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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Werther <베르테르>

자발적한량 200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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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쥘 마스네의 오페라 Werther가 10월부터 11월까지 의정부 예술의 전당, 노원문화예술회관, 하남문화예술회관 세 군데에서 총 8회 공연되었습니다. 이 오페라에서 자막 스텝으로 일했기 때문에 다른 공연보다 좀 더 자세히 소개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선, 이번 오페라는 초청공연이 아니라 위의 세 예술회관이 공동으로 제작한 오페라입니다. 좋은 공연을 선별하고 올리는 것만으로도 예산과 인력 등의 어려움이 있는데, 직접 제작에 나섰다는 것 자체로도 세 예술회관이 큰 결심을 한 것이죠.


7월 2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베르테르 제작발표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기자들은 3개 문화예술회관에서 공동제작을 한다는 점, 한국 최초로 한국어와 불어 공연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또한 베르테르 한국 초연의 장본인이었던 김덕기 선생님께서 예술감독 및 지휘를 맡으셨다는 점, 연출을 맡은 김광보씨가 국내 정상의 연극 연출가이지만 오페라 연출은 처음이라는 점도 마찬가지였구요. 프로그램 북 뒷면의 프로덕션 노트를 보면, 2008년부터 제작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그러던 차에 '베르테르 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있다'고 했던 연출가 김광보씨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차하였습니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장수동 선생님께서 의욕적으로 나서셔서 다행히 바퀴가 계속 굴러가게 되었습니다. 기존 연출가가 작품에 관한 정리를 해놓지 않아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하는 상황. 장수동 선생님께선 빠르게 무대, 조명, 의상, 분장 등의 디자인팀을 구성하셨고, 공연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작품 속으로 한번 들어가볼까요? 작품의 배경은 1780년대의 어느 해 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서곡 연주와 함께 막이 오르고, 어두운 무대에서는 슬퍼하는 사람들과 관이 운반되는 모습을 볼 수있습니다. 오페라의 원작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스토리를, 최소한 결말을 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겠죠?


 7월의 어느 날, 샬롯 아버지의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성탄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 샬롯 아버지, 그리고 소피를 비롯한 아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샬롯 아버지의 친구인 요한과 슈미츠가 와서 무도회, 마을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베르테르, 샬롯의 약혼자인 알베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샬롯의 아버지는 딸에게 베르테르를 소개하고 그들은 함께 무도회에 갑니다. 밤이 조금씩 깊어지고, 샬롯의 약혼자인 알베르가 긴 여행에서 갑자기 돌아옵니다. 알베르는 옛 일들을 생각하며 샬롯이 자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행복해하죠.


 밤은 더욱 깊어지고 아름다운 달빛을 받으며 베르테르와 샬롯이 무도회에서 돌아옵니다.베르테르는 타오르는 열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샬롯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고백합니다. 샬롯은 감격을 하지만 자신 역시 느끼고 있는 애정을 숨기려 애씁니다. 멀리서 그녀의 아버지가 샬롯을 찾으며 알베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립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동생들을 잘 돌볼 것과 알베르와의 결혼을 약속하게 한 그녀의 어머니. 베르테르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고, 샬롯 역시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서며 1막은 끝이 납니다.


 목사님의 결혼 50주년을 축하하러 사람들이 모여드는 어느 주일. 알베르와 샬롯이 결혼한 지 석 달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평온해 보였습니다. 그 두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여 괴로워하는 베르테르. 샬롯의 동생 소피가 베르테르에게 축하파티에 함께 가자고 하지만 베르테르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베르테르는 여전히 샬롯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다시 한번 고백하지만, 그녀는 애써 차갑게 대하며 떠나길 요구합니다. 베르테르는 이말을 듣고 허망해진 채로 그를 죽음으로 이끌지도 모를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어서 파티장으로 들어가자는 소피에게 베르테르는 매우 초췌한 모습으로 떠나기로 했다는 것을 알립니다. 소피가 언니에게 베르테르의 여행을 알리자, 그녀는 갑자기 수심에 가득 찬 표정을 짓습니다. 알베르는 베르테르가 결혼 전에 자기 부인에게 호감을 가졌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샬롯 역시 베르테르를 사랑하지 않았나 하는 눈치를 채며 2막은 끝납니다.


 12월 24일 저녁. 샬롯은 혼자서 끝없는 슬픔에 잠겨 베르테르가 보내온 편지를 다시 읽습니다. 그 때 소피가 들어와 자기 언니의 눈이 붉고 표정이 어두워진 걸 보고 걱정하며, 그녀에게 즐거움과 웃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샬롯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눈물로 무너져 버릴 듯합니다. 어쩔 바를 모르고 고통에 쌓여 기도 드리고 있을 때, 베르테르가 창백하고 기력이 없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들은 추억을 회상하며 지난 일들을 떠올립니다.
 

 그는 그가 번역했던 오씨앙의 시를 샬롯에게 읽어주며 고통스러워 합니다. 베르테르는 그녀를 힘껏 안고 그녀가 그에게 주었던 사랑을 되찾고 싶다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샬롯은 안간힘을 써 그를 밀쳐내고, 혼자 남겨진 베르테르는 죽음을 향해 문을 나섭니다. 그 때 알베르는 베르테르가 다시 온 것을 알고 불안한 마음을 느낍니다. 알베르는 베르테르가 남기고 간 편지에 권총을 빌려달라고 써 있는 것을 보고 샬롯에게 직접 권총을 전하도록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샬롯은 불길한 생각이 들어 정신없이 베르테르가 나간 방향으로 뛰어갑니다.


 4막. 흰 눈으로 뒤덮인 크리스마스밤.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 곳에서 베르테르를 발견하는 샬롯.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샬롯은 베르테르를 부둥켜 안고 오열합니다. 샬롯은 감추려고 애써왔던 베르테르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죽어가는 그와 입맞춤을 하고, 베르테르는 사랑의 승리를 안고 그가 바라던 죽음으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멀리서 아이들의 성탄 축하 노래와 크리스마스 이브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막이 내리게 됩니다.


 2막 베르테르의 아리아인 'Lorsque l'enfant revient d'un voyage', 베르테르를 대표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 베르테르의 아리아인 'Pourquoi me reveiller, o souffle du printemps?'(어찌하여 나를 깨우는가, 봄의 숨결이여?), 그리고 이어지는 베르테르와 샬롯의 이중창인 'Ciel! ai-je compris?'가 무척이나 감명 깊었습니다. 'Lorsque l'enfant revient d'un voyage'에서는 베르테르가 자살을 집을 나갔던 탕자가 다시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표현을 하는데요. 생각의 전환이라고 해야하나요?ㅎㅎ 이건 여담인데..몇몇 사람들이 농담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페라 내용에 자살과 불륜 등이 등장하는 관계로 19세 미만 관람금지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ㅋㅋㅋ


 오페라 베르테르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바탕으로 프랑스의 작곡가 쥘 마스네가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마스네는 살아있는 동안 괄목할만한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작품의 내면성이 부족하고 천박하다는 비판 또한 끊임없이 받아야 했는데요. 그 비난 중에는 '바그너를 위한 고급 매춘부'라는 말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여러 개의 오페라 중 '베르테르'와 '마농'은 오늘날 오페라 무대의 중요한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친숙한 스토리, 탄탄한 극적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 베르테르. 아름다운 음악과 세련된 감각, 인물에 대한 뛰어난 심리 묘사와 극적인 구성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페라입니다. 테너가 맡은 베르테르는 격정적인 아리아와 이중창을 통해 고뇌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을 탁월한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샬롯은 일반적으로 오페라 여주인공이 소프라노인 것과는 달리 메조 소프라노로 설정되어, 자신의 처지와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오페라의 여주인공을 새로운 음색으로 그려내고 있죠. 남녀 주인공의 실력과 카리스마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오페라로 수많은 테너와 메조 소프라노들이 탐내는 작품이라네요^^;


 쥘 마스네의 작품이니 그의 전반적인 작품 특징이 녹아있겠죠? 연기 중에 들어가는 내면적인 감정의 표현은 오케스트라가 설명하고, 성악가들은 대사를 읊듯이 레치타티보로 노래합니다. 아리아가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비해 레치타티보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 스토리 전개를 설명하죠. 계속 이어지는 작품의 특성상 박수칠 타이밍 잡기가 참 애매합니다.


 리허설 등 준비기간까지 합하면 8회의 공연을 포함해서 15번이 넘게 작품을 감상해서 그런지 귓가에 계속 맴도네요. 공개오디션 등을 통해 높은 실력의 성악가들이 모였습니다. 슈미츠 역의 김동섭 선생님은 연기까지 무척이나 자연스러우신 듯..1막에서의 '코펠은 멋진 신사복을 입고~' 부분과 2막에서의 와인 마시는 장면 등! 샬롯 아버지의 집, 그리고 베르테르의 죽음 장면에서 등장하는 아이들 배역은 의정부, 하남, 노원 각 지역의 소년소녀합창단이 출연하였습니다. 오페라를 감상할 때는 음악, 연기, 외양, 연출, 무대, 의상 등 여러가지 요소를 살펴볼 수 있겠는데, T군의 생각으로는 배역에 어울리는 캐스팅이 된 것 같네요. 배역과의 괴리감이 심하면 약간 관객들은 어색한 느낌을 받게 될텐데..아참! 목소리도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소피가 참 맘에 듭니다. 모두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홀로 화사한 분위기..뭔가 아직 철이 덜든 느낌의..순수한 소녀 이미지? 그에 비해 언니인 샬롯은 너무 심하게 괴로워하죠..


 마지막으로 김덕기 선생님께서 상임지휘자를 역임하고 계신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페라의 연주를 맡았는데요. 1997년 창단된 프라임필. 교향악은 물론 오페라, 발레 등 극장음악 전문 오케스트라로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국립발레단과 호두까기 인형을 일산에서 공연하더라구요. 더군다나 프라임필은 민간 교향악단이라는 점! 군포시문화예술회관에 상주하여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프라임필은 2005년 이후 교향악 축제에 민간교향악단으로는 유일하게 매년 초청받는 등 확고한 위치를 적립해 나가고 있답니다.

 감상문을 써보자면 밤새 써도 시간이 부족할테지만..다른 포스트와 너무 차이가 나면 안되니깐..ㅎㅎ 이정도에서 그만 쓰도록 하지요..한국에서는 쉽게 감상할 수 없는 오페라, 광고 문구 그대로 올 가을 놓칠 수 없던 단 하나의 오페라였습니다. 이렇게 좋은 공연을 십수 차례본 T군..참 행복합니다^^;;

오페라 Werther <베르테르>
장소 : 의정부예술의전당, 하남문화예술회관, 노원문화예술회관
일시 : 2009년 10월 22~24일 (목~토), 30~31일(금, 토), 11월 21~22일(토, 일)
티켓 : 베르테르석 70,000원 샬롯석 50,000원 알베르석 30,000원 / 오페라석 20,000원(의정부 공연만)
공동제작 : 의정부예술의전당, 하남문화예술회관, 노원문화예술회관
후원 : 복권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서울문화재단

출연진
베르테르 : 박현재, 류정필
샬롯 : 양송미, 서윤진
알베르 : 오승룡,김기보
샬롯아버지 : 김진추, 함석헌
소피 : 신델라
슈미츠 : 김동섭
요한 : 이준석
브뤼만 : 김형기
카첸 : 김현아
연기자 : 김한식, 박진하, 박태석, 손현주, 우경하, 윤종훈, 이수정, 임영덕, 문상윤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의정부 시립소년소녀합창단, 하남시소년소녀합창단, 노원구립소년소녀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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