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 유공자' vs '내란 연루 의혹' 윤석열 46년 지기 이완규 법제처장 겸 헌법재판관 후보자, 그리고 노무현
국회 출석한 이완규 법제처장 겸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퇴 의사 없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8일 대통령 몫인 헌법재판관 2인을 전격 지명하며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2인 중 한명인 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국회에 출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완규 법제처장에게 사퇴를 촉구했지만, 이완규 처장은 사퇴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 치열한 수싸움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서영교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나? 상식적으로 임명할 수 없다"며 "현상 유지하라고 준 권한대행일 뿐인데, 한 대행이 틀림없이 윤석열과 내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용민 의원도 "한 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 안 해왔다. 그런데 윤석열이 파면되자마자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해 버렸다. 임명권을 가지고 장난치면서 재판에 개입한 것"이라고 맹비난했죠. 그는 이어 "헌재를 농락하더니 (대통령 몫) 2명을 자기가 임명한다고 한다. 이건 헌재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지원 의원도 이 처장에게 직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는데, 그는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 최소한 법조인으로서 헌재를 망치지 말고 금명간 결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완규 처장은 "저는 한 대행이 (지명) 결정한 것을 존중할 따름"이라며 "(주신 의견은) 잘 참고하겠다"고 말하 사퇴 거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 처장의 재판관 지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지원에 나섰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기 만료 목전에 둔 헌법재판관 2명의 후임을 지명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완규 처장은 지난 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헌법학계에서도 이견이 좀 있는데, 거의 공통적 다수 의견은 ‘필요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고 설명했고, '필요성 여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예를 들어 만약에 권한대행 체제에서 북한에서 쳐들어올 경우에는 선전 포고를 해야 되지 않나. 그걸 권한대행이라고 하면 안 되느냐"면서 "급박한 상황이거나 중대한 상황,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꼭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권한대행의 권한은 제한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9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굉장히 두려운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탄핵심판도 있고 정당해산심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약 정권교체가 되고 법무부 장관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 헌법재판관 6명이 인용하면 정당이 해산된다"며 "국민의힘 1호 당원(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동에 동조하는 세력이 이번에 상당하지 않나.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죠. 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에 승리한 뒤 국민의힘을 내란옹호정당으로 몰아세워 정당해산심판이 진행될 것에 대비해 보수 성향 재판관을 서둘러 지명했다는 해석입니다.
'5·18 민주화 유공자'와 '내란 연루 의혹', 짙게 드리운 윤석열의 그림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와 검사 임용 동기로 '46년 지기'인 이완규 처장은 검사 사직 후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건 법률대리와 윤 전 대통령 장모이자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윤석열의 법률집사' '윤석열의 법률적 호위무사'라고 불려왔죠.
이완규 처장은 2003년 3월9일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검사들 대표로 노 전 대통령에게 맞선 이로도 유명한 인물입니다. 당시 대검찰청 검사였던 그는 함께 배석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가진 검찰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기라는 검사들 요구가 "세계 유례가 없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건 저희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법무부 장관이 가진 제청권,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지고 정치권의 영향력이 수없이 저희 검찰에게 들어왔단 사실 때문이다. 이런 폐해가 있어 주장하는 것이지 세계 유례가 없는 걸 갑자기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태도로 인해 무례하다는 뜻의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죠.
또한 이번 파동으로 새롭게 알려진 사실은, 그가 5·18 민주화유공자라는 사실. 보도에 의하면 이완규 처장은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1980년 당시 5·18 민주화 운동의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벽보를 게시한 혐의로 체포·구금·구속 수감된 이력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2008년 12월 5·18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이완규를 5·18 민주화유공자로 인정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1980년 5월 8일 서울대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 무기징역 선고를 내렸다가 외가가 있는 강릉으로 도피한 일이 있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민주화운동 전력까지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더불어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현재 이완규 처장은 현재 내란방조와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이기 때문이죠. 그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다음날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장관, 이상민 행정안전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회동한 것이 알려진 뒤 이 모임이 사건 은폐와 대응 법리 마련을 위한 '대책회의' 성격의 자리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습니다. 더구나 이완규는 회동 직후 휴대전화를 교체해 증거인멸 의혹까지 받았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었다"는 그의 해명은 의혹을 잠재우지 못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