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헌정사상 최초로 대법원장이 구속된 사법부의 수치일

Posted by 자발적한량
2019.01.24 22:50 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2019년 1월 24일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수치일로 기억될 날이 되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일선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이로써 이번 정부 중 전임 행정부의 수장이 2명(이명박, 박근혜), 사법부의 수장이 1명(양승태)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했네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에 대한 심리는 어느 판사가 담당하는지부터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함에 따라 지난 9월 재판부 2곳을 증설하며 5개의 영장전담 재판부를 두었습니다. 영장전담 판사는 박범석·이언학·허경호·명재권·임민성 판사였죠. 원래 이 판사들은 2개조로 번갈아가며 전산으로 무작위·동수 배당되어 구속영장·압수수색 영장을 심사하는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심리만큼은 달랐습니다. 기피 또는 제척 의심사유가 있을 경우 협의를 거쳐 재배당이 이루어지는데, 전 대법원장 출신인만큼 근무 연고 등이 겹쳐 논란이 일기도 했고, 결국 비 행정처 출신의 명재권 부장판사가 심리를 맡게 되었죠.

앞서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심사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판사. 하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달랐습니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1일부터 총 5차례, 총 27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것에 비해 조서 열람과 검토에만 약 36시간을 할애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영장심사를 마치고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그대로 수감자 신분이 되었습니다. 이제 검찰은 10일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가 가능하며,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합니다. 검찰은 이 20일 이내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강수사를 마무리짓고 기소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한편 같은 날 영장심사를 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은 구속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허경호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모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 거래, 법관 사찰과 인사 불이익, 일선 법원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의 최종 책임자에게 내려진 당연한 귀결"라고 밝힌 것을 비롯해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법원이 의리가 아닌 정의를 선택했다"며 "단죄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고,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사법부 독립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필귀정"이라고 이번 구속을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정용기 자유당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어디로 가나 우려된다"며 "영장 발부 과정을 보면 모욕 주기가 자행됐다.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예우가 없었다"고 말했죠. 어느 세력이 대한민국 적폐의 중심이였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 결론을 지연시키는 등 다수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2015년 대법원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일선 판사들의 뒷조사를 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 등 40개 이상입니다. 9년동안 국민들은 이렇게 대한민국이 구석구석 썩은 줄 몰랐습니다. 국정농단에 이은 사법농단. '적폐'라는 환부를 도려내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룩한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정치적인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루어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입니다"라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퇴임사가 그저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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