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내음새/경기

[용인 / 죽전]대서양참치의 마지막을 지키다.

자발적한량 2008.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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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있었던 일 중 베스트에 들어갈 만한 일을 뽑는다면 대서양참치와의 인연을 주저없이 뽑을 것 같습니다. 이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이 9월이었죠. 영업시간을 여쭤봤더니 2시까지 한다길래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집이구나 싶어서 들어갔는데 그게 인연이 되었습니다.

15,000원이라는 타 업소보다 저렴한 가격만이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냄새나는 푸근한 참치집이라고나 할까요? 편안하고 듬직하신 실장님과 동식이 어머님처럼 밝고 화통하신 사장님. 분명 고급스러운 참치집에서 풍기기 힘든(?) 사람냄새가 풍겼습니다. 정겨웠지요~

 주변에 허구헌날 참치타령을 해댔었습니다. 약속만 잡으면 참치집에서 모이자고..마음이 잘 맞는 학교 선배랑 실장님 앞에 앉아서 셋이서 정치얘기, 경제얘기도 하고, 동기들 데려가서 완전 막장이 되도록 놀아도 보고, 안좋은 일이 있어서 갔더니 힘내라며 입에서 사르르 녹는 부위도 내주시고..

 참치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참치 종류별, 부위별 설명도 해주시고, 이런저런 말씀 참 많이 해주셨지요~ 참치 얘기만 했나요? 인생 얘기도 해주셨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와 행복해하는 혀..머릿속에서 엔돌핀이 흐르는 공간이었지요! 

근처의 어느 학교 선생님들이 모여서 '교장 선생님을 위하여~', '교장 선생님, 아니 형님!' 등 웃지 못할 일들도 많이 보았고, 재산은 참 많으신데 멋있게 쓸 줄 아시는 단골 손님 이야기도 들어보았고, 불러놓고 안간다고 했다가 결국 40분을 마냥 기다리게 한 손님들을 모셔간 대리운전 기사의 애처로운 모습도 보았습니다. '우리는 후식으로 사과를 먹으니 앞으로는 사과를 준비해달라'던 단국대의 한 교수 일행, 학생회 소속이라며 학생들을 주선해볼테니 특혜를 달라고 대뜸 협상하던 한 학생회 간부.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겠지요.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많은 추억거리가 생긴 집도 없었는데, 모처럼 T군이 직접 발굴해 낸 죽전의 진주와 같은 맛집이었는데 이 곳과 작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맨 처음 왔을 때 이미 가게를 내놓았다고 말씀하셨었지만, 장사도 그럭저럭 되는 것 같고 그 이후로는 말씀이 없으시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2주만에 방문했더니 다음날이 마지막 영업이라고 하시더군요. T군은 그 얘기를 듣고 갑자기 식욕이 뚝 떨어져서, 그만 젓가락을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날 다시오겠다고 말씀드리곤 찜질방으로 자러 갔죠.

 그리고 마지막 영업날, T군은 가장 절친한 친구들인 GDF의 이번 달 모임을 바로 대서양 참치로 정했습니다. 다들 죽전까지 오는 길이 어려웠지만 T군이 데려가는 집은 보증된 집임을 알기에..아무 소리 없이 모였죠..ㅎㅎ 그리고 우리 GDF는 이곳 대서양 참치의 마지막 손님이 되었답니다. 실장님께선 15,000원에는 구경도 못할 부위들을 척척 내어주셨지요~

 이분들은 특별 초대손님입니다. 왼쪽이 T군의 학교 동기인데요. 실장님과 사장님이 단국대 학생 중에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T군과 이 사람이라고 하셨다는거! 친구는 연주가 끝나고 볼일이 있어서 동대문에 갔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얼른 오라고 사장님이 전화를 하셨더니 한걸음에 죽전으로 달려왔습니다. 이 두사람은 실장님이 쏘셨지요~ 이야..T군보다 얠 더 좋아하시나~?^^;;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GDF. 호주에서 1년만에 한국에 왔는데 성적 때문에 한달을 빨리 들어가게 된 승화. 사랑니 뺀 지 24시간 겨우 지났는데, 동식이의 꼬임에 넘어가 그냥 술을 마셔버렸습니다. 그날 그는 D-boy가 되었지요.(D-boy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핸드폰 충전을 위해 춤을 춰댄 준형이. 이날 준형이는 기독교 환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자, 대서양 참치 사장님께서 소개시켜 주신 분들입니다. 대서양 참치 부근에 있는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인데요. T군의 옆에는 9층에서 바를 운영하시는 '로체' 사장님이십니다. T군에게 딸꾹대를 다닌다고 하셨죠..ㅎㅎ 이날 잠시 바에 데려가셔서 구경을 갔는데요. 이야..LP판이 4천장이 넘었습니다. 직접 DJ를 하시는데, 팝음악에 상당히 조예가 깊으신 분이셨지요. 조만간 찾아뵙기로 약속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분은 맞은 편에 위치한 '강릉집' 사장님이셔요. 한남동에도 강릉집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안가본 강릉집을 이 다음날 찾아갔답니다.(약속은 철저히 지키는 T군..강릉집 포스트도 조만간 올라갑니다..^^) 저에게 어떤 면에서든 뭔가 도움이 될꺼라고 말씀하시며 두 분을 소개시켜주신 사장님..

 다음날 아침, 원래는 열어있을 시간이 아닌데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가게를 정리하고 계셨기 때문이죠..ㅠㅠ 냉장고도 나가있고, 이곳저곳 치우시는 모습을 보니 다시금 맘이 휑합니다. 이렇게 마지막이니 뭐..라고 생각할 T군이 아니죠. T군은 인연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자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T군을 이뻐해주신 두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비록 대서양 참치는 T군의 블로그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지만, 두분과의 인연은 영원하겠지요! 언제 어디서든 무언가 시작하시면 T군이 가장 먼저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ㅎ 분명 맛집일테니까요!

 딸밖에 없었는데 아들 하나 생겼다고 말씀해주신 사장님. 실장님께 예전에 소중한 사람한테 줄꺼라고 하셔서 아가타 머리핀을 하나 선물해드리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는데, 이날 가져다 드렸거든요. 그 머리핀의 주인은 바로 사장님이셨습니다. 두분 모두 어디서든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당분간 참치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네요..이곳보다 T군에게 잘 해줄 참치집이 있을지..대서양 참치의 마지막 날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맛집을 찾는 건 무척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다녀보고 올린 곳을 가는 것은 쉬워도 직접 맛집을 발굴해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습니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말이죠. 그 곳에서 인연을 만드는 것입니다. 단골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통한다는 것..그리고 제일 힘든 건 말이죠. 그런 곳이 떠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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