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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퇴거 및 사저 아크로비스타 복귀,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자의 뻔뻔함과 자유대학과 짜고친 고스톱

자발적한량 2025. 4. 1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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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퇴거했습니다. 4월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파면된 지 일주일 만인데요.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9분께 관저 정문을 통과했습니다. 관저에서 출발하기 전 차에서 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약 4분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후 다시 경호 차량에 올랐죠. 이날 한남동 관저 앞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윤석열'을 연호하며 배웅에 나섰고,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 차례 손인사를 하고, 지지자들과 만나 직접 악수와 포옹을 나눴습니다. 대통령실 참모진들은 이날 오후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그를 배웅했죠.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의 호위에 둘러싸여 관저에서 퇴거하던 중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려 스스로 지지자들에게 다가가던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정말 뻔뻔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반복해 외치자 선거 유세장에 온 대선 후보라도 된 것 마냥 주변을 둘러보며 웃음을 숨기지 않았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치켜 보이는 동작을 반복하는가 하면 대중 연설을 하려는 듯 마이크를 찾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죠. 아, 김건희 여사가 차 안에서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공개석상에 등장한 건 지난해 10월 24일 폴란드 국빈 방문 때 이후로 169일 만입니다.

 

'과잠'입은 대학생과 포옹한 윤석열, 진실은 '자유대학'과 대통령실의 연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 관저 입구 앞에서는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가 주최한 집회인원 약 500명 규모의 집회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타날 것으로 알려졌던 오후 5시가 얼마 남지 않은 4시 40분경, 마이크를 잡고 있던 진행자 신혜식이 경호처의 요청이라며 "선착순으로 20·30·40 청년 200명에게 가까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 바리케이드를 따라 각종 문구가 적힌 피켓과 태극기,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이 200명 안에 들기 위해 줄을 섰고, 이렇게 '선택받은' 지지자 200명은 윤석열이 나타나기까지 메가폰을 든 다른 지지자의 선창에 따라 "Yoon Again(윤 어게인)", "대통령 윤석열, 우리가 지킨다" 같은 구호를 외치며 윤석열의 등장을 기다렸죠.

 

재밌는 것은 한 지지자가 "탄핵 무효"라는 구호를 외치자 곧바로 메가폰으로부터 "대통령님이 나오시면 그런 구호는 말고 'Yoon Again' 같은 응원하는 구호만 외칠게요"라는 지적이 날라온 것. 그리고 남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모습으로 관저 정문 앞에 나타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과잠'(대학교 학과 잠바)을 입은 청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포옹하고 악수를 했는데, 알고 보니 이것이 전국 40여 개 대학생 연대인 '자유대학' 소속 대학생들과 대통령실이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연출은 관저 퇴거 모습이 방송사와 유튜브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청년 세대가 윤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노출하기 위한 것으로, 이 사실을 밝힌 것은 바로  자유대학 대표인 한양대 재학생 김준희 씨. 이날 '자유대학'은 윤 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나지 1시간 40여 분 전부터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방송을 하던 김준희 씨는 "앞 쪽에 배치해 주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인간띠를 사저까지 한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관계자들께서 관저 쪽으로 와 달라고 부탁을 받아서 이쪽으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죠.

 

대화를 이어가던 김씨는 다시 한번 "일단은 오늘 그냥 대통령실 쪽에서 저희더러 와 달라 해 주신 거 같다. 감사하게 앞 쪽에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고, 김씨의 발언이 나오기 전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던 또 다른 자유대학 운영자는 "연락 다 해 둔 상태다. (과잠 입은 학생들) 다 올 거다.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는 "2030 청년들 앞으로 오셔서 신분증을 지참하시고 청년들은 들어갈 때 꼭 (윤 어게인) 피켓 들고 들어가 달라"고 당부하는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하죠. 이어 "청년들만 남고 나머지는 서 계실 필요 없다. 건너편으로 가시던가 한남대교 입구에 서 있어 달라"며 "여기 계셔 봐야 아무 의미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관저 앞 철수를 요청하는 말에 일부 지지자의 항의가 이어진 듯 이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죠.

 

뒤숭숭한 아크로비스타, 오전에는 현수막 관련 주민들 항의 사태도

윤 전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 21분 만인 오후 5시30분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도착한 뒤 지상에서 내려 건물 1층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아크로비스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몇몇 주민들이 "힘내라" "열심히 지지하겠다"고 인사하자 "잘 있었냐"고 화답했고, 주민들 사이에 서 있던 4살쯤 된 아이를 안으며 "내가 당선됐을 때는 완전 아기였겠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하죠. 한 아크로비스타 주민 A씨는 "주민들을 보고 웃기도 했지만 착잡하게 (사저로) 올라갔다"고 묘사했습니다.

 

이날 아크로비스타 입구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비롯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탄핵심판에서 "계몽됐다"는 명언을 남긴 법률 대리인 김계리 변호사가 꽃을 들고 서있었고, 며칠 전 관저에 초대도 받았던 전한길 씨도 마중을 나왔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날 관저를 떠나기 전 변호인단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며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실 아크로비스타에서는 오전부터 한바탕 소란이 있었습니다. 1층 현관 부근에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 문양과 함께 "대통령 내외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동대표 일동 명의의 현수막이 붙자 일부 주민들이 "왜 주민 동의 없이 이런 것을 붙이느냐"고 관리사무소에 항의한 것. 관리사무소는 "동대표들이 개인적으로 붙인 것이라 막을 수 없었다. 재물손괴로 고발당할 수 있어 뗄 수도 없다"고 했고 주민들은 "동대표들 개인 명의로 붙이라고 해라"라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한 주민은 "외부인이 보기에 아크로비스타 757세대가 전부 윤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우려했죠.

 

언론들이 전한 아크로비스타의 분위기는 뒤숭숭합니다. 윤 전 대통령이 이웃으로 돌아오는 데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하죠.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취임 후 6개월가량 아크로비스타에서 출퇴근할 때의 불편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외부 활동에 따라 주민 동선이 통제되고, 경호 차량이 지나갈 때 통신이 끊기고, 총·폭발물탐지기를 소지하거나 군견을 대동한 경호원들이 아크로비스타 일대를 순찰하는 등의 밀착 경호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날 오전부터 윤 전 대통령의 재입주를 앞두고 경호처 직원으로 보이는 검은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4~5명씩 몰려다니는 등 아크로비스타의 분위기는 어수선했습니다. 오전 9시쯤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볼 수 있는 엑스레이 스캐너가 건물 1층에 배치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한 주민은 놀이터 일대에 정장 차림 남성들이 모인 것을 보고 "낯설다. 또 시작이다.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습니다.

 

집회에 따른 소란 걱정도 컸습니다. 이날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아크로비스타 일대에는 윤 전 대통령의 지지·규탄 집회가 매일 9건씩 한 달간 신고돼 있습니다. 아크로비스타에 10여년 거주했다는 40대 남성 A씨는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라 절대적 안정을 취해야 했는데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집 밖에서 집회를 하니 스트레스가 매우 컸다. 소음측정기를 구매할 생각마저 할 정도"라며 "이곳은 공동주택인데 제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도 이웃들에 이런 피해를 줘도 되느냐. 따로 주택을 구해야 하지 않겠나"라 말했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을 환영한다는 입주민도 있었습니다. 한 70대 남성 주민은 "취임 초기에 이곳에서 출퇴근하실 때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며 "윤 전 대통령 고생하셨다. 환영한다"고 말했죠.

 

정치권 윤석열에 '어이상실'... "자숙하고 법의 심판을 기다리라"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에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민은 파면된 내란수괴 주제에 뻔뻔하게 상왕 노릇을 하려 든 윤석열의 후안무치에 분노하고 있다. 사저에서도 이런 행태를 반복한다면 그 죗값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고 비난했고, 개혁신당에서도 "윤 전 대통령의 개선장군 행세는 최소한의 사과를 기다리던 국민들을 향한 조롱이자 우롱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등의 쓴소리가 쏟아졌죠.

 

관저 퇴거 모습을 TV생중계로 본 시민들은 "헌법을 부정한 전직 대통령이 환영받는 모습은 용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모씨(45)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당해 쫓겨나면서 '카 퍼레이드'를 하듯 경호를 받았고, 지지세를 과시하며 분열된 정치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며 "최소한의 염치가 없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있었다는 점이 서글펐다"고 말했고, 송진혁씨(30)는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 봐서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지세를 이어가고,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모씨(60)도 "윤 대통령이 '통합의 가치'를 추구하기는커녕 지지자들을 통해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했죠.

 

'윤 어게인'을 외치는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모씨(36)는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났고, 이제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하는 시점인데 오히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장모씨(24)는 "대선 날짜까지 정해졌는데 왜 '윤 어게인'을 외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젊은 참가자도 눈에 띄던데 같은 세대로서 어쩌다가 그렇게 됐을지 생각하다 보면 착잡하다"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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