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불법도박으로 LA다저스에서 해고, 오타니는 그와 절교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의 2차전 경기가 있었던 21일,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LA다저스로부터 해고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미즈하라 잇페이가 전날 고척스카이돔에서 있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서울시리즈 1차전에도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들 무슨 일인가 싶었죠. 그런데 그 전모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LA타임스는 미즈하라 잇페이가 불법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자금을 대량으로 절도한 혐의로 오타니의 변호인에게 고발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에 거주 중인 불법 도박업자 메튜 보이어를 조사하던 과정 중 오타니의 이름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오타니 측 변호인이 진상조사에 나선 결과, 잇페이가 오타니의 돈으로 불법 도박에 손을 댄 사실이 드러난 것이죠. ESPN에 따르면 잇페이가 빼돌린 돈이 최소 450만 달러, 한화로 약 6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앞서 미즈하라 잇페이는 사건의 정황을 인지한 ESPN과의 인터뷰에서 "오타니에게 도박빚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전에도 드래프트킹(DraftKings)를 통해 베팅을 했으며, 도박업자 매트 보이어를 통해 합법적으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분명히 오타니도 (내 도박빚으로)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도록 하려고 날 도와주려고 했다. 날 위해 갚아주기로 한 것"이라면서 "난 오타니가 베팅에 관여한 것이 전혀 없고 나 또한 이것이 불법인 줄 몰랐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렵게 인생의 교훈을 배우고 있다. 다시는 스포츠베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죠.
하지만 이러한 그의 해명은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미즈하라는 21일 ESPN에 "오타니는 도박빚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도박업자에 송금도 하지 않았다"면서 스스로 했던 말을 뒤집었죠. 불법 도박업자 보이어의 변호사인 다이앤 배스 역시 ESPN에 "보이어씨는 결코 오타니 쇼헤이를 만난 적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메이저리그 선수, 구단 직원이 야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에 배팅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합법적인 절차였을 경우입니다. 심지어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스포츠 도박이 불법이구요.
안타까운 것은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관계. 두 사람은 직업적인 관계 이상의 절친입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오타니가 니혼햄 파이터스가 입단한 2013년 이후. 당시 미즈하라는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오타니가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하면서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미즈하라가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의 통역을 맡은 게 올해로 7년차. 미즈하라는 더그아웃, 라커룸, 선수 휴게실, 여행지, 미디어 인터뷰 등 오타니가 가는 곳이 어디든 항상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미즈하라의 인지도는 상당한 편이죠. ESPN은 "오타니 팀 동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우정을 뛰어넘는 형제애라고 표현할 정도"라고 언급했었죠.
미즈하라는 그간 매년 연봉 계약을 해왔는데, ESPN은 그의 연봉이 30~50만 달러(한화 약 6억 6,000만 원)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일반 직장인의 3~5배에 해당하는 연봉이죠. 오타니는 SNS에서 미즈하라를 삭제했습니다. 아내까지도 완벽하게 얻은 오타니에게 이번 미즈하라의 배신은 큰 아픔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