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인생/생생한 음악의 향연

2008 교향악 축제

자발적한량 2008.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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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전당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의 보금자리답게 다양한 연례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김용배 11시 콘서트', '김대진의 음악교실', '재야음악회', '팝스콘서트', '어린이 음악회' 등.. 이런 연례프로그램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전공생은 물론 클래식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바로 교향악 축제입니다.

서울과 지방 간의 음악의 벽을 허무는 과감한 시도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음악전령사 교향악축제! 지난 1989년 음악당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시작된 교향악축제는 올해 스무번째의 화려한 팡파르를 울렸습니다. 국내 최고, 최대의 음악축제로 우리나라 음악문화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는 교향악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향상된 연주력을 선보이며 음악 팬들의 가슴과 귀를 즐겁게 함으로써 연주자와 청중 모두들 위한 '진정한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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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를 형상화한 예술의 전당 20주년 로고


 특히 올해의 교향악축제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개최되어 전국 20개 교향악단과 국내 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중견연주자와 우리 음악계의 주역이 될 젊고 실력있는 연주자가 함계 참여하여 화려하고 감동적인 사운드로 축제의 장을 펼쳐보였는데요. 20주년 기념의 의미가 부여되있어서 그런지 예년에 비해 협연자를 정하는 데 안정성을 우선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협연자가 단 2명이었습니다. 피아노 조재혁, 오보에 이승경 이렇게 두 사람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협연자였고, 나머지 협연자들은 한국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연주자들로 채워졌습니다.

 1일 코리안심포니를 시작으로 2일 KBS향, 4일 부천필, 5일 경북도향, 6일 군포프라임필, 8일 대구시향, 10일 성남시향, 11일 인천시향, 12일 전주시향, 13일 원주시향, 14일 울산시향, 15일 수원시향, 16일 창원시향, 17일 부산시향, 18일 대전시향, 19일 경기필, 20일 군산시향, 21일 강남심포니, 22일 충남도향, 23일 서울시향..이렇게 전국의 내노라하는 오케스트라들이 4월 한달동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아름다운 교향악으로 가득 채웠답니다.

 평소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초중고 및 대학생에게는 20%의 할인혜택이 주어지거든요! 학생증만 제시하면 OK! T군은 성기선 지휘와 피아니스트 조재혁 협연의 KBS향, 김봉 지휘와 피아니스트 강충모 협연의 성남시향 이렇게 두 번을 갔습니다.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야 항상 학교가 끝나고 예당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두 연주에 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2일 KBS향..지휘 성기선, 협연 Pf. 조재혁..
첫 곡은 M. Ravel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였습니다. T군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이랍니다. 팜플렛을 처음에 안갖고 있어서 이 곡을 연주할 줄 몰랐죠..이 곡은 특이하게도 피아노곡을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한 것입니다. '관현악법의 천재'. 이것이 라벨의 별명인데요. 역시 피아노곡 그 이상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라 편곡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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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재혁과 누나들~


 다음 순서는 S. Rachmaninoff - Piano Concerto No.3,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이었는데요.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협연이었습니다. 작년에 독주회 때 본대로 여전히 핸섬하고 멋있었습니다. 이날 협연은..일단 피아노만 두고 보면 정말 대단했습니다. 매력적인 소리였죠. 깨끗하고 영롱한 소리에 첫 주제부터 빨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는 정말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할 매력있는 소리였죠. 멜로디를 사랑했던 라흐마니노프의 연주에 딱! 어울리는 소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종반부를 향해 치닫는 격정의 연주에서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절제해나가며 정확하게 풀어나가는 그 모습에 또 한번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협주곡으로써 생각을 해본다면..협연자와 오케스트라, 특히 지휘자 간의 대화가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빠르게 이끌고 가려고 하는 피아니스트와 잡으려는 지휘자 사이의 맞지 않는 싸인으로 매끄럽지 못한 연주가 군데군데 나왔고 그나마 3악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좋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와 호흡이 조금 더 잘 맞았더라면 더 좋은 연주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피아노 그 자체의 음색과 해석에 매료되어 아쉬운 마음을 접고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흔히들 라흐마니노프 3번을 '피아니스트의 무덤'이라고 부릅니다. 기교적인 면으로나, 정신적인 면으로나 연주가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죠. 게다가, 영화 '샤인'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무척 까다로운 곡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곡을 섬세함을 앞세워 매력적인 연주를 한 피아니스트에게 박수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커튼콜만 수 차례, 결국 피아노 앞에 앉아서 앙코르곡을 연주했습니다. 앗! 그 곡은 다름아닌 '주기도문'.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박윤진 첼로 독주회' 포스트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음악을 하는 크리스챤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은 무대 위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을 보고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주홀에서 주기도문을 연주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연주 또한 매력적이고 은혜로웠습니다.

 인터미션 뒤에 작곡가 정일련의 곡 '고요한 비'가 세계 초연되었습니다. 현대음악은 정말이지 매우 까다롭습니다..당췌 이해도 힘들고 뭔가 그 곡에서 찾아내기가.. 다만,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모든 현 파트가 자유롭게 피치카토를 하는 그부분! 정말 비가 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놀라웠다. 피치카토로 저런 소리도 낼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I. Stravinsky의 'Firebird <Version 1919>'가 연주되었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발레곡이죠. 많이들 아시는 편입니다. 기대한 만큼의 호연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정기연주곡으로 했던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오케스트라의 합주력은 실로 대단했어요. <카체이 왕의 죽음의 춤>에서 금관이 매우 시원하게 터져나와 주셔서 어찌나 기분이 감개무량하던지... 이 얼마만에 듣는 우렁찬 금관소리인가! <공주들의 원무>에서 보여준 목관의 완벽한 앙상블. 다만, 딱하나 아쉬운 것은 현악 소리가 조금 더 풍성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역시 이 곡에서도 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카체이의 죽음의 춤>이나 <종곡>에서 보여줘야 할 풍성한 현악의 앙상블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여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물론 좀 더 많은 시간을 두고 기대해야 하는 것이지만 갈수록 현악의 풍부한 울림이 기다려지고 그리워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죠^^;

 모든 연주가 끝났습니다. SMC 음악캠프에 교수로 참여하셨던 피아니스트 조재혁. 단국대학교 교수로 계시는 조영방 선생님을 사사하셨죠. 역시 SMC 음악캠프 교수이시자 단국대학교 교수로 계시는 조지현 선생님도 오셨습니다. 키도 훤칠하시고 잘생기기까지 하셔서 싸인을 받아가던 사람도 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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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C 음악캠프의 피아노 교수이신 조지현, 조재혁, 조영방 선생님(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조영방 선생님을 사사하였습니다.


 다음으로는 10일 성남시향..지휘 김 봉, 협연 가야금. Pf. 강충모..
첫 곡은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 씨가 협연을 한 임지선의  '가야금 협주곡 “충돌과 화해 - 잃어버린 문명을 추모하며”'가 연주되었습니다. 가야금 협주곡은 부제처럼 관현악과 가야금이 불협화음으로 충돌하는 패시지가 두드러졌는데 충돌 후에 화해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겼었습니다. 가야금을 활로 연주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내기도 했지만 가야금 협주곡이라 할 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두번째 곡은 S. Rachmaninov의 'Rhapsody on a Theme by Paganini, Op.43'.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인데요. T군이 정말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 이 날은 손톱까지 다 보이는 합창석에 앉아서 관람했죠. 그런데, 관현악과 피아노의 호흡 불일치가 이어졌고, 피아노 솔로에서조차 너무도 평면적인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협연자가 피아니스트 강충모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더 속상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연주 후의 환호는 또..

 P. I. Tchaikovsky의 Symphony No.5 in E minor, Op.64.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에서 성남시향의 연주는 2악장에서의 호른 솔로와 클라리넷, 바순의 앙상블이 뛰어났고, 3악장에서 현악의 우아한 연주가 인상적이었지만, 4악장에서의 극한에 도달하기까지는 힘이 부치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며 기대하는 상황에서 뒷걸음치다 보니 연주에 대한 몰입이 어려웠고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연주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나마 4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힘차게 벋어나는 금관 소리에서는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의 교향악축제는 서울시향의 연주로 막을 내렸습니다. 많은 협연자와 오케스트라가 음악 애호가들에게 1년에 한번씩 한자리에 모여서 일년여간의 발전된 모습을 '검사'받는 교향악축제. 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면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협연자와 어떤 레파토리를 가지고 우리를 찾아올까요~? 내년 4월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4월 2일
KBS관현악단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와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앵콜곡 '주기도문'
4월 10일
성남시립교향악단, 강충모의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에 주제에 의한 광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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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전하는 '희망의 봄' 2008 교향악축제
장소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일시 : 2008년 04월 01일(화)~23일(수) 저녁 8시 *(일)저녁 5시
티켓 :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주최 : 예술의 전당, 동아일보, KBS
후원 : 한화건설, 한화석유화학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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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2008 04월 02일(수) KBS 교향악단
지휘 성기선, 피아노 조재혁

M. Ravel
Alborada del gracioso

S.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Op.30
I. Allegro ma non tanto
II. Intermezzo : Adagio
III. Finale : Alla breve-Vivace

정일련
고요한 비

I. Stravinsky
Suite "The Firebird"
I.Introduction
II.The Firebird and its Dance
III.Variation of the Firebird
IV.The Princesses' Round
V.Infernal Dance of King Kashchei
VI.Lullaby
VII.Finale

2008 04월 10일(목) 성남시립교향악단
지휘 김봉, 피아노 강충모, 가야금 이지영

임지선
가야금 협주곡 "충돌과 화해 - 잃어버린 문명을 추모하며"

S. Rachmaninov
Rhapsody on a Theme by Paganini, Op.43

P.I. Tchaikovsky
Symphony No.5 in E minor, O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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