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 선거·일본 총리 결정전, 새로운 일본 내각총리대신은 어떻게 결정되나?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일본의 정치체계 '입헌군주제'와 '의원내각제'
일본의 정치 체제는 1947년에 제정된 일본국 헌법에 기초하여 구성되어 있는데, 입헌군주제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동아시아 유일한 입헌군주국으로 천황이 군주죠. 하지만 천황은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상징적 국가원수의 역할을 수행할 뿐입니다. 스웨덴의 군주제와 가장 흡사한 형태.
자, 실질적으로 일본을 이끌고 있는 의원내각제를 살펴보죠. 일본 국회는 양원제로,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과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으로 구성됩니다. 정부의 공식 서열상으로는 당연히 상원인 참의원이 중의원에 앞서지만, 중의원에게 조약 승인권, 총리 지명권, 내각 불신임권, 예산한 승인권 등을 갖고 있고, 중의원이 가결한 법률안을 참의원이 부결시키더라도 중의원이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되는 만큼 중의원이 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 정치체제의 꼭지점, '내각총리대신'
행정권은 중의원에서 지명하고, 천황이 명목상으로 임명하는 내각총리대신과, 내각총리대신이 지명하는 국무대신으로 구성되는 내각에서 행사하게 되는데, 여기서 내각총리대신이 바로 우리가 일본 총리 혹은 일본 수상이라고 부르는 자리입니다. 국무대신은 우리나라의 장관에 해당되는 각료죠. 일본에 장관이라는 직함이 따로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청장'에 해당됩니다.
이론상으로 내각총리대신은 국회의원이기만 하면 누구나 입후보 자격이 있기 때문에 참의원 의원도 총리를 할 순 있지만, 패전 이후 귀족원이 참의원으로 대체되고 일본제국에서 일본국으로 전환된 일본국의 역대 총리들은 100% 중의원에서 배출했습니다. 게다가 내각 역시 대부분 중의원 의원으로 채워지며, 참의원 의원이 내각에 입각은 할 수 있지만 전체 대신 수의 1/3 정도만 입각을 하죠.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을 내각에 입각시키는 것 역시 가능하구요.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국회의원이 아니면서 대신이 되는 '민간인 각료'는 역대 내각에서 손에 꼽습니다. 현재 기시다 총리의 내각은 단 한 명도 민간인 각료가 없었습니다.
참, 일본의 초대 내각총리대신이 누군지 아시나요? 바로 이토 히로부미입니다. 1885년 12월 22일 초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임명된 이토 히로부미는 무려 4번이나 내각총리대신 직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전범이자 내각총리대신을 역임한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4차에 걸쳐 총리직을 역임하면서 역대 최장 집권 내각총리대신이 됐죠.
자민당의 위기 속에서 선출되는 새로운 자민당 총재 ·일본 총리
자, 그럼 이제 이 내각총리대신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살펴보죠. 내각총리대신이 국가의 정상이기는 해도 의원 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은 총리를 직접 선출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의원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뽑은 중의원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의 다수당을 이끄는 대표가 총리직을 맡게 되죠. 즉, 제1당의 당수가 의결을 거쳐 총리에 오르는 것입니다. 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이자 일본 제1당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총재였습니다.
그런데 기시다 총재가 다음 총재 선거에 도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27일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에 따라 일본의 총리가 결정되게 된 것. 참고로 일본은 1996년 1월 11일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이 집권한 2009년 9월 16일 ~ 2012년 12월 26일까지를 제외한 약 3년을 제외하고 25년 가까운 세월동안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최근 자민당은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었습니다. 자민당 6개 파벌 중 가장 오래된 파벌로, 경제 중심주의 노선을 택하는 자민당 보수 본류 파벌인 '고치카이'(기시다파)가 최근 정치단체 해산 신고서를 총무성에 제출한 것을 비롯해 모리야마파(근미래정치연구회)는 이미 해체됐고, 다른 3개 파벌도 해산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시코카이)만이 파벌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죠. 특히 기시다파라고 불리는 '고치카이'는 '소득 배증 계획'으로 유명한 이케다 전 총리를 비롯해 오히라 마사요시, 스즈키 젠코, 미야자와 기이치에 이어 기시다 현 총리까지 모두 5명의 총리를 배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2018∼2020년 사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 수입 가운데 일부를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조성한 사실이 2023년 뒤늦게 드러나면서 벌어지게 됐습니다. 자민당의 지지율 재집권 11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자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벌 해체 방침'을 잇따라 선언했죠.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12월 기시다파 탈퇴를 선언했고, 기시다파는 올해 1월 최종 해산을 결정했었습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을 해명하기 위해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국회 윤리심사회에 출석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이 될 자민당 총재 선거 방식
자민당 총재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최소 20명의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의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원래 이 추천인 제도는 자민당 창당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지만, 1971년 후보자 난립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죠. 1982년엔 무려 50명까지 추천인 조건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중견·청년 정치인의 출마 장벽을 낮추기 위해 2002년 20명으로 조정됐습니다. 왜 하필 20명인지에 대해서는 "총재가 됐을 때 각료나 당 집행부에 기용하는 인원을 상정해 20명이 된 것 같다"는 것이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 담당자의 전언. 추천인 명단은 추후 공표되기 때문에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할 경우 그를 추천한 의원 역시 힘을 잃고 찬밥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선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당우(당에 소속하지는 않지만 당 정책을 지원하는 단체에 소속하는 자) 367표를 합친 전체 734표 중 과반을 차지해야 합니다. 개표 결과 아무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상위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죠. 결선투표는 국회의원 367표와 함께 광역자치단체 도도부현에 1표씩 할당되는 '도도부현연표' 47표를 놓고 진행됩니다. 국회의원 표의 힘이 더 강해지는 구조죠. 이렇게 결선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자민당의 신임 총재로 당선되며, 자민당 신임 총재는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이 되는 것입니다.
일본 내각총리대신의 임기는 그동안 총 6번의 수정을 거쳐 2017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3년에 연속 3연임'까지 가능하도록 바꿨습니다. 한 번 퇴임한 총재가 다시 집권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재집권에 성공한 총재는 아베 신조 전 총리 단 한 사람 뿐이었죠. 임기가 3년으로 연장되거나 2년으로 줄어드는 배경에는 총재가 가진 방침이나 역학관계가 영향을 끼칩니다.
차기 자민당 총재 및 일본 총리 후보는 누구?
이번 선거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출마를 공식 표명했습니다.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이번 주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구요.
그 중에서 가장 시끄러운 것은 극우 정치인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아베 전 총리의 주요 정책을 계승해 재정확대와 방위력 강화 등을 통한 종합적인 국력 강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습니다. 헌법 개정이나 안정적인 왕위 계승을 위한 왕실 전범의 개정 의지도 밝혔죠. 문제는 그녀가 야스쿠니 신사에 매년 직접 참배할 정도로 극우에 가까운 보수 정치인으로 분류된
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