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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유치원생은 볼모가 아니다' 비평

자발적한량 2017.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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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지난 5월에 있었던 대통령선거 당시 유세현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 자제' 발언을 한 것 때문에 지지율이 본격적으로 무너진 계기를 환기시키며 시작된다. 이 발언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 대부분에게 반감을 일으켰고, 실제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분기점이 됐다.

  칼럼이 쓰여진 당시는 사립유치원들이 재정지원 확대·국공립유치원 확대 반대 등을 주장하며 집단휴업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조인경 사회부 차장의 말처럼 이들의 주장은 학부모 사이에서 그 어떠한 지지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되려 '국공립을 늘려라' 등의 반대 여론만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 차장은 한 학부모단체가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은 정부를 압박하려는 수준을 넘어서 선택권이 없는 부모들을 인질로 삼은 협박이다"라며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을 예로 들며, 현재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행동이 결국 국민적 반감과 불신만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하며 칼럼의 끝을 맺는다.


  해당 칼럼은 칼럼으로써 비평을 할만한 수준의 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나열한 뒤 말미에 아주 간단히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정도의 소감만 남겼을 뿐. 칼럼이라기보단 한줄평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립유치원 휴업 예고와 관련한 현상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언급했기에 지난 번 다루었던 조선일보 칼럼리스트보다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 쓴 글이라고 하겠다.



  나 역시 조인경 부장이 언급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대선 당시 유세 현장에 있었기에 당시 발언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었다. 당시 현장은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 교육자대회였는데, 전국에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과 그들이 동원한 보육교사 및 기타 인원들이 모여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자리였다.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각 정당에서 모두 이곳에 와 마이크를 잡고 그들이 듣기 좋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는데 안철수 후보 측과 문재인 후보 측의 반응이 가장 극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직접 참석해 "사립유치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확대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문재인 후보 측은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현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참석해 원론적인 이야기만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사립유치원들이 주장하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국가의 손에 미치지 않는 유아교육을 대신 책임져온 것에 대한 보상도 없이 책임만 많다는 주장으로부터 시작해 결국엔 '내가 세운 유치원 내 재산인데, 왜 내 마음대로 못하냐'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결국 이들의 머릿속에는 유아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자라는 사명의식보단, 동네 구멍가게 장사하듯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식으로 사업장 운영하는 느낌이 커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유아교육의 큰 기둥'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려왔다.




  이들의 주장대로 자신들의 자율권을 보장받고 싶으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된다. 오히려 한편으로는 보조금 확대들 주장하면서 선을 넘은 자율권까지 얻고자 하는 이들은 '내 재산 내 마음대로도 못 한다'고 항변하지만, 사립 중·고등학교를 보아도 알 수 있듯 국가의 지원을 받는 한 엄연히 정해진 규칙에 따라야 하고, 아무리 설립자라고 할지라도 독단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마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립유치원들이 집단휴업을 예고하며 원생들을 볼모로 잡고 국가와 협상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전국의 수많은 가정이 맞벌이를 하는 상황 속에서 유치원이 휴업을 하면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이들은 몰랐을까? 오히려 그러한 사태를 예상했기 때문에 휴업을 하겠다고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악의성 때문에 사립유치원들의 이번 휴업 예고는 이해는커녕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의 확대 중단 요구를 다른 말로 하면 국가에선 유아교육에 손 떼고 우리가 쭉 '해먹게' 놔두라는 소리이고, 설립자 재산권 존중을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세운 유치원이니 원비로 과자를 사먹든 부동산 투자를 하던 국가에서 간섭말라는 소리이다. 과연 이러한 주장에 동의해 줄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나라가 발전함에 따라 '교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자'는 시대정신 역시 날로 커졌고, 그 결과물이 의무교육, 무상급식, 누리과정 등이다. 이러한 흐름은 세월이 지나고 나라가 발전할수록 더욱 확대될 것임이 자명하지만, 사립유치원들은 홀로 이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재산권 존중도 마찬가지. 원비를 설립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가 문제가 발생하여 보육교사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거나 유치원이 문을 닫게 될 경우 해당 유치원의 원생들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결국 이러한 주장들 하나하나가 앞서 말했듯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에게 '교육자로서의 사명의식 부재'를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휴업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휴업 유치원에 대해 최대 폐쇄를 비롯해 행정·재정적 조치를 예고한 교육부의 초강경책과 국민적 반감에 꼬리를 내리고 휴업을 철회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그 어느 곳이라도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교육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것은 바로 사명의식일 것이다. 국가에서 이들의 재산을 앗아가지 않는 이상, 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분명한 한 가지는 현재 정부에선 이들의 교육시설 운영을 돕기 위해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사립유치원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절대 설립자만의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들은 교육대학원에서 강의 중인 ‘교육행정과 교육경영’ 강의를 다시 수강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의 키워드

#사립유치원 휴업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 #교육부 #안철수 #교육정책 #교육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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