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웨이브 가입자 감소에 멤버십 할인 칼 빼들다... 과연 넷플릭스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가 1위 자리를 독주하고 있는 1강·2중·2약 체제의 국내 OTT 시장에서 가입자 감소를 겪고 있는 OTT업체들이 구독료 할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할인이 과연 해당 업체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돌파구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은 상황.
우선 디즈니플러스를 살펴보겠습니다. 21일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28일까지 스탠다드 멤버십의 연간 구독료를 기존 9만9,000원에서 약 40% 할인된 가격인 5만9,500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신규 가입 고객 및 현재 유효 멤버십이 없는 재구독자 적용 대상. 디즈니플러스의 스탠다드 멤버십은 구독료 월 9,900원에 광고 없이 1080p 화질을 지원하며, 동시 접속 기기는 2대로 제한되는 구독 프로그램인데, 해당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월 구독료는 4,900원으로 낮아집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무빙’, '최악의 악'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질란테', '킬러들의 쇼핑몰', '삼식이 삼촌', '화인가 스캔들', '지배종' 등 다양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지만 만족스러운 가입자 반등은 이루지 못했죠. 앱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의 지난달 MAU(월간활성화이용자수)는 285만명으로, '무빙' 흥행으로 394만명까지 늘었던 지난해 9월 MAU와 비교하면 28% 넘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러던 찰나 지난 8월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한 박훈정 감독의 '폭군'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 1위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자, 디즈니플러스는 이 기세를 타고 구독료 할인 프로모션과 대규모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하며 이용자 잡기에 나선 것입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달 12일 오리지널 시리즈 '강매강'을 공개했고, 하반기 추격 범죄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 강풀 작가의 차기작 '조명가게' 등을 공개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트리거', '하이퍼나이프', '넉오프', '나인 퍼즐', '파인', '북극성', '메이드 인 코리아' 등 라인업을 연이어 선보이는 등 콘텐츠 공세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토종 OTT 업체인 웨이브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을 단독 중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웨이브의 MAU는 440만명으로 전월 대비 불과 0.4% 늘었죠. 1년여 사이 웨이브의 MAU는 200만 명이나 이탈했습니다. 같은 토종 OTT 티빙, 쿠팡플레이가 785만명, 685만명을 기록하며 MAU를 꾸준히 늘려가는 것을 보며 웨이브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결국 웨이브의 선택 역시 구독료 할인. 추석 연휴를 맞아 22일까지 연간 스탠다드, 프리미엄 이용권을 33%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했고,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7일 동안 첫 달 구독료를 100원에 제공하고 2개월 동안 50% 할인해주는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 중입니다. 가장 많이 이용자들이 있는 웨이브 중간 요금제 스타다드 이용료가 1개월 1만 900원, 12개월은 8만 7500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월 5000원 가량 할인을 해주는 셈. 공지된 이벤트 기간은 2개월이지만, 이용자 방어를 위한 할인 제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웨이브가 콘텐츠 차별화 전략으로 내놓은 것이 '옛 드라마 재탕'이라는 점은 웨이브의 앞날을 어둡게 만듭니다. 웨이브는 지난 7월 이른바 '뉴 클래식(New classic)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고전 드라마를 재해석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원작의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 시청 트렌드를 반영한 OTT 시리즈물 형태로 제공하는 형태인데요. 이러한 배경에는 2년 누적 적자마 2,000억 원에 달해 신규 투자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 있습니다. 올들어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단 한 개도 없는 상황. 특히 주연 배우들의 출연료 폭등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면서 드라마는 사실상 아예 손을 놨죠.
지난해 12월부터 티빙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이젠 합병 성사조차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지경이 되어 티빙과 쿠팡플레이에도 밀려 꼴찌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용자들은 결국 볼 게 없다면서 웨이브를 떠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데, SK스퀘어와 지상파3사가 이끌고 있는 웨이브의 추락은 현재 국내 콘텐츠 시장에 다양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도 연쇄적으로 붕괴돼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