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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민 미투 운동 지목, 2차 가해 벌이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미투의 진화

자발적한량 201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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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핏!" "그뤠잇!" 최근 무려 20년만의 무명생활을 딛고 전성기를 맞이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던 김생민에 대한 미투 폭로가 터져나오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2일)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는 '김생민, 방송 스태프 성추행…피해자 만나 10년 만에 사과'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통해 김생민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디스패치의 보도에 의하면 김생민은 2008년 프로그램 노래방 회식 장소에서 여성 스태프 A씨를 혼자 있는 방으로 불러 억지로 끌어 앉히고 두 팔로 휘감는 등 성추행을 벌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성추행을 당한 또다른 여성 스태프 B씨도 있었구요. 즉, 2명을 강제추행한 것이죠. 사건 다음날 A씨는 메인 작가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정식으로 보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생민에 대한 그 어떠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A씨가 직접 나서 제작진에 항의하는 한편 김생민의 퇴출을 요구 했지만 A씨에게 되돌아온 말은 "방송가에서 이런 일로 출연진을 자르는 법은 없다. 스태프가 나가면 나갔지"라는 말이었다고 하네요. 


그러한 상황에서 A씨는 '가해자의 경력이 단절될 수 없다면, 피해자의 경력 또한 단절될 수 없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생민을 보는 게 불편하지 않냐"며 A씨의 프로젝트가 조금씩 외주 인력으로 넘어가는 등 스튜디오 촬영현장에서 밀려나게 됐고, 결국 A씨는 해당 프로그램을 관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디스패치의 취재 결과 A씨에 대한 성추행 건이 묻힌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여기서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데요. 메인 작가는 "그날 2건의 성추행이 일어났고, 김생민의 하차를 요구하는 등 메인 PD에게 분명히 항의했다"고 주장하는데, 메인 PD는 "1건으로 알고 있다. B씨의 건만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김생민은 B씨에게는 직접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요. A씨는 김생민으로부터 그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던 것. 게다가 A씨는 방송국에서 다음과 같은 말들을 들어야 했다고 합니다.


"너만 당한 것도 아니고, B는 너보다 더 심한 일을 당했다."


"그런데 B는 출연진이 나가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출연진이 술김에 한 일로 (프로에서) 나가면 방송을 어떻게 이끌어가냐."


"이런 일은 방송계에서 비일비재하다. 스태프면 스태프답게 생각하라."


"경찰로 끌고 가서 금전적 합의를 받고 싶냐? 이런 일은 방송국에 소문이 금방 퍼진다."


"김생민이 보기 싫을테니 스튜디오 업무에서 손을 떼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8년 봄이 되어 A씨가 디스패치에 보낸 6장의 편지 속에는 왜 이제서야 A씨가 김생민에 대한 미투를 폭로하는지에 대한 심경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그날 술을 마시지 않았고, 김생민의 강제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이 뇌리에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방송가에서 암묵되고, 그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간다면, 나 역시 가해자의 대열에 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를 찢어가며 이 글을 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취재가 이어지자 김생민 측에서는 "담당PD한테서 B씨 사건만 전해 듣고 직접 사과했다"고 말했을 뿐 A씨 사건을 묻자 머뭇거렸다고 합니다. 그리곤 다음날에서야 전화가 와서 "당시 메인 작가를 통해 A씨 사건을 확인했다. 그 때는 B씨 사건만 들었고, 그래서 A씨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하네요. 그리고 지난달 21일, 디스패치가 동행하여 A씨와 김생민이 만남을 가졌다고 합니다. 김생민은 "미안합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라는 말을 되풀이했고, A씨는 "사과를 하신다니, 받겠습니다. 용서도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방관하고 싶지 않습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디스패치의 보도가 나간 후 김생민 측은 "너무 많이 늦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분을 직접 만나 뵙고 과거 부끄럽고, 부족했던 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 드렸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는데요. "그 당시 상대방이 상처를 받았다고 인지하지 못했다"는 그사과문 내용이 무척이나 씁쓸합니다. 상대방에게 완력을 사용해 강압적인 성추행을 하고서도 "최근에서야 피해사실을 전해 듣게 됐다"고 말하는 건 어떤 심리일까요.


김생민이 미투 폭로의 당사자가 되면서 방송가는 그야말로 초비상사태입니다. 현재 김생민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만 10개이며, 이제 겨우 3개월이 지났는데, 올해만 20건의 광고를 진행했다고 하는군요. 방송 출연은 둘째치고 이미지 하락에 따른 광고 피해로 인해 위약금이 발생한다면 어휴... 김생민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피해자에게 삼궤구고두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이번 김생민에 대한 미투 폭로는 조금 다각도적인 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생민 한 명에 대한 미투가 아니라 이를 방관하고 묵인한, 그리고 되려 피해자 A씨에게 '그 정도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것이 방송 스태프의 미덕인 것처럼 2차 가해를 가한 방송 관계자들에 대한 미투이기도 하죠. A씨가 디스패치에 보낸 편지에서 알 수 있듯 결국 방송 관계자들은 '가해자의 대열'에 서서 피해자에게 또 한번 큰 상처를 준 것입니다.




가해자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았는데, 오히려 피해자의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은 방송계 뿐 아니라 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수에게 영향력이 집중되어 있는 시스템이라면 더욱 그러하죠. 그들에게 찍히는 순간 '이 세계에서 끝'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하며 피해자는 입을 닫게 됩니다. '그동안 내가 투자한 게 얼만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리고 이 소수와 결부되어 자그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그 기반이 되어주는 권력자를 지키고자 자발적으로 그들의 방패가 되어주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습니다. 어짜피 같은 을이면서.


보도 제목만 보고선 '10년 전 일을, 사과까지 받아놓고' 라고 생각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A씨를 위로하고 응원합니다. 이번 '김생민 미투'를 무척 경미한 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실 듯 합니다. 하지만 전 미투가 한 단계 진화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개인 대 개인의 미투를 넘어서 개인 대 사회 시스템의 미투로 말이죠. 미투의 목표는 단순한 폭로가 아니라 이를 고치는 데에 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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