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썰을 풀다

[편견타파 릴레이]피아노치는 음대생의 비애

자발적한량 2009.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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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타파 릴레이]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2. 다음 주자 3분께 바톤을 넘겨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 31일까지 입니다

[바톤이 넘어온 경로]
라라윈님              ☞ 편견타파 릴레이
해피아름드리님     ☞ 편견을 버리세요~ 편견타파 릴레이
검도쉐프님           ☞ 편견을 버리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용짱                    ☞ 용짱은 된장남?
생각하는사람님     ☞ 생각이 없는 생각하는사람?
미리누리는천국님  ☞ 결혼 11년차..이젠 지겨울법도 하다!! 권태기에 대한 편견
특파원                 ☞ 편견타파 릴레이를 참가하면서 다시보는 외눈박이 시선
♥ LovelyJoeny[편견타파 릴레이] 여자개발자(공순이)가 어떻다구효?!=ㅂ=^

 음, T군을 계기로 글까지 하나 써주셨던 ♥ LovelyJoeny님께서 바톤을 넘겨주셔서 꽤나 미루다가 이제서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ㅎㅎ 라라윈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편견타파 릴레이..T군의 얘기를 한번 시작해볼까 합니다..ㅎㅎ

 
 T군은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중인 학생입니다. 자..이 문장에서 파생되는 다른 이들의 문장들..'오~음대생~', '피아노치는 남자~', '피아노 짱 잘치겠네~' 등등등..하지만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T군에게도 역시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답니다..ㅎ


1. 음대생은 부르주아?
 이건 참 학교다니면서 많이 들었던 소립니다. 경영학 수업을 교양으로 신청하여 수강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경영학과 4학년이었던 한 분과 친해져서 수업을 같이 듣고 하게 됐는데, 한번은 밥을 같이 먹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업간 여유가 1시간 정도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학생식당을 놔두고 굳이 정문 앞 식당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T군이 그냥 '학생식당 가면 어때요? 내려가기도 좀 귀찮고..' 이랬더니 그 형의 말 한마디. "어라, 음대생들은 학생식당 안가지 않아?"

 허걱!ㅋㅋ그럴리가요. 황당해하는 T군의 반응에, 평소에 그 형이 주위 사람들하고 얘기하다 가끔씩 음대생들 얘기가 나오게 되면 번번히 나오게 되는 화제랍니다. 음악대학 앞 주차장만 유난히 차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어 도로변까지 자리를 잡고 있을만큼 음대생들이 차를 많이 갖고 다니고, 주차장엔 유난히 외제차가 많고, 음대생들은 배달음식을 시켜먹었음 먹었지 학생식당와서 줄서서 백반 같은 메뉴 안먹는다, 음대생들 레슨비가 타임당 20~30만원이나 된다 등등! 음..그런데 또 예는 무척이나 많이 드시더라구요. 뭐 부분적으로 맞는 것들도 있긴 있습니다.


 일단 음악대학 주차장에 유난히 차가 많은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대부분이 기악과 때문인데요. 관현악 전공생들은 자신의 악기를 갖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피가 작은 악기들은 괜찮겠지만, 첼로, 콘트라베이스, 튜바 등 부피가 큰 악기는 난감하죠. 또한 전공생들의 악기는 연습, 취미용 악기와 달리 무척이나 고가입니다. 제가 아는 한 첼로전공생의 악기는 1억(!)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고가의 악기, 부피가 큰 악기 등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자가용을 끌고 다니는 학생들의 수가 좀 되는 편입니다. 물론 넉넉해서 차가 있으신 분들도 꽤^^;; 외제차는 대부분 교수님들 차..ㅎㅎ

 음대생들이 학생식당을 가지 않는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음대생들은 학생식당에 갑니다. 제 후배들도 서로 손붙잡고 나란히 학생식당으로 향하곤 합니다. 그런데 T군은 사실 점심시간에 학생식당에서 줄서서 기다렸다가 밥먹는 것이 좀 귀찮습니다. 그래서 T군은 바이크를 타고 나가서 학생식당보다 살짝 비싼 음식을 먹거나, 음대 내에 있는 매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곤 합니다-_-; 그리고 음대생들은 수업외에도 레슨과 같이 변동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좀 있는 편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넉넉하지 않은 이상은 그다지 음악관을 벗어나진 않는 것 같습니다..ㅎㅎ 


 레슨비에 관한 문제는 시장형성 자체가 그리 된 것이니 뭐 T군이 딱히 쓸 필요는 없겠지만, 다 저정도 금액인 것은 아니니..T군의 집만 해도 한강이 복도에서 바라다보이는(!) 9호선 노들역 도보 3분거리(ㅋㅋ) 아파트에 삽니다. 에고..노량진입니다 노량진..ㅋㅋ아침, 저녁으로 교통이 마비되요. 동생이 올해 대학에 들어갔는데, 첫학기에 장학금을 받았다고 엄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기름값 아끼기 위해서 아빠는 버스, 엄마는 가끔씩만 차 갖고 나가는 평범한 가정입니다..ㅎㅎ 물론 어디에나 그렇듯 여유있는 사람들도 있지요. 평균적으로는 좀 높은 수치인 것은 맞습니다. 어려서부터 악기비, 레슨비 등을 감당하려면 음악시키려면 보통 돈이 드는 것이 아니죠..하지만 역시 일반화의 오류는 이 곳에도 임재해 계십니다..^^;


2. 피아노 전공하는 여자들은 다들 전지현?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은 X라스틴한 윤기있는 머릿결을 찰랑거리며 캐논 변주곡을 연주했습니다. 수많은 남자들에게 피아노치는 여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게 한 장면이었죠. 음, 그런데 그건 정말..아주 빙산의 일각입니다. 아! 물론 뭐 얼굴이 이쁘다 못생겼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구요. 그렇게 예쁘게 폼잡고 연주하는 모습만을 상상하고 계시는 분들께 환상을 깨시라는 겁니다..ㅎㅎ
 

자, 피아노 실기시험기간으로 시계를 좀 돌려보죠. 아침 6~7시경, 평소에는 사람 하나 없을 시간에 유난히 연습실 복도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험기간이라 연습실을 맡아두기 위해 아침부터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오신 분들, 잠이 덜깨 눈 퉁퉁 부어 계신 분들, 별별 분들 다 계십니다. 자, 이번에는 연습실 안으로 한번 들어가보죠. 베토벤 소나타 23번 '열정'을 연습하고 있는 한 전공생. 제목답게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계십니다. 피아노는 덜컹거리고, 팔뚝의 살이 흔들릴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연습중이십니다..에어컨은 작동이 제대로 되고 있는건지, 땀은 멈추질 않고, 앗, 남학생 몇 명은 니코틴 충전이 필요하다는 표정을 한 채 연습실 복도를 지나 음악관 밖으로 향합니다.


 이쁘게 화장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채 무대에 올라 자신과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습. 이 모습은 가장 마지막, 선택받은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순간입니다. 오디션 등에 붙거나 해서 연주회에 설 기회가 생기면 말이죠. 그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 피아노 전공생들은, 아니 음대생들은 똑같은 곡을, 똑같은 마디를, 아니 똑같은 음을 무한반복해서 연습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왜 저거만 계속 하는거야'라고 생각하겠죠. 그렇게 시간과 자신의 고단한 싸움이 끝나서야 관객들 앞에서의 화려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평소엔 장난없어요~


3. 피아노치는 남자들의 정체는?
 자, 피아노치는 남자.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신 분이시라면 치아키가 떠오르시겠지요. 샤방샤방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하지만 이것 역시 그냥 '뽑기'입니다. 실제도 T군이 입학해서 오티를 갔을 때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날 T군의 머릿속에 존재했던 '피아노치는 남자'의 편견이 깨졌죠. 딱 T군 2배만한 덩치의 선배, 이미 술이 올라와 얼굴이 토마토가 된 선배, 뒤에 이따만한 귀걸이하고 있는 선배..Wow! 그리고 선배들의 에피소드 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한번은 도로를 달리다 옆차랑 시비가 붙었는데, 옆차 운전자가 욕설을 하면서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는군요. 역시 기분이 상한 선배들. 다같이 SUV에서 내렸는데, 100kg가 넘는 거구 2명에 5명 모두 하나같이 '형님'삘 인상을 주었다나요. 하필 그날이 실기시험날이라 형들 모두 검은 정장 착용..옆 차 운전자는 차 문을 꼬옥 잠근채, 창문을 내릴 생각하지 않은 채, 홀로 조용히 출발하여 형들의 김을 새게 했다더군요. 오죽하면 T군이 들어왔다고 드디어 피아노치게 생긴 남자가 들어왔다고들 했을까요-_-;;;(그때 잘못본 거 같다고 요즘엔 하십니다) 피아노치는 남자가 다 치아키라는 법 없습니다. 피아노 건반이 한번에 두개씩 눌려서 고민하시는 분도 계세요. 음..그래도 다들 '나름'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 피아노치는 남자들입니다..ㅋㅋ 진지할 때는 많이 진지해요..ㅎㅎ


4. 음악하는 사람들은 공부 못한다?
이것도 아닙니다!! 수강신청 후 강의 첫시간이 되면 영어듣기와 같은 학부기초 과목에 어김없이 타 단과대 학생들이 있더군요. 그 분들이 음대수업을 택해서 들어오는 대부분의 이유는 '음대생들이랑 들으면 학점이 잘나오니까'. 참 기분나쁘긴 한데, 일단 T군은 학점이 잘 안나오는 편이므로 T군 얘기는 꺼낼 수가 없군요..;ㅋㅋ 하지만 우리 피아노전공생 중에는 홀로 법대 영어듣기를 수강해서 당당히 반 1등으로 A+를 따고 금의환향한 학생도 있구요..ㅋㅋ 2006년 전체 졸업생 평균 학점 1등 역시 피아노전공이었다는 거! 고등학교 때 입시를 위해 예체능반에 있거나 해서 아무래도 공부보단 실기에 치중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기와 공부의 비율이 대략 7.5:2.5 정도니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T군은 좀 깎아먹는 편이긴 하지만..-_-; 음대생이라고 다들 공부 못한다 이런 건 말도 안되는 소리!


5. 음대생들은 자기네끼리만 논다?
 일단 아무래도 교양수업을 제외한 전공수업을 모두 음악관에서 듣고, 평소에는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기 때문에 음악관 건물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편이긴 합니다. 뭐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매일 얼굴보는 사람들이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거죠. 동아리 활동도 평소 연습을 하느라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뿐이지 제 후배만 해도 테니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답니다. 교양수업 들으러 타 단과대로 내려갔다가 그쪽 학생이랑 눈맞기도 하구요..ㅋㅋ


6. 음대생들은 음악 밖에 할 줄 모른다?
 이런 편견은 참 의외라고 생각하는 데 은근히 그러신 분들이 많습니다. 당장 교수님들마저도..T군이 연주회 때 DSLR을 들고 촬영을 해드리면, '와, 태준이 이런 쪽에 또 흥미가 있었네~'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SDLR이건 똑딱이건 뭐 그냥 셔터만 누르면 되는 건데...☞☜ 음대생들은 진짜 자기가 하는 음악밖에 할 줄 알고 다른 일에는 관심없을 줄 아시는 분들 꽤 계시는데, 이 것 역시 꼭 그렇지만은 않답니다. T군도 이렇게 일 년반째 블로깅을 하고 있구요. 도자기 페인팅이 취미인 사람도 있고..사진에도 관심이 많고, 정치 얘기를 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이나 MB 얘기가 나오면 목에 핏발 세우고 열변을 토하곤 합니다..ㅎㅎ 촛불집회 나가서 경찰한테 방패로 머리 맞기도 하고..차라리 '음대생들은 음악 밖에 할 줄 모른다'를 '음대생들은 사회에 별로 관심이 없다'라고 한다면 나머지 경우는 예외라고 눈감고 넘어가 줄 수 있겠네요. 사회에 별로 관심이 없는 건 맞다고 말할 수도 있거든요. T군이 촛불집회 나가고, 음대 게시판에 이것저것 붙여놓고 하니깐, 딴 세상사는 사람 취급 하더군요..ㅎㅎ 한길만 걸어오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순수하다고 해두죠^^;;

7. 음대생들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뭐든 연주를 잘할 수 있다?
  이것도 좀 난감한 겁니다. 뭐 물론 대가들은 졸면서 연주해도 좋은 곡을 연주할 수 있겠지만..음대생들은 말그대로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입니다..때와 장소를 가릴 수 밖에 없죠..ㅠㅠ 특히나 갑자기 가요를 쳐달라고 부탁하시거나 자신만 아는 곡을 대뜸 연주해 달라고 하시면..무척 난감할 때가 좀 있습니다..^^;;

[편견타파 릴레이 바톤 이어받으실 다음 3분!!]

  호박님  : 완전 파워블로거 호박님! 사실 요즘 호박툰가서 눈팅만 하고 슬며시 추천 버튼 하나 누르고 오긴 하지만..그래도 나름 제 즐겨찾기에 추가해놓고 꼬박꼬박 찾아간답니다~ 호박님이 이어 받아주실 수 있으시려나..ㅎㅎ

 김치군님 : 제가 가보지 못한 곳의 여행기를 보면서 제 다음 여행을 꿈꾸게 해주시는 분입니다..ㅎㅎ 제가 정말 꼭 가고 싶었던 도미노 크리에이티브 원정대도 다녀오셨죠..ㅎㅎ 김치군님께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zzip
님 : 개구장이 왕자님과 완소 두 공주님의 zzip님! 세 아이의 엄마로써 생길 수 있는 에피소드를 들어보고 싶네요!

여러분께서 주시는 추천과 댓글이 T군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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