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미사일' 현무-5부터 '죽음의 백조' B-1B 랜서, 그리고 시가행진까지...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이모저모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오늘은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입니다. 원래 육해공군은 각각 기념일을 따로 갖고 있었는데,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이 "육해공군 기념일에 관한 건을 폐지한다"는 명령을 내린 후 6·25전쟁 당시 '백골부대' 3사단이 38선을 처음으로 돌파한 날이 10월 1일이라는 것이 새롭게 확인되자 이를 국군의 날로 지정했죠.
국군의 날은 1956년 정식 국가 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박정희 유신 군사독재 체제 하의 1976년부터는 공휴일로 지정이 되었다가, 1991년부터 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휴일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달 3일 국무회의에서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34년 만에 국군의 날이 공휴일이 됐죠. 뭐 이래저래 말들은 많았지만요.
오늘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는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거행됐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하는 날이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 정권은 지금이라도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는 한편 한미동맹과 이에 기반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나갈 뜻을 재차 밝혔습니다.
최초 공개된 '괴물 미사일' 현무-5와 서울 상공 비행한 미 공군 B-1B 랜서
기념사 뒤 시작된 '국토수호 결의행사'에서는 공군 F-15K 등 공중전력의 전술기동, 특전 장병 태권도 시범 및 집단강하, 육해공 합동 고공강하가 이어졌습니다. 그 이후 이어진 분열은 회전익 항공기 선도비행을 시작으로 도보부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장비부대, 3축 체계(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에 한국형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을 더한 개념), 고정익 항공기 순으로 진행습니다.
총 5,400여명의 병력과 340여대의 장비가 참가한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3축 체계 핵심 무기인 초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 작년에 공개된 현무-4의 탄두 중량이 2t인데, 이 현무-5의 탄두 중량은 무려 8t.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인 현무-5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로,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입니다. '괴물 미사일'이라고 불리죠.
주목을 받은 것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미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록웰 B-1B 랜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미군이 운용하는 3대 전략 폭격기로, 최대 속도 마하 1.25에 최대 12,000㎞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괌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 만에 도착해 작전을 펼칠 수 있죠. 미 공군 전략폭격기 가운데 폭탄과 미사일 탑재량이 최대인 B-1B는 이번 행사에 참가해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했습니다.
B-1B 랜서가 전개될 예정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에서는 이에 발끈해 "상응 행동"을 취하겠다며 도발을 시사하고 나선 바 있습니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미국의 예고 없는 전략자산 전개가 치유불능의 악습으로 고착됐다"며 B-1B와 시어도어 루즈벨트호 등을 거론한 뒤 "미 본토 안전에 중대한 우려감을 더해주는 새로운 방식들이 응당 출현돼야 할 것" "우리는 그러한 새로운 행동계획들을 언제든 검토해볼 수 있으며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신형 ICBM의 시험발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죠.
군사독재정권 이후 40년 만에 진행된 2년 연속 국군의 날 시가행진
오후에는 10년 만에 시가행진이 재개된 작년에 이어 서울 도심에서 시가행진이 펼쳐졌습니다. 2년 연속으로 시가행진이 열린 것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이후 40년 만입니다. 시끄럽고 교통이 통제돼서 불편하다는 불만과 함께 예산 낭비란 비판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군 당국은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첨단무기를 공개해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시가행진을 위해 서울 도심을 비롯해 동남권 일대 도로에서는 교통통제가 이뤄졌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시가행진 행사로 인해 군 병력 수송 버스와 K2전차 등 기갑 장비부대가 이동하는 오후 1시 40분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서울공항부터 헌릉로∼양재대로∼동작대로∼현충로∼한강대로에 이르는 진행 방향 전 차로를 통제했죠. 또한 시가행진 구간인 세종대로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는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양방향이 통제됐습니다. 교통통제는 시가행진이 마무리되는 오후 4시 30분 서소문로를 시작으로 오후 7시까지 순차적으로 해제될 계획입니다.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열린 오늘의 시가행진에는 3,000여 명의 병력과 83종 340여 대의 장비가 참여했습니다. 시가행진은 오후 3시 국군군악대와 전통악대, 의장대의 퍼레이드로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역대 최초의 호국영웅 카퍼레이드가 진행됐습니다. 이 카퍼레이드에는 6・25 전쟁 참전용사인 류재식 씨와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 등 호국영웅과 유족 10명이 참여했습니다.
뒤이어 장비부대, 도보부대의 시가행진이 시작됐다. 특히 이번 장비부대의 행진에는 대공포, 장갑차 등을 운용하는 장병이 가족과 함께 장비에 탑승해 행진을 했죠. 특히 오늘 처음으로 공개된 현무-5를 비롯해 지난해 있었던 시가행진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이 2년 연속으로 모습을 드러내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지난해엔 우천으로 취소됐던 대규모 편대 비행도 이뤄졌구요.
시가행진 위해 80억 원 예상 편성 '세금 낭비' 비판 나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덕분에 시가행진 현장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시가행진을 지켜봤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시가행진을 지켜보며 박수갈채를 쏟아냈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북 관계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시가행진에 국방부가 약 8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이 알려지며 혈세 낭비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편성했던 101억 원(99억원 사용)보다는 약 21억 원 줄긴 했지만, 시가행진을 하지 않았던 2020~2022년 국군의날 행사 평균 예산인 21억 원보단 훨씬 큰 규모라 예산 낭비 논란이 터져 나왔죠. 더불어 시가행진 예행연습 중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구요.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훈령까지 바꿔가며 5년에 한번 하던 값비싼 시가행진을 매년 개최하도록 했으면서 정작 장병들의 복지 예산은 제대로 집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만성적 세수 부족 상황에서 소중한 국군장병들의 안전과 국민의 혈세를 대통령과 장성들을 위한 '병정 놀음'에 쓰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벌써 두 명의 병사가 중상을 입어가면서까지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군의 시가행진을 과도하게 추진할 필요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군사정권의 연례행사였습니다. 그리고 문민정부를 표방했던 김영삼 정부 때부터 매 5년 주기, 즉 정권 기간 중 1회 실시했고, 이후 국방부 훈령을 통해 아예 '5년에 1번'으로 법제화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재인 정부에서 국군의 날 행사를 대통령 취임 첫해 하되 시가행진은 선택 사항의 하나로 훈령을 바꿨죠.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시가행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시가행진을 포함한 대규모 행사를 국방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매년 열 수 있게 훈령을 다시 바꾸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로 국군의 날 행사와 시가행진이 가능해진 것.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결산보고서에서 국군의 날 행사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고 지적했고, 국방부가 내년 국군의 날 예산으로 또 다시 80억 원 가량을 신청했는데, 기재부에서 68억 원이 삭감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