모든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가 아닐 것입니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의 정권교체이겠지요. 저도 갇힌 사고방식이었기에 이번 총선에서 전라도에 팽배해있다는 반문정서를 평가절하했습니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너무 확실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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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자신의 발언을 지켜야 합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호남에서 문재인을 원하면 모를까...아, 한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다음 대선을 포함해서 더민주가 앞으로 내내 호남의 표를 포기하는 것, 그리고 결국 문재인도 자기 입으로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엎는 정치인이라는 똥물을 뒤집어 쓰는 것. 전 문재인 대표가 닳고 닳은 기성 정치인과 동급이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이렇게 말해야 하는 제 스스로가 참 원망스럽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서 한 발언은...너무나 아쉽습니다...


P.S) 문재인 전 대표가 유독 눈에 밟힌다던 두 사람 중 하나인 김병기 후보가 제가 사는 동작갑에서 당선되었습니다. 행여라도 국민의당 때문에 표가 갈려 떨어지면 어쩌나 마음 졸였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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