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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울려퍼지다

자발적한량 2017.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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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오늘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되었습니다. '5·18 정신을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치러진 이번 기념식은 1997년 5·18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하였는데요. 광우병 파동 직후인 2008년 단 한 차례 참여한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 역시 한 차례만 참여한 박근혜 씨로 인해 홀대와 역사 왜곡, 이념 갈등의 상징이 되어버린 5·18이 다시금 제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식순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오늘 기념식은 사전공연, 개식, 국민의례, 헌화·분향, 5.18민주화운동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진행되었는데요. 과거에는 없었던 식전행사와 기념공연이 추가된 것이 우선 눈에 띕니다. 사전공연에서는 광주시립합창단이 '꽃들에게 희망을'과 '아침이슬'을, 김용진이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렀습니다. 3막으로 진행된 기념공연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김재평 씨의 딸 김소형 씨가 편지를 낭독하는 뮤지컬 형식의 '슬픈 편지'를 시작으로, 가수 권진원과 광주시립합창단 그리고 각 지역 대표 합창단이 함께 '그대와 꽃피운다'를, 전인권이 '상록수'를 불렀죠.



한 목소리로 다시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하지만 역시 눈길이 멈추는 곳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념식의 식전 공연으로 빠지며 공식 식순에서 사라지거나 합창 방식으로 부르는 등 홀대를 받아왔습니다. 매번 이 노래를 제창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이념 논란이 불거졌고 기념식이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지기도 했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업무지시 2호를 통해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방식으로 부를 것을 지시하면서 상황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죠.



박근혜 정부 취임 첫해였던 2013년 국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박근혜 정부와 국가보훈처는 끝내 버텼습니다. 당시 대통령이던 박근혜 씨가 "국론 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좋은 방법을 찾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죠.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그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으로 부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대통령이 싫어해서' 였다고 합니다. 이 노래가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린다는 이유로 '불법 데모가'로 인식을 하고 있고, 제창 방식을 선택할 경우 대통령이 이 '불법 데모가'를 불러야 하기 때문에 그간 그토록 거부 반응을 보였던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대통령이 싫어하니까 이 노래는 안부른다'고 차마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 국가보훈처와 극우 수구 진영에서 선택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 종북 프레임 씌우기. 박승춘 전 보훈처장·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등을 홍위병으로 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이 김일성을 지칭하는 것이라거나 '북한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식의 논리를 개발해낸 것이죠. 실제로 이 방법이 유효하게 먹혀서 보수·진보간 이념 대립 양상으로 이끌어내기도 했구요. 하지만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비롯해 북한 김일성대를 졸업한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그 외 탈북자 다수는 "이 노래에 깔려 있는 것이 저항정신이기 때문에 북한에선 금지곡으로 지정되어 있다"며 이들의 종북 프레임이 허구임을 증언한바 습니다. 




애시당초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78년 노동자와 야학교사로 활동하다 연탄가스에 짧은 생을 마감한 박기순(23)씨와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윤상원(30)씨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1981년 소설가 황석영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묏비나리'를 차용해 가사를 쓰고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씨가 곡을 붙인 진혼곡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금 이 노래를 제창 방식으로 바꿈으로써 5·18의 정신을 지킴과 동시에 그간 극우 수구 세력들이 이념갈등을 위해 창조해낸 종북 프레임을 없애버린 것이죠.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을 비롯해 4·19 혁명 등 역대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단체 관계자들이 초청된 이번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으로 다시금 민주정부가 집권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전에는 초청장을 제시해도 '유공자증을 내놓으라'며 깐깐하게 굴던 보훈 당국이 이번에는 신분증만 있으면 일반 시민까지도 입장시키는 등 180도 달라진 자세를 취하기도 했죠. 9년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으로 부르면서 "이제야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는 것 같다. 이렇게 간단한 걸 그동안 너무 외롭고 아팠다" "37년동안 오늘처럼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특히나 자신의 생일과 아버지의 기일이 같은 기구한 가족사를 소개했던 김소형 씨의 편지를 들으면 눈물을 보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퇴장하던 김소형 씨를 뒤따라가 안아주며 위로했고, 김 씨는 대통령의 품에서 격하게 울음을 터뜨리면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죠. 김 씨 이외에도 수많은 유가족들이 이 모습을 보며 그들의 뼈에 사무친 한이 조금이라도 위안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여전히 판을 치는 5·18 관련 유언비어·가짜뉴스... 바로알자 5·18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복원하겠다.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내겠다"며 광주정신의 계승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날 대통령의 기념사 전문을 하단에 접어둡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상에서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왜곡과 날조,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이 먼저 발포했다'는 주장에서부터 시작하여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죠. 그 외에도 5·18 유공자 자녀들이 가산점으로 공무원을 싹쓸이한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밀집되어 있는 노량진 학원가 및 고시촌 등의 주택가에 집중적으로 삐라가 뿌려지기도 했습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비롯해 수많은 암세포들이 도처에서 활동하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스스로 관심을 갖고 다가서지 않으면 거짓된 이들의 선동에 현혹되기 십상입니다. 2016년 국가 채용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보훈대상자 85만4,356명 중 5·18 유공자는 불과 0.5%인 4,225명. 국가기관 등에 취업한 5·18 유공자는 전체의 1.2%인 391명 뿐입니다. 게다가 유공자 가산점 합격은 전체의 30%로 제한이 되어 있어 원칙적으로 싹쓸이가 불가한 구조죠. 북한군 개입설이나 시민 선제 총격설 등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합니다.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며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또한 "헬기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국방부의 협조 입장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반란의 수괴이자 광주시민 학살을 감행한 살인마인 전두환이 반드시 이로 인해 처벌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의 키워드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문재인 대통령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가보훈처 #박근혜 #이명박 #광주정신 #가짜뉴스 #광주 북한군 개입설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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