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독립기념일도 한국의 광복절처럼 8월 15일?인도 독립기념일에 대해
오늘은 제78주년 광복절입니다. 정부는 오전 10시 약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했는데요. 이화여자대학교는 한국 최초의 여학교이자 한국 최초의 종합대학인 이화학당이 그 전신으로,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권애라, 이애라, 조신성, 차보석, 하란사, 홍애시덕 등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학교입니다. 물론 김활란, 박인덕 같은 친일반민족행위자도 있긴 하지만요.
경축식은 독립운동가이자 국어학자인 이희승이 광복의 기쁨을 표현한 시 '영광 뿐이다'를 배우 유동근이 낭독하며 시작되어 2018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인 테너 방승주와 2023 강릉세계합창대회 어린이합창부분 1위를 수산한 '위자드 콰어어(Wizard Choir)'가 애국가를 부른 것을 비롯해 비보이 세계대회를 수 차례 휩쓴 퓨전엠씨,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한아름, 클라시쿠스 및 위자드 콰이어 등의 축하 공연, 배우 유동근, 공군 조종사 길한빛 대위, 누리호 발사 성공 유공자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부장 등의 선창으로 진행된 만세삼창 등의 행사가 있었죠. 그런데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뜬금없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反)국가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발언해 광복절 경축사가 아닌 현충일 추념사랑 바꿔 들고 온 것이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컨셉을 이상하게 잡네요.
자, 그리고 제가 머물고 있는 인도도 역시 오늘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로 시끌벅적합니다. 이미 일주일쯤 전부터 인도의 거리며 오토 릭샤(뚝뚝) 등에는 인도의 국기인 티랑가(삼색기라는 의미)로 물들어 있었죠. 차만 섰다하면 인도 국기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어김없이 도로를 헤집고 다니고.. 인도는 1947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바 있습니다. 인도의 독립 과정에 대한 포스팅 등은 짧게 설명하기엔 좀 무리가 있으니 다음 기회에 하는 것으로 하구요. 오늘은 인도의 독립기념일에 집중해보도록 하죠.
인도는 일본의 침략을 받은 국가가 아님에도 독립기념일이 8월 15일로 정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은 비록 겉으론 승전국이었지만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에 걸친 전쟁으로 인해 식민지들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습니다. 결국 인도인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더이상 억누르는 데 무리라고 판단을 내린 영국은 전후 최초의 총리인 1946년 클레멘트 애틀리 수상(총리)가 "1948년 6월까지 인도의 완벽한 독립을 허용할 것"이라는 발표를 합니다.
하지만 당시 인도 내 상황은 한국의 광복 이후처럼 혼돈의 시간이었습니다. 종전 이후인 1947년 영국령 인도제국의 마지막 총독으로 부임, 그해 8월 15일 출범한 인도 연방 자치령 정부로 정권을 원활하게 이양하도록 활동한 루이 마운트배튼 경은 인도 독립운동을 주도한 양대 산맥인 인도 국민 회의와 전인도 무슬림 연맹 간의 대립을 지켜보며 위기감을 느꼈고, 본국이 예고한 시기를 앞당겨 일본이 항복을 한지 2주년이 되는 1947년 8월 15일에 맞춰 인도 연방 자치령을 출범시키죠.
이때 출범한 인도 연방 자치령은 형식적으로는 영국에 속한 자치령였지만, 1931년 웨스턴민스터 헌장에 의거해 영국 본국과 동등한 주체로 군사권 및 외교권까지 지니고 있었기에 사실상의 독립 국가나 다름없었습니다. 자치령에 대한 법률 또한 각 자치령 의회가 제정하고, 영국 의회는 이들의 헌법의 개정에 대해 비준해주는 권한만 갖고 있는 형태였으니까요. 1867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만들어진 이 자치령들에는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인도, 파키스탄, 실론, 가나 등이 있었는데요. 인도가 헌법을 제정해 인도 공화국이 정식 출범한 것은 1950년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인도의 실질적인 독립 시점은 1947년으로 간주됩니다.
1947년 8월 15일 자정을 기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독립기념식에서 인도 연방 자치령의 초대 총리 겸 외상, 연방관계상에 취임한 자와할랄 네루는 "오래전 우리는 운명과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의 맹세를 이행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온 세상이 고요히 잠들어 있을 자정이 되면 인도는 생명과 자유로 깨어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그 순간에 오랫동안 억눌려온 국가의 혼이 되살아날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독립 기념 연설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운명과의 밀회(Tryst With Destiny)'입니다. 참고로 인도제국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마운트배튼 경은 인도 연방 자치령의 초대 총독을 맡아 1948년 6월 21일까지 의례적인 국가원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거 인도제국은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도 내 이슬람인들이 '파키스탄 독립 운동'의 결과 인도 연방 자치령과 파키스탄 자치령으로 분리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이슬람 세력과 이를 거부하는 힌두 세력의 갈등은 급기야 4천 명 이상이 사망하고 10만여 명이 집을 잃은 1946년 8월 16일 다이렉트 액션 데이를 비롯한 폭동으로 표출되었고, 영국은 두 나라를 별도로 분리해 자치령으로 만들었죠. 그래서 파키스탄의 독립기념일은 8월 14일입니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갈등은 이후에도 사그러들지 않다가 결국 1947년 카슈미르 지역의 귀속을 둘러싸고 양국 간의 첫 번째 전쟁이었던 '1947년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터지게 되죠.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광복 전후 상황과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자, 그럼 이번에는 인도 독립기념일의 모습을 살펴볼까요? 매년 인도의 독립기념일 행사는 수도인 델리에 위치한 붉은요새(Red Fort)에서 진행됩니다. 인도를 방문한 친구들과 함께 이걸 깜빡하고 14일에 레드포트에 갔다가 진입이 통제되어 있어서 발걸음을 돌려야했죠...ㅠㅠ 이날 행사는 레드포트 앞 광장에 마련된 행사장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입장한 뒤 군대의 경례를 받으며 시작되었습니다. 약식으로 준비된 사열을 마친 모디 총리는 인도의 국기를 게양했고 곧바로 21발의 예포와 함께 인도 국가인 'Jana Gana Mana'가 연주되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인도 총리의 연설이 이어졌고(무려 1시간 반....!!!!), 마지막으로 인도 국가를 제창하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총리의 기나긴 연설을 제외하면 행사의 구성은 상당히 간략한 편이죠?
이날 모디 총리는 이 90분 간의 연설을 통해 정부의 성과와 인도의 많은 도전 및 기회를 강조했습니다. 현재의 결정과 희생이 앞으로의 1,000년을 좌우한다며 국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기도 했죠. 인도에게 Covid-19 판데믹 이후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 힘이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인도의 빠른 성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설 도중 모디 총리는 최근 마니푸르 지역에서 있었던 마니푸르 폭력 사태를 언급하며 "국민들은 마니푸르와 함께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마니푸르 폭력 사태는 지난 5월 있었던 마니푸르 지역의 힌두교 메이테이족과 기독교 쿠키인/조족 사이에 발생한 폭력 사태로 130명이 사망하고 6만여 명이 피난을 갔으며, 메이테이족 수십 명이 쿠키족 남자 둘을 살해하고 그 가족인 2명의 여자를 나체로 끌고 다니며 윤간하고 동영상을 유포해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진 사태였죠.
아참, 제겐 슬픈 부분인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이 독립기념일을 'Dry Day'로 지정하여 주류 판매를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생일(Gandhi Jayanti)인 10월 2일은 전국적으로 Dry Day가 시행되고, 각 주 정부 및 시 정부 별로 조금씩 다를 뿐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죠. 하지만 어짜피 인도의 음주 문화는 식당이나 펍에서 술을 마시는 것보단 주류점(Wine Shop)에서 구입을 해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애주가들에게 별 타격은 없습니다. 대신 하루 전 날 다 사두거든요. 자, 그럼 이것으로 인도의 독립기념일에 대한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