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에 대처하는 유럽인들의 자세..

Posted by 자발적한량
2008.09.30 11:23 일상탈출을 꿈꾸며/이탈리아

 원래는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 지은 뒤 몇가지 에피소드 등을 올리려고 했는데, 계획을 변경하여 간간히 중간중간 넣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가 되겠네요. 에피소드긴 하지만, 왠만한 관광지에서보다 보고 배우고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넓은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왜 보는 눈을 넓혀주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죠. 비록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며 다니는 배낭여행은 아니었지만, 역시 모든 여행은 이런 매력에 끌리는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의 포도농장..


 인스브루크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제 이탈리아로 들어갑니다. 서유럽 투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일단 들어가자마자 고속도로에서 뭔가 눈에 익은 느낌을 받았는데요. 인솔자님께서 설명해 주시길 경부고속도로가 만들어질 때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인 독일의 아우토반이 아닌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를 베이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산지가 많고 평지가 적은 이탈이아에 설치된 고속도로가 우리나라에 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곳곳에 넓은 포도농장이 형성되어 있었는데요. 워낙 프랑스 와인이 유명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긴 하지만, 이탈리아 와인도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라고 하네요. T군도 몇 병 가져왔습니다..ㅎㅎ

멈춰있는 버스..


 그.런.데..그동안 교통체증을 한번도 겪지 않았는데, 오늘 왠일로 차가 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네요. 보던 영화도 다 끝나가는데..무슨 일일까요?

막혀있는 수많은 차들


 이태리어는 본젤라또 밖에 모르던 T군. 인솔자님과 운전기사 분이 나누는 얘기를 옆에서 멍하니 듣고 있습니다. 허걱, 버스가 멈춰있는 지점에서 걸어서 약 20~30분 거리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큰 사고였나 봅니다. 트럭에 차가 깔리고 2~3명이 사망했다고 하네요..

차가 찜통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6월 말에서 7월 초에 걸쳐서 간 유럽여행이었는데, 이탈리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더위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런던에서는 뭘 하나 걸칠껄 하는 생각이 들었었죠. 하지만, 이탈리아에 들어오던 날부터..이탈리아는 찌는 듯한 더위가 엄습하였습니다. 멈춰있는 차와 내리쬐는 햇빛..다들 차가 찜통이 되기는 원치 않았나본지 차 문들을 활짝 열어놓습니다.

슬슬 옷을 벗으시네요!?


 버스가 멈춘 지 약 2시간 30분 가량 되었습니다..차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네요..이쯤되면 한국에선 도로 곳곳에서 씨X 소리가 들리고, 사고현장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이 곳 사람들 참 여유롭네요. 더운 건 참기 힘든지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합니다. 남녀할 것 없이.. 한 숙녀 분은 아예 차 뒤 그늘에 간이용 의자를 길게 펴고 음악을 들으며 독서에 열중하시네요..어느 한 사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사람도 없습니다.

사과쏘신 인솔자님, 운반은 T군이~


 점심식사시간도 지났습니다..마침 뒤에 있던 트럭이 과일을 운반하던 트럭이었는데, 인솔자님께서 사과 한상자를 사서 팀에 돌리셨습니다..사고가 난 것은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인솔자님께 항의하는 사람도 물론 없었지만, 식사시간을 지나 허기지고 투어가 지체되는 것이 신경쓰이셨나 봅니다. T군은 열심히 사과를 날라 나눠드렸지요..ㅎㅎ이날의 사과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너도 덥구나!


 T군도 이 상황을 즐겨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유럽에서의 교통사고라..이거 하고싶어도 못하는 이벤트 아니겠습니까?ㅎㅎ 관광지만 보는 것이 여행이 아니지요..그들의 일상생활, 그들의 사고방식도 몸소 느껴보는 것이 더욱 커다란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지요. T군은 3시간이 넘게 지체됐던 이 사건에서 현지인들이 전혀 불평하지 않고, 이 상황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과장을 약간 섞어 감명 받았습니다. 사고가 났으니 막히는거고, 누구의 잘못이라고 미루며 짜증을 내서 기분을 망치는 것보다 그냥 사고가 났으니 막히는거지..하며 넘기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잖습니까? 물론 모든 서양인들이 이런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일상모습보다 여유있는 자세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휴게소에서 먹은 Made in Italy 피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덕분에 식사는 휴게소에서 피자로 대체합니다. 휴게소에서 파는 피자는 딱히 피자의 고장인 이탈리아라고 해서 다를 건 없어요..ㅎㅎ 그냥 동네피자? 하지만 왠지 모르게 더 맛있는 건 왜일까요~ㅋㅋ 배고팠다가 먹어서 그러던지, 아니면 괜히 이탈리아 피자여서 그런가 봅니다.

이탈리아의 피자 체인점 Spizzico. 패스트푸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고 때문에 밥을 못먹은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피자가 동이 났네요. 교통사고로 딜레이되는 바람에 점심식사를 못하고, 유리공장 견학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유리공장 견학하지 못한 건 무척 아쉬운데..그에 필적할만한 것을 보고 배운 느낌이기에 불만스럽지 않았습니다~

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髑髏不二 (심생칙종종법생 심멸칙촉루불이)
마음이 생기면 만물의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멸하면 무덤 해골물과 맑은 샘물이 둘이 아니로다.
-원효(617~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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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쁜 일상에서도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그들'이 부럽습니다~
    신호등 바뀌자마자 뒤에서 빵빵~~~클락션을 울려대시는
    우리의 '불쌍한' 운전기사님들은 그 '여유'를 아실런지~~ㅋ
    • 2008.09.30 22:35
    비밀댓글입니다
  2. 불평이 없다니- 그런 점도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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