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들의 집, 판테온

Posted by 자발적한량
2008.12.18 17:46 일상탈출을 꿈꾸며/이탈리아
 모든 신을 동시에 모신다는 뜻의 만신전을 뜻하는 판테온은 기원전 27년 아그리파가 건축한 것입니다. 판테온이라는 명칭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판과 신을 뜻하는 테온이 합쳐져 만들어 졌습니다. 프랑스 소설가로 이탈리아를 열렬히 찬양했던 스탕달이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로마 건축물이라고 감탄을 했던 건물이죠. 실제로 2000년이 넘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로마제국 시대의 유적 중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그리스 로마의 신들을 위한 신전의 용도로 세워졌었고 서기 80년에는 화재로 일부가 파괴되기도 했지만, 도미티아누스 황제에 의해서 복원되었습니다. 이후 건축의 황제라고 불릴 만큼 건축을 사랑했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이를 재건하였고, 남향의 건물을 현재처럼 북쪽을 향하도록 바꾸어 놓았습니다.


 4세기 기독교가 국교가 되면서, 이교의 신들을 위해 지어진 다른 신전들과 마찬가지로 폐쇄되기도 했고 또 410년에는 이방인의 침략으로 약탈을 당하기도 했으나, 608년 교황 보니파키우스 4세에게 증정되면서 파괴를 면하게 됩니다. 이때 이후 기독교 성당으로 바뀌었다.756년 로마에 교황령이 확립되기 전까지, 로마는 비잔티움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당시 동로마 제국은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기념물을 짓는 데 필요한 청동을 얻기 위해 판테온의 지붕을 덮고 있던 청동 기와를 가져갔습니다. 이렇게 망가진 판테온은 르네상스 당시 복원되었습니다. 하지만 교황 우르바누스 8세는 다시 현관의 청동 못과 판을 떼어내 성 베드로 성당의 제단을 세우는데 사용했습니다. 로마의 유명한 말하는 조각 중 하나인 파스키노 조각이 바르베르니 가문 출신의 이 교황을 야만인을 뜻하는 바르바르에 빗대어 “옛날에 야만인들이 하던 짓을 이제는 교황께서 하고 계신다네...”라고 조롱한 것도 이때입니다.


 판테온은 지름과 높이가 똑같이 43.2m인 원형의 주실과 16개의 코린트 양식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폭 33m, 깊이 15.5m의 주랑 입구, 그리고 주랑 위에 올라가 있는 삼각형의 박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8개의 기둥 바로 위에는 두 개의 명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나는 아그리파 황제가 건물을 세웠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거의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데,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 그리고 카라칼라 황제에 의해서 복원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일러주는 내용입니다. 옆에서 바라보면, 무려 6.2m에 달하는 두꺼운 벽면의 무게를 경감시키기 위해 원형의 주실 벽에 여러 개의 아치들을 건설한 것이 보입니다.


 내실로 들어가는 입구는 16개의 화강암 덩어리를 깎아 만든 기둥으로 이루어진 현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만 좌측에 위치한 3개의 거석 기둥은 교황 우르바누스 8세와 알렉산드르 7세 당시 교체된 것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바르베리니 가문을 상징하는 꿀벌과 키지 가문을 나타내는 별 문양이 기둥 머리인 주두에 새겨져 있습니다. 입구인 청동문은 고대 로마 시대에 제작되었던 것으로 16세기에 교황 피우스 4세에 의해 복원되었습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궁륭 내부에서 느껴지는 비례의 미와 웅장함은 감탄할 만합니다. 이 놀라운 균형미와 장엄함은 판테온 바닥의 직경과 전체 높이가 정확하게 똑같은 43.2m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5번째 예배실과 6번째 예배실 사이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1520년 37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라파엘로의 묘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라파엘로는 자신이 판테온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묘 위에는 그의 제자인 로렌제토가 조각한 성모 마리아 상이 올라가 있고 그 옆에는 정식 약혼녀였던 마리아 비비에나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라파엘로는 죽기 몇 년 전부터 이 약혼녀가 아닌 또 다른 애인이었던 라 포르나리나와 함께 살았었습니다. 돔은 5줄의 벽감으로 이루어진 띠들이 동심원을 형성하는 형상으로 축조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이 움푹 패인 작은 벽감들을 황금색의 구리판이 덮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벽감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크기가 작아집니다.


 바닥은 벽을 지은 똑같은 대리석을 사각형과 원형으로 잘라 모자이크로 장식을 한 것으로 1873년 원형대로 복원을 한 것입니다. 둥근 벽은 이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층에는 그리스 로마의 신상들이 들어가 있던 벽감들이 있는데, 이 신상들은 후일 전부 성상으로 대체됩니다. 내부의 입구에서 바라보면서 서쪽의 첫 번째 예배실에는 멜로초 다 포를리의 <수태고지>가 자리잡고 있고 그 옆의 예배실에는 이탈리아 통일을 이루었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묘가 있습니다.


 판테온의 돔은 8개의 아치형 지주로 받쳐져 있습니다. 돔의 중앙 천장에는 직경 9m의 둥근 창이 뚫려 있어서 이 창을 통해 신전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인해 성당 내부의 신비감은 극치를 이룹니다. 채광은 돔 정상에 설치된 지천창뿐이며, 벽면에는 창문이 없고, 거대한 본당의 외형에는 전혀 장식이 없다. 그 수적 비례의 미와 강대한 내부 공감의 창조라는 당시의 경이적인 토목기술로서 서양건축사상 불후의 명작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브루넬레스키가 판테온의 돔 건축 방식을 채용해 피렌체 대성당의 돔을 건축하였고 이로인해 그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천장의 모양을 봤을 때 태양신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거..감이 딱 오시지 않으시나요?ㅎ


 609년 판테온은 교황 보나파시오 4세에 의해 가톨릭 성당으로 개축되어 사용되었는데 중세를 거치면서 건축물이 훼손되는 것을 그나마 막을 수 있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판테온은 무덤으로 사용되었는데 위에 언급한 이탈리아의 거장 화가였던 라파엘로와 카라치가 묻혀져 있고 이탈리아의 왕 빅토리오 임마누엘레 2세, 움베르토 1세도 판테온에 묻혀져 있습니다. 현재의 판테온은 가톨릭 성당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미사가 집전되거나 가톨릭 종교 행사장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판테온이라는 명칭은 오늘날 국가적 영예가 있는 자에게 바쳐지는 건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판테온 앞은 로톤다 광장이라고 하는데요. 광장 한가운데에는 1578년 자코모 델라 포르타가 세운 분수가 있고 분수 중앙에는 인근에 있던 이집트 여신을 위해 지었던 이시스 신전에서 출토된 오벨리스크가 서 있습니다. 이 오벨리스크는 교황 클레멘스 9세가 1711년에 옮겨 놓은 것입니다.


 현지 가이드님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콜로세움이나 성 베드로 대성당 등에 대한 기대를 갖고 로마를 방문하지만 서양인들의 경우 이 판테움에 많은 기대를 걸고 온다고 합니다. 가장 보존도 잘 되어 있고, 고대 신전에 가득찬 성상과 성화 등을 보면 카톨릭의 도시인 로마의 축소판이라고 생각될만큼 그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거든요. 판테온에 도착할 때쯤 너무 더워서 탈진 직전까지 갔던 T군..하지만 콜라 하나 먹고 힘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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