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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인도 '인디아'에서 '바라트'로 국호 변경 추진

자발적한량 2023. 9. 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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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터키가 튀르키예로 국호의 공식 영문 표기를 바꾼 데 이어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India)라는 국호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인 9월 9일과 10일 2023 G20 뉴델리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있는 인도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집권 여당인 BJP 측에서 그간 국가 명칭으로 사용해 온  '인디아(India)' 대신 '바라트(Bharat)'로 정식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 튀르키예는 그동안 자국 내에서는 '튀르키예(Turkiye)'를 쭉 사용해오다 공식 영문 표기만을 바꾼 것이지만, 인도의 경우 자국민들 역시 '인디아(India)'라는 국호를 사용해 온 터라 그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디아(India)'와 '바라트(Bharat)'의 유래

'인도(India)'라는 명칭은 '힌두(Hindu)'에서 유래한 것이고, '힌두'는 산스크리트어 '신두(Sindhu)'에서 유래했습니다. 여기서 '신두'는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인 인도의 인더스 강을 뜻했죠. 고대 페르시아 제국은 인도아대륙의 기준을 지리적 경계인 이 인더스 강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페르시아어의 발음 시스템에 의해서 신두는 힌두가 되었죠. 이후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면서 그리스에서 인도에 이르는 헬레니즘 제국을 건설하게 되는데, 이 때 그리스어 발음 시스템에 의해 '힌두'가 '인두'로 바뀌었고, 이로부터 '인디아(India)'라는 명칭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즉, '인디아(India)'라는 이름은 인도아대륙에서 살던 사람들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유럽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죠.

 

인도인들이 스스로의 나라를 부를 때 사용되는 이름은 기나긴 역사 만큼 다양했습니다만, 그 중 유명한 것이 바로 이 '바라트(Bharat, भारत)'. '바라트'의 어원은 그리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와 같은 인도 고대 대서사시 『마하바라타』(महाभारतम्, 직역하면 '위대한 바라타') 제1권 '아디 파르바'편에 등장하는 '삼라트'(황제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바라타(Bharata)'입니다. 『마하바라타』는 『라마야나』와 함께 인도의 정신문화를 지탱하는 두 기둥으로, 인도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마하바라타에 있고, 마하바라타에 없는 것은 세상에도 없다"고 말할 정도죠. 그래서 '바라트'는 인도인들이 힌두교 민족주의를 강조할 때 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가의 명칭을 두고 '바라트' 지지파와 '인디아' 지지파가 격렬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바라트 지지 세력은 '인디아'가 식민지 유산이며 인도아대륙의 다양한 정체성과 역사를 담아내지 못한다고 주장했고, 인디아 지지 세력은 바라트가 힌두교 외의 타 종교를 배제하는 등 인도의 다원적 성격을 담아내지 못한 힌두 민족주의의 한 형태라고 비판하며 인디아라는 명칭이 가진 국제적 인지도 등 실용성을 강조했죠. 결국 인도의 제헌의회는 두 이름을 모두 사용하는 절충안을 선택하게 됩니다. 1950년 1월 26일 제정된 인도의 헌법 제1조 제1항에는 'India, that is Bharat, shall be a Union of States'라는 문구를 담게 된 것이죠.  

 

나렌드리 모디와 BJP, '바라트'로 힌두 민족주의 단합을 도모하다

그간 '바라트'라는 단어는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 사이에서 관습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만,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 인민당(BJP)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14년 총선 승리로 권력을 잡으면서 '바라트'라는 명칭이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도 인민당의 열혈 지지자인 인도의 요가 구루(선생) 겸 사업가 바바 람데브(Baba Ramdev)가 설립한 생활용품 브랜드 파탄잘리(Patanjali)는 모든 상품에 'Made in India'가 아닌 'Made in Bharat'를 사용해왔구요.

 

2020년 미국 보잉사로부터 인도에 인계되어 대통령, 부통령, 총리만 사용하는 VVIP 전용기 에어 인디아 원(Air India One)에도 알파벳으로 쓴 India 앞에 데바나가리 문자(힌디어 알파벳)로 '바라트(भारत)'를 써놓았죠.  또한 인도 인민당과 모디 총리는 대중 연설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 과거 힌두교 독립운동 세력들의 구호였던 '바라트 마타 키 제(Bharat Mata Ki Jai, 어머니 인도 만세)'를 적극 활용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도 내 무슬림을 비롯한 반대 세력들의 비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18일 시작될 인도의 임시국회에서 국가명을 '바라트'로 공식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이 정부로부터 발의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지난 몬순 의회(인도 국회의 3개 정기 회기 중 하나로, 7월부터 8, 9월까지 이어짐)에서 인도 인민당의 의원 나레쉬 반(Naresh Bansal)이 '인디아'에 대해 "식민지 노예 제도를 상징하는 명칭"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에서 이를 삭제할 것을 주장했던 상태였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힌두 민족주의 단체인 인도 국민 의용단(Rashtriya Swayamsevak Sangh, 라슈트리야 스와얌세박 상)의 대표 모한 바그와트(Mohan Bhagwat) 등 많은 보수 힌두우파 세력들이 지지를 표명했고, 아삼(Assam) 주 총리인 히만타 비스와 사르마(Himanta Biswa Sarma)는 아예 자신의 트위터에서 인도를 '바라트 공화국'으로 지칭했죠.

 

이런 가운데, 인도 대통령궁 라쉬트라파티 바반(Rashtrapati Bhavan)이 만든 G20 정상회담 만찬의 초대장이 '인디아-바라트'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 초대장에는 그간 관례적으로 사용했던 'The President of India'가 아니라 'The President of Bharat'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 인도 국민회의(INC)의 원로인 자이람 라메쉬(Jairam Ramesh)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초대장을 올린 뒤 "모디 총리가 계속해서 역사를 왜곡하고 국가 연합을 분열시키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죠. 

 

 

'바라트'로의 국호 변경, 사실은 야당에게 식민지 잔재 이미지 씌우려는 큰 그림?

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BJP가 바라트로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는 사실 다른 속내가 있습니다. 그것은 인도 국민회의가 주축이 된 26개 야당의 연합체인 '인도국가개발포용연맹'(Indian National Developmental Inclusive Alliance) 때문. 인도국가개발포용연맹은 2023년 주 선거와 2024년 총선거를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 및 인도국민당에 맞서기 위해 지난 7월 18일 연합체를 구성하고 손을 맞잡았는데요. 이 인도국가개발포용연맹의 약자가 바로 'INDIA'인 것이죠. 그래서 여당 측은 인도국가개발포용연맹에 대해 과거 식민지의 잔재라는 이미지를 씌우려는 목적으로 힌두 민족주의를 자극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간 사용해온 국호인 '인디아'를 바꾸자는 주장까지 해가면서 '바라트' 띄우기에 나선 것입니다.

 

이번 인디아-바라트 국호 변경 논란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다가오는 임시국회에 달렸습니다. 결과가 진짜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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