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제네시스 역주행 사고로 9명 사망, 운전자는 급발진 주장, 아내는 "내 옷으론 지혈 안돼"
난데없는 참변이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주말을 마치고 첫 출근을 해 월요병을 가까스로 이겨낸 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귀가에 나선 9명의 남성들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서울의 심장부인 시청역 앞은 이들의 시신과 숨이 붙어있는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119 구급대원들이 한데 모여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1일 오후 9시 27분경, 서울 시청역 인근의 웨스틴조선 호텔 방향에서 진회색 현대 제네시스 차량이 굉음과 함께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로에 있던 BMW 차량과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제네시스는 그대로 인도로 돌진했습니다. 인도 쪽에 설치되어 있던 안전 펜스는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차량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는 거의 나는 듯이 인도를 덮쳐버렸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총 13명, 이 중 부상자가 4명이고, 사망자는 9명입니다. 특히 사망한 9명은 전원 남성으로, 30대 5명, 40대 1명, 50대 4명입니다. 이들은 모두 휴대폰을 보면서 인도를 걷는 등 평범하게 이날의 일과를 정리하거나 귀가길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망자들 중에는 평소 함께 일하던 동료도 있었다고 하죠. 현장에서 사망판정을 받은 6명의 시신은 모두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습니다.
나머지 부상을 입은 이들은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응급처치를 받은 뒤 신촌세브란스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적십자병원, 서울대병원 등에 분산수용됐습니다. 하지만 3명이 추가로 숨지고 말았죠. 현장은 차량에 의해 파손된 가드레일과 함께 부서진 오토바이, 부상자들로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60대 버스 기사로 알려졌습니다. 개인 차량을 타고 나왔다가 사고를 낸 것인데, 이 남성은 사고 직후 주변에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돌진하던 차량에서 굉음이 났고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이 이뤄진 점 등은 차량의 상태가 비정상적이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고 차량은 인도위를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보행자들을 들이받았고,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시청역 12번 출구 근처에서야 간신히 멈춰섰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들은 "사고를 현장에서 봤는데 급발진은 아니다. 일방통행길에서 반대길로 나왔는데 급발진은 끝이 날때까지 가서 뭔가에 부딪쳐야 멈추는데 이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멈췄다"며 "무엇인가에 박고서 멈춘 것이 아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가해 차량의) 조수석에 여성분이 동행했었다. 나이는 60~70대 사이였다. 그 분(조수석)은 사람 살리는 것엔 관심 없고 운전자만 챙기고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또 다른 목격자는 "흰옷을 입은 여성이었는데 사람이 죽어가는데 지혈을 해야 한다고 했으나 자기 옷으로는 안된다고 했다"며 "피해자들은 인도에 있다가 다 죽었다"고 분노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갈비뼈 골절로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60대 여성은 운전자의 아내였는데,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경찰은 현재는 가해 차량 운전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여서, 진술이 가능한 시기에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이 됐구요.
한편 뒤늦게 사망자 중 서울시청 총무과에서 근무하던 50대 김모 사무관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김 사무관은 서울시에서 타세자를 추적하는 업무를 맡아 투철한 사명감을 보여왔다고 합니다. 고인은 생전 KBS 공익 프로그램인 '좋은나라 운동본부'에 출연해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소속으로 소개됐었죠. 유족과 지인들은 "밥 먹고 일하는 것밖에 모르던, 사명감을 갖고 한결같이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라며 소개했고, 네티즌들은 "이렇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하필 사망했다"며 추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