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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요디아에 힌두교 람 만디르 봉헌, 총선 승리 위한 모디 총리·BJP의 힌두 민족주의

자발적한량 2024. 1. 2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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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요디아 힌두교 람 만디르 봉헌, 인도의 바티칸을 꿈꾸다

    어제 하루종일 인도 전역이 축제 분위기로 가득찼었습니다. 힌두교의 축제이자 인도 최대의 축제인 디왈리(Diwali) 그리고 새해가 되면 정말 폭죽들을 요란스럽게 쏘아대는데, 이 때만큼은 아니어도 한 60% 수준으로 폭죽들을 열심히 쏘아대더군요. 또한 수 많은 자동차들을 비롯해 오토 릭샤는 물론 거리 곳곳에서는 오늘의 행사와 관련된 주황색 깃발이 나부꼈습니다.

    오늘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UP) 주의 도시 아요디아에서는 람 만디르(Ram Mandir: 람 사원)의 봉헌식이 있었습니다. 몇몇 매체에서는 외신 기사를 복붙하다보니 실수로 '람 만디르 사원'이라고 쓰던데, 잘못된 표기입니다. 만디르(Mandir) 자체가 힌두교의 사원(Hindu temple)을 뜻하거든요. 아요디아는 힌두교도 사이에서 가장 널리 숭상받는 신인 '람'이 탄생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무굴 제국이 인도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초대 황제 바부르의 사령관인 미르 바키에 의해 Ramkot(람의 요새)으로 알려진 언덕에 모스크를 짓고 황제의 이름을 따 바브리 마스지드(Babri Masjid)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힌두교에서는 바브리 마스지드가 아요디아내에서도 람의 탄생지인 '람 잔마부미'(Ram Janmabhoomi) 유적지 위에 지어졌고, 모스크 건설을 위해 그 자리에 있던 람 만디르가 파괴됐다는  주장을 이어갔죠. 결국 바브리 마스지드는 1992년 극렬 힌두교도들의 시위 도중 카르세바크(karsevaks: 종교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파괴됐습니다. 이 일로 비롯해 아요디아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의 충돌이 일어나 무려 2,000여 명이 사망하는 인도 역사상 최악의 종교 분쟁이 벌어지죠. 람 만디르가 지어지기까지의 이야기는 상당히 길기 때문에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날 행사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비롯해 요기 아디티아나트 우타르 프라데시 주 총리, 힌두 민족주의 단체인 인도 국민 의용단(RSS)의 모한 바그와트 대표 등을 비롯해 고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타브 밧찬, 발리우드 메가스타 부부인 란비르 카푸르와 알리아 바트 그리고 비키 카우샬과 카트리나 카이프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1월 22일 임시 공휴일 맞은 인도의 풍경

    아요디아 공항에는 약 80편의 전세기가 착륙했고, 수 많은 열차의 노선이 임시 변경되어 아요디아로 향했습니다. 한 한국 식자재상은 거래처에서 꽃새우를 싣고 올라오는 기차편이 델리에서 아요디아 쪽으로 행선지가 변경되어 이를 비행기로 운송해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짓기도 했죠.

     

    인도 정부는 치안 유지를 위해 현장에 2만여 명의 보안 요원을 배치했고, 1만대 이상의 CCTV를 설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공서들에게 반일 휴무(half day) 명령이 내려졌죠. 주식 시장도 휴장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아예 22일을 임시 공휴일로 발표해서 학교가 휴교했고, 드라이 데이(Dry day)로 지정되어 술 판매가 금지된 것을 비롯해 구자라트 주, 차티스가르 주, 우타르 프라데시 주에서는  도살장의 운영 중단 및 육류 판매까지도 금지시켰습니다. 힌두교의 주요 절기에 금식을 하거나 육류를 먹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힌두교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죽이는 것을 죄로 간주하기 때문에, 종교와 관련된 특정한 날엔 그 신성함을 유지하기 위해 먹지 않는 것이죠. 덕분에 한국 교민들이 대거 몰려있는 그레이터 노이다 지역의 한식당들이 미리 받아둔 예약까지 취소해가면서 임시휴업을 선택하는 서글픈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미리미리  알려주든지..

     

     

    람의 유아 시절 우상 'Ram Lalla'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프라나 프라티슈타'가 있었습니다. '프라나 프라티슈타'는 산스크리트어로 '생명력의 확립' 또는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란 뜻으로, 신성한 본질  '프라나(prana: 숨결, 생명력)' 우상 혹은 물건으로 옮기는 힌두교의 종교 의식입니다. 이 의식이 없을 시 그 우상은 불완전한 것으로 간주하죠. 이날 봉헌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건 '프라나 프라티슈타'입니다. '프라나 프라티슈타'는 산스크리트어로 '생명력의 확립' 또는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란 뜻으로, 신성한 본질 인 '프라나(prana: 숨결, 생명력)' 우상 혹은 물건으로 옮기는 힌두교의 종교 의식입니다. 이 의식이 없을 시 그 우상은 불완전한 것으로 간주하죠. 

     

    인도 점성술에서는 하루를 48분 단위로 나눈 30개의 '무후랏'(muhurat)을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상서로운 무후랏은 '아비짓 무후랏'(Abhijit muhurat)입니다. 람이 태어난 무후랏도 바로 이 '아비짓 무후랏'이라고 알려져 있죠.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상서로운 시간은 단 84초 뿐인 '물 무후랏'(Mool muhurt)인데, 이 시간에 람의 아이 형상을 한 우상인 'Ram Lalla'에 영혼을 불어넣는 의식이 행해졌습니다. 인도 육군 헬기가 동원되어 만디르 상공에서 꽃잎을 뿌리면서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까지 했죠.

     

    종교 행사를 가장한 모디 총리와 BJP의 총선 출정식? 그들의 힌두 민족주의

    하지만 이날의 람 만디르 봉헌식을 두고 인도의 야권 및 외신들은 이날의 행사가 종교적인 성격보다는, 정치적인 성격을 더욱 크게 띄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람 만디르 건축은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2020년 8월 5일 착공을 한 람 만디르는 이제 1단계를 마쳤을 뿐이며, 전체 성전 완성은 내년 12월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성대하게 봉헌식을 거행한 것일까요? 이유는 바로 올 4~5월에 예정되어 있는 총선 때문입니다. 그리고 람 만디르 건축은 현재 집권여당인 인도인민당(BJP)가 35년 전부터 약속했던 핵심공약이었죠. 만디르의 건축에 사용된 비용이 약 2억1700만 달러(한화 약 2908억원)입니다.

     

    모디 총리와 BJP는 그간 힌두 민족주의를 끊임없이 활용해왔습니다. 인도 인구의 약 80%가 힌두교 신자인데, 힌두교도 표를 독식하면서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죠. 이미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있었던 2023 G20 뉴델리 정상회담 당시 인도 대통령궁 측은 정상회담 만찬 초대장에 'The President of Bharat'라고 적었으며, 회의 기간 내내 모디 총리의 앞에는 'BHARAT'이라고 적힌 국가 명패가 있었습니다. Bharat는 Hindustan과 함께 힌두교도들이 자국을 지칭할 때 애용하는 인도의 또 다른 국명이죠.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India'를 사용해 왔음에도 돌연 'Bharat' 띄우기에 나서며 역시 힌두 민족주의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한동안 인도를 시끄럽게 했던 국호 변경 논란은 어느새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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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인도 '인디아'에서 '바라트'로 국호 변경 추진]

     

    뿐만 아닙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인도 중앙정부가 '인도가 G20 의장직을 맡게 되었다'는 것 하나 만을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만 81억5,000만 원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사용된 비용은 더욱 어마어마하겠죠. 2023 G20 뉴델리 정상회담 로고는 집권 여당 BJP의 상징인 연꽃이 지구를 받치고 있는 형상으로 제작되었고, 인도 전역에는 G20 행사를 알리는 홍보물과 모디 총리의 입간판 혹은 사진이 어김없이 함께 걸렸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2010 G20 서울 정상회담 로고인 청사초롱 로고 옆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달아두는 격이죠. 행사 기간 내내 인도 언론들은 모디 총리가 세계 정상들을 이끄는 '리더 중의 리더'로 보이게끔 앞다퉈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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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맹이 없었던 2023 G20 뉴델리 정상회의, 인도 현지인들이 바라보는 G20은?]

     

    이날 람 만디르 봉헌식 근처에서는 람과 모디 총리의 입간판이 함께 세워져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최고로 인기있는 신인 람과 동일선상에 놓여져 있는 모디 총리. 이날 행사를 주관하는 모디 총리의 모습을 보면서 인도가 세속 국가인지 힌두 신정일치 국가인지 슬슬 혼란이 오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AP통신은 '힌두교 사원 개관식이 대규모 국가 행사로 변질됐다'며 '사실상 모디 총리의 선거 운동이 시작된 것'이라고 꼬집었고, 미국 CNN은 1992년 유혈 사태 당시 가족을 잃은 현지 무슬림들을 인용해 '아요디아의 50만 무슬림은 추방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떤다. 이들은 30년 전 종교적 폭력이 재발할까 봐 두려워한다'고 전했습니다. 

     

     

    인도의 정치 평론가 프리트비 다타 찬드라 쇼비는 '만디르 봉헌은 종교적 의식이라기보다는 총선 캠페인의 시작처럼 느껴진다'며 '총리가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황제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고, 인도국민회의(INC) 일부 지도부는 이날 행사를 보이콧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그간의 10년에 5년을 더한 15년 집권의 야망을 접지 않고 계속해 힌두교를 이용할 것 같군요. 며칠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는 앞면에 마하트마 간디, 뒷면에 델리의 붉은 요새(Red Fort)가 인쇄된 500루피 지폐의 이미지가 앞면은 람으로, 뒷면은 람 만디르로 교체된 사진이 퍼져 나갔는데요. 이것이 모디 총리와 BJP의 찬성파 혹은 반대파 어느 쪽에서 만든 이미지냐에 관계없이, 그만큼 힌두 민족주의가 인도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이날의 봉헌식을 보면서 소위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리는 인도가 세속국가를 스스로 벗어나 신정일치국가로 나아가는 것이 느껴져 씁쓸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모디 총리의 이 사진을 보면서 한 국가의 지도자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아니면 한 사원의 수도자 같은 느낌이 드시나요? 모디 총리와 BJP는 종교를 악용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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