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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칼럼 - '文비어천가' 비평

자발적한량 2017.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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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학원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학기인 5차가 되었습니다. 이번 학기의 특이점은 수강하는 과목 중 한 과목에서 매주 칼럼을 읽고 해당 칼럼을 요약한 뒤 자신의 생각을 쓰는 과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2개 이상의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쓴 게 아까워서... 애초에 제 블로그가 그냥 제 생각, 제가 본 것, 제가 먹은 것 등 모든 것을 올리고자 만든 취지이기 때문에 포스팅으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부끄러움은 온전히 저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구요..ㅎㅎ..




  칼럼은 지난 1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며 평가절하했다가 이재웅 다음 창업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뒤 사과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에서 과거 문재인 대통령 장기기증 서약을 했던 것을 공개한 일, 지난달 다음·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고마워요 문재인'이 오른 일을 비롯해 '문템(문재인 아이템)'과 '이니굿즈(문재인 사용 제품)' 등을 언급하며 70%가 넘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두고 정상급 아이돌을 방불케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 논설위원은 이러한 높은 지지율을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만능검(劍)’처럼 휘두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견과 비판을 묵살하고 적폐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완장 찬 홍위병'이라 지칭하고,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추종을 보인다고 비난한다. 

  박 위원은 '세상이 뒤집혀도 할 말은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라며 언론 본연의 자세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언론이 그저 대통령의 일상을 중계하는 '가십 저널리즘'이라며 낯 뜨거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상파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며, KBS·MBC가 정권에 각을 세운다고 생각할 국민은 없다고 국민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면서 온 나라에 '문비어천가'가 울려퍼지고 있는 현상을 개판하며 '비판 없는 찬양은 결국 독(毒)으로 돌아온다는 게 동서고금 진리'라는 우려로 칼럼을 끝마친다.



  언제나 믿고 보는 조선일보다운 칼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일관성에 더 이상 놀랄 필요도 없다. 해당 칼럼은 그야말로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 믿고 싶은 내용을 '팩트'로 규정하여 작성됐다. 외부 칼럼니스트가 쓴 칼럼은 '본 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라도 써둘 텐데, 조선일보에 소속된 논설위원이 쓴 칼럼이니 결국 박정훈 논설위원의 칼럼이 조선일보의 시선임이 입증되는 것이다.

  우선 박정훈 논설위원이 비판한 이른바 '문비어천가'에 대해서 살펴보자. 정권 초 '대통령 띄우기'는 이른바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높은 지지율과 함께 국정운영 동력을 위한 대통령 힘 실어주기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나 문재인 대통령이 누리는 인기의 경우 박 논설위원의 분석처럼 '전임자에 대한 반작용'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 역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과연 조선일보와 그에 소속된 논설위원의 입에서 이러한 현상들을 아니꼬운 눈초리로 바라볼 자격이 있는가? 국민들이 반감을 갖고 있는 바로 그 전임자인 박근혜 씨를 생각해보자. 조선일보의 계열인 TV조선은 2011년 12월 1일 개국특집으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초대해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달아 논란이 됐고, 이것이 수많은 방송과 네티즌 사이에서 패러디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녀의 국정운영 능력이 아닌 해외 순방 시 입은 한복, 외국어 실력 등을 두고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방송되었던 '대한늬우스'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대통령에 대한 찬양만을 늘어놓았다.




  사람은 염치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조선일보에서 이러한 현상을 두고 배 아파하는 수준을 벗어나 비판을 쏟아낸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박정훈 논설위원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인기는 대중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는 점이고, 박근혜 씨에 대한 찬양은 정권과 불러주는 대로 잘 받아쓰는 언론에 의해 조성된 점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해당 칼럼에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재미가 흘러넘친다. 문 대통령의 극성 추종자들이 '완장 찬 홍위병'이라면, 태극기 집회에 나가 박근혜 씨 석방을 주장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이들은 무엇에 비교해야 할까? 부족한 상식 탓에 이 글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 적절한 비유대상을 결국 찾지 못했다. KBS와 MBC가 정권에 각을 세운다고 생각할 국민이 없다는 말은 무척이나 경솔하기 그지없다. 박정훈 위원이 무슨 자격으로 국민의 생각을 대변한단 말인가. KBS와 MBC는 '이명박근혜' 정권에 의해 완벽하게 점령되었고, 진실을 추구해온 수많은 언론인들이 해직과 부당인사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결국 현재의 파업사태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 역시 정권이 아닌 내부 구성원들에 의한 움직임이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박정훈 위원이 현재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 자체에서부터 문제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하나로 묶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9년간의 정권이 셀프 찬양을 하고 언론을 손보고 점령했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과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를 두고 "조선일보는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 신문입니다. 친일 경력과 군사독재정권과 결탁했던 과거가 있는 신문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한 날 조선일보 1면 헤드라인은 '"아니다…모른다…생각 안난다…'"였고, 박근혜 씨가 검찰에 출석한 날은 '16시간 넘게 조사받은 박 前 대통령'이었다. 이것이 ‘팩트’가 아닌가. 조선일보가 과연 이러한 칼럼을 쓸 자격이 있는가. 마지막으로 박정훈 논설위원에게 묻고 싶다. '세상이 뒤집혀도 할 말은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인데, 당신의 과연 지난 9년 동안 그 입을 어디에 보관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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