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단식 돌입하며 민주투사 코스프레...대박 성공을 기원하며

Posted by 자발적한량
2016.09.27 07:00 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몸져눕고, 파업하고, 단식하고, 시위하고' 새누리당의 본격 '대야투쟁' 선언...버릇없는 건 여전



지난 25일 오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탈진으로 몸져누웠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단 긴급회의에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정 원내대표가 많이 아프다. 몸과 마음이 안 아프겠냐"고 정진석 원내대표의 소식을 전한 것이었는데요. 이 뉴스를 전해 듣고 한바탕 코웃음을 쳤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뭘 했길래 '탈진'까지 하셨을까요? 바로 지난 24일 자정 무렵 국회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됐기 때문입니다. 전날부터 아직 당내 입장이 갈리던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러 다니랴, 오전 10시에 개의할 예정이었던 본회의를 지연시키려고 나이롱 의원총회하랴, 신청서를 못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지 못하자 국회법의 헛점을 악용해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필리버스터' 진행 하랴, 막판에는 국무위원들에게 밥 먹을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국회에 오점을 남기지 말라"며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 의석에 삿대질에 언성 높이랴...덕분에 '필리밥스터'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죠? 하여간 여소야대 국회의 여당 원내대표를 맡아 '열일'하신 정진석 원내대표. 그래서 탈진하셨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어찌 코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그야말로 지난 4·13 총선 이후 그렇게도 걱정했던 여소야대의 한계를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불굴의 의지로 훌훌 털고 일어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은 자그마치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 새누리당은 지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때 야당 의원들에게 싸움을 거는 바람잡이 역할로 단골 등장했던 친박 강성파 조원진 최고위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고 26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일정에 모조리 불참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정세균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소속 의원들이 국회에서 30분 내외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부터 시작하여 원유철 - 정진석 - 조원진 - 심재철 - 이장우 - 나경원 - 강석호 - 정갑윤 - 김광림 - 최경환 - 최연혜 의원 순서로 쭉쭉 진행됐다고 하는데... 성실하게 시위에 임하시나 잘 모르겠네요. 사학법 개정 반대 투쟁 이후에 꽤나 오랜만에 '시위'라는 걸 해보시는 듯 해서...



잠시 이 대목에서 주목하실 점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정세균 '의원'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가만보자, 갑자기 어떤 영상 하나가 떠오릅니다. 2003년 9월 3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한총련 미군부대 기습시위를 빌미로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을 때의 영상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다수파였던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현재와 매우 흡사한 상황인데요. 다만 그 당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침소봉대'라는 비판이 있던 것을 비롯해 네티즌들은 '상어가 해녀를 물면 해수부 장관 해임하고, 길 가던 화물차가 사고를 내면 건교부 장관을 해임하라'는 비아냥이 쏟아져 나왔다는 차이점이 있죠. 이 자리에서 김무성 의원은 "노무현이가 (먼저 해임안을) 거부할 뜻을 시사했다" "노무현이가 그런(마오쩌둥을 존경한다는) 발언을 할 때 야당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등 노무현 대통령을 '노무현이'로 거듭 지칭하며 "저는 제 마음 속에서 노무현을 이 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고 도장을 찍었죠. 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이제 그 대상으로 정세균 국회의장이 된 것입니다.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인데 말이죠. 


새누리당이 외치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두 가지 만행(?)




1인 시위 중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손에 들려 있는 피켓의 문구를 살펴 보면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은 물러가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가치와 대한민국 국회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현재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 등 야당보다는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화력을 집중시킨 상황. 과연 정세균 국회의장이 어떠한 '만행'을 저질렀기에 '의회주의 파괴자'라고 지칭하는 것일까요?




첫 번째로는 정세균 의장이 24일 차수 변경을 하면서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고 날치기로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는 주장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다시피 '국무위원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며 23일 시작된 제346회 정기국회 제8차 본회의가 24일 자정을 넘긴 상황에서 정세균 의장은 제9차로 본회의 차수 변경을 선언하며 국무위원들에게 "여러분의 출석은 어제(23일) 12시 부로 종료됐다. 더 이상 대정부질문을 할 수 없으니 돌아가셔도 좋다"는 안내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는 "국회법 77조에는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의장은 회기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안건 추가·순서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원내 수석부대표에게 종이 한 장 전달하고서 이걸 두고 의사일정 협의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새누리당의 주장이야말로 어거지였음을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 코너에서 시원하게 밝혀냈습니다. 권한쟁의심판의 최상위 결정 기구는 바로 헌법재판소인데요. JTBC의 취재 결과 단 한 번의 반대 사례 없이 국회의장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판결이 이루어진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동안 양 당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했던 2010년 아랍에미리트연합 파병동의안 처리(박희태 국회의장), 2006년 사학법 개정안 처리(김원기 의장),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처리(박관용 국회의장) 모두 의사 일정을 전화, 팩스, 서면 등으로 '통보' 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협의의 개념은 의견의 교환·수렴 절차",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 "결정은 종국적으로 국회의장이 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즉, 정세균 의장이 새누리당에 그들의 표현대로 종이 한 장 전달했다고 할지라도, 이는 국회법 77조를 위반한 것이 아니며, 헌법재판소에서 판결한대로 국회의장에게 보장된 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거죠. 누구한테 혼나는 걸 무서워하고 있는 진 몰라도 박근혜인지 최순실인지 새누리당이 생떼를 쓰고 있다는 말로도 치환 가능하구요.



두 번째로는 이른바 '정세균 녹취록' 논란.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 본회의장에서 있었던 정세균 의장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하나 공개했습니다. 정세균 의장이 한 의원과 나눈 대화 중 일부인 이 녹취록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월호(특별조사위 기간 연장) 아니면 그 어버이(어버이연합 청문회)나 둘 중 하나 내놓으라고 했는데 절대 안 내놔. 그러니까 그냥 맨입으로...안 되는 거지"

정세균 국회의장, 2016년 9월 24일 국회 본회의 中

새누리당에서는 이 발언을 "정세균 의장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과 세월호 특조위 연장안, 어버이연합 청문회의 정치적 흥정을 시도한 것"이라며 정세균 의장을 '친정인 민주당의 하수인'으로 규정짓고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그런데...위의 발언을 들어보고선 실제로 정세균 의장이 정치적 흥정을 시도했다고 느껴지는 분 계신가요? 전 정말 아무리 들어봐도 현재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것으로 밖에 안들리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정세균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단과의 지난 방미 때부터 본회의 당일까지 여야 양쪽에 계속 타협할 것을 설득해 왔다"며 해당 발언이 여야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 처리될 수밖에 없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 타이밍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나섰는데요.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은 개헌특위를 해주겠다, 그러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취소해달라고 제안했다"며 그간 여야 원내대표단의 협상 과정을 공개한 뒤 "자기들이 하면 로맨스고 야당이 하면 불륜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이건 침소봉대(針小棒大)도 아니고 견강부회(牽强附會)입니다. 어지간한 소리면 '정세균 의장이 꼬투리 잡힐 소리를 했구나' 할텐데...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논리를 들고 나와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여당 대표로는 사상 최초로 단식 투쟁 선언!



새누리당이 이번 '생꼬장' 중 화룡점정으로 코미디 거리를 또 하나 심어두었습니다. 바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을 선언입니다. 이정현 대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정감사 일정을 내팽개친채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의원이 파괴한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 거야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저는 정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을 오늘부터 시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재밌게도 그 장소가 바로 국회에 있는 자신의 대표실입니다(ㅋㅋㅋ). "체면이 있는데 일반인처럼 길거리 나가서 하기는 좀 그렇다"는 것이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의 설명인데요. 정말 요새 개그맨들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체면 차리지 않고 권위 세우지 않겠다며 순천 바닥 자전거타고 헤집고 다니면서 막걸리 자시던 분 아니셨나요? 서청원 전 대표는 "안에서 하나 밖에서 하나 단식하는 건 똑같다"며 "공개적으로 로텐더홀에서 단식할 경우 외부 손님도 많이 오고 견학도 많이 오는데 그런 것도 좀 생각해야 한다"고 주위 시선을 챙기시더군요. 주위 시선 피해서 하는 단식, 생전 처음보는 광경입니다.


이정현 대표는 현재 대표실 문을 굳게 닫은 채(ㅋㅋㅋㅋㅋ)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 취재진이 '대표실 문을 왜 안 여느냐'고 질문하자 새누리당 박명재 사무총장은 "거짓 단식하나 싶어서 그러느냐"고 응수했다더군요. 취재진 중에서 "아니 왜 그렇게 제 발 저린 사람처럼 발끈하시냐"고 질문하시는 분 있었으면 꿀잼이었을텐데...참 안타깝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박적박'병 옮은 이정현 대표, 뱃 속 한번 비울 필요 있다 




지난 2005년 집회에 참가했다가 故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이 사망했을 당시 부대변인이었던 이정현 대표는 "경찰의 진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통령이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국민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고, 농민단체와 유가족의 요구대로 당시 허준영 경찰청장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틀 뒤 사표를 냈고 이는 당일 수리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故 백남기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2317일만인 지난 25일 사망하자 새누리당은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시위가 과격하게 불법적으로 변하면서 파생된 안타까운 일"이라는 사족을 달아 끝끝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도, 대통령의 사과를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겠다'며 부검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지 약 21시간 만에 검찰에 다시 한번 부검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세균 의원이 파괴한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는 이정현 대표님께 한 말씀 드립니다. 이렇게 여당대표로는 최초로 단식 투쟁을 선언하셨으니, 그 뜻을 존중해 꼭 무기한 단식에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유야무야 어영부영 무슨 쇼하듯이 애당초 그렇게 임하는 분이 아니다. 그 양반이 진짜 죽기를 각오하고 시작한 것"이라며 그 의지를 확실하게 확인해 줬더만요.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아 샐러드, 송로버섯, 샥스핀 찜, 한우 갈비 등 워낙 귀하디 귀한 음식들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넉넉히 드신 분인지라 쉽게 성공하긴 힘들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아, 뒷일일랑 걱정마세요. 경찰에서 부검해서 사인을 명확하게 밝혀줄 것입니다. 다만 일베충들이 국회로 난입해 폭식투쟁을 벌일 수도 있으니 그 점은 약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시면서 동시에 국회의원의 특권을 누리기 시작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응원의 메시지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을 하던 야당 국회의원을 향해 당신께서 하신 말씀을 기록해둡니다.

"선거제도가 정착된 그러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바로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여기에서부터 바로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는 것"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2014년 10월 31일 국회 대정부질문 中



P.S) 혹시나 싶어서 여쭤보는 건데... 이렇게 소란 떤다고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사그라든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계속 외치고 있을 겁니다. 미르, K스포츠, 최순실, 박근혜...미르? K스포츠? 최순실? 박근혜? 미르! K스포츠! 최순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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