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베크 자매 초청 연주회

Posted by 자발적한량
2008.04.02 14:00 이것이 나의 인생/생생한 음악의 향연

 2월 20일 수요일, 예술의 전당에서는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그램으로 라베크자매의 내한공연을 준비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고 연주를 보러 간 T군은 합창석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30여년째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 정상급의 두오피아니스트인 라베크자매. 첫번째 내한공연이기도 했던 이 날의 연주회를 보기 위해 우리 학교 사람들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콘서트홀의 자리를 채웠습니다.

 이들은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붉은 옷의 카티아가 화려하고 강렬한 연주로 음악을 이끌었고, 푸른 옷의 마리엘은 차분하게 조화를 이뤘습니다.
 
드뷔시와 라벨 등 색채감이 돋보이는 프랑스 음악을 주로 연주하였는데 파스텔 톤의 몽환적인 톤으로부터 원색적이고 강렬한 톤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의 음 빛깔을 조합해내며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두 대의 피아노가 빚어내는 각양각색의 음향은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사운드를 능가했습니다.

 라베크 자매의 서로 다른 개성이야말로 독특한 앙상블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언니 카티아가 열정적이고 강렬한 터치로 음악을 이끌었다면 동생 마리엘은 자연스럽게 화음을 받쳐주며 카티아의 연주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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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를 마친 뒤 사인회에서의 라베크 자매.


때때로 두 사람의 음악이 정면충돌해 극적인 효과를 일으키기도 했다. 첫 곡으로 연주한 드뷔시의 '백과 흑으로'에서 뚜렷한 대조가 나타났습니다. 이 곡은 제목 그대로 흑백의 명암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전쟁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제2곡에서 루터교 찬송가 '내 주는 강한 성이요'의 주제와 전쟁의 혼란을 담은 복잡한 리듬이 대비되며 강한 긴장감을 자아냈습니다.

 '포 핸즈'(4개의 손, 즉 연탄)를 위한 슈베르트의 환상곡 f단조에서 라베크 자매는 한 대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쓸쓸하고 고독한 선율은 곧장 청중의 가슴을 파고들었죠.

 보통 피아노 연탄곡 연주 시 저음성부 연주자가 페달 조절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주선율을 맡은 카티아는 페달링으로부터 음악적 표현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으로 연주를 이끌었습니다. 그녀는 음악이 고조될 때마다 '기합소리'까지 동원해가며 적극적인 표현을 시도했고, 중간부의 리듬을 몰아치거나 강약의 대비를 강조하는 외향적인 해석을 선보였다. 슈베르트의 음악에 너무 많은 장식을 가한 인상은 있었으나 매우 호소력 있고 감성적인 연주였습니다.

 후반부에 연주된 라벨의 음악에서 라베크 자매의 앙상블은 더욱 빛났습니다. 라벨의 '어미 거위'와 '스페인 랩소디'는 모두 관현악곡이기도 해서 오케스트라 연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라베크 자매의 피아노 듀오 연주로 듣는 라벨의 작품은 관현악보다 더한 감명을 전해줬습니다. 그들은 피아노만으로도 약음기를 낀 현악기의 가벼운 질감과 잉글리시 호른의 비음(鼻音) 등 갖가지 소리와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냈습니다.

 라벨의 '스페인 랩소디'에서 카티아의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표현력은 더욱 돋보였습니다. 그녀는 제2곡 '말라게냐'에서 마치 뛰어난 벨칸토 가수와도 같이 아름다운 음색과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레치타티보 풍의 선율을 훌륭하게 소화해냈습니다. 또 마지막 곡인 '축제'에서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능가하는 압도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며 청중의 환호를 이끌어냈습니다.

 라베크 자매는 열광하는 청중을 위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비롯한 다섯 곡의 앙코르곡을 연주했다. 연주회의 레퍼토리가 주로 프랑스 음악에 편중된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그들은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 미셸 카밀로 <트로피컬 잼>과 베리오의 <폴카>,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마리아', 브람스 헝가리무곡 No.20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피아노 듀오의 무한한 잠재력을 실현해보였습니다.

 특히 재즈 연주자들과 프로젝트 밴드 활동도 하고 있는 카티아는 재즈 피아니스트 미셸 카밀로의 <트로피컬잼>을 통해 재즈에 대한 재능을 드러냈습니다. 연주 도중 객석을 향해 돌아앉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등 자유분방한 제스처로 관객의 웃음과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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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베크 자매에게 받은 싸인.


 연주회 내내 곡을 마친 뒤 객석에 인사를 하며 반대쪽인 합창석에도 빠짐없이 인사하고 관객들의 박수에 무려 다섯 곡의 앙코르곡을 준비한, 그리고  연주가 끝난 뒤 사인회까지 마련한 라베크 자매. 그녀들의 연주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피아노 전공자나 일부 피아노음악 마니아들을 제외한다면 '피아노 듀오'는 일반 음악애호가들에게도 그다지 친숙한 분야는 아닙니다. 관현악 못지않은 표현력을 보여준 라베크 자매의 이번 연주회를 계기로 피아노 듀오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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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베크 자매 초청 연주회
장소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일시 : 2008년 02월 20일(수) 오후 8시
티켓 :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
주최 : 예술의 전당
후원 : 한국피아노두오협회

Program
C. Debussy
En blanc et noir
I. Avec emportement
II. Lent. Sombre
III. Scherzando

F. Schubert
Fantasy in F minor for 4 Hands, D.940
I. Allegro molto moderrato
II. Largo
III. Allegro vivace
IV. Tempo I

M. Ravel
Ma mere L'oye
Pavanne de a Belle au Bois Dormant
Petit Poucet
Laideronette, Imperatrice des Pagodes
Les entretiens de la Belle et de la Bete
Le Jardin Feerique

M. Ravel
Rapsodie espaqnole
Prelude a la nuit
Magalena
Habanera
Feria

Profile
 특유의 환상적 호흡과 뛰어난 음악적 기량으로 널리 알려진 카티아 라베크, 마리엘 라베크 자매는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바흐부터 21세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방대한 레퍼토리로 명성이 높다. 마리게리트 롱의 제자였던 어머니 슬하에서 두 자매는 어린시절부터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놀랄만큼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라베크 자매는 베를린필하모닉, 보스턴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게반트하우스, 런던 심포니, 필하모니아, 로스 엔젤레스 필하모닉, 라스칼라, 필라델피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콘서트헤보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빈필하모닉 등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다.

지휘자는 세계적인 세면 비치코프, 콜린 데이비스, 구스타보 두다멜, 샤를르 뒤뜨와, 존 엘리어트 가디너, 주빈메타, 세이지 오자와, 안토니오 파파노, 사이먼 래틀, 에사 페카 살로넨, 레오나드 슬래트킨,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마이클 틸슨 토마스, 리카르도 샤이 등과 함께 연주했다.

뿐만 아니라, 라베크 자매는 베를린, 루체른, 블로섬, 헐리우드볼, 투드비히스부르크, 잘츠부르크, 모스틀리 모차르트, 프롬스, 라비니아, 라인가우, 루어, 슐레스비히-홀슈타인, 탱글우드 페스티벌 등에 정기적으로 초청받는 등 페스티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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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연주회 보고 오시고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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