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분열을 확인 시켜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 대표적인 '불공정 관세' 예로 거론된 한국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첫 의회 연설, 분열이 지배한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분열 속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내부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백악관에서 있었던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쫓아내다시피 한 이후 유럽과 미국의 '대서양 동맹'은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죠.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전 세계에 미국에서 좌우로 첨예하게 갈라진 간극을 벌리고 있는 '트럼프식 분열의 정치'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내 종교집회를 연상케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로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야유를 하거나 '거짓'(false) 등이 적힌 둥근 손팻말을 통해 저항의 뜻을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밤 9시 13분경 공화당 의원들과 방청객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 하원 본회의장에 입장했습니다. 이 곳은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결과를 불복해 난입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던 곳인데, 4년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선장군마냥 입장한 것이죠.
공화당 의원들이 기립 박수와 'USA' 구호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하며 자찬을 이어갔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의 강도를 더해갔고,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질서 유지에 나서며 연설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죠. 이 과정에서 의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큰 소리로 항의하던 민주당 소속 앨 그린 하원의원이 의사당 경위들에 의해 퇴장당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스포트라이트 집중된 일론 머스크, 트럼프의 '실세' 증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 대신 '거짓', '머스크(정부효율부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도둑질한다',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를 구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검은 손팻말을 들어 올리는 침묵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죠.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1기 첫 의회 연설 때는 통합을 강조했지만, 이날은 '극단적 좌파 미치광이'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며 오롯이 지지 세력을 향한 메시지에 집중했습니다. 약 100분간 진행된 그의 연설에서 양당 지지자들을 아우르는 통합의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 차례 정부효율부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호명했고, 티셔츠 차림의 평소와 달리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머스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청중들의 환호에 거수경례로 화답했습니다. 의전 서열 1, 2위인 JD밴스 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트럼프 대통령 뒤에 자리 잡은 채 카메라에 시종 포착됐지만, 현재 트럼프의 신망을 가장 많이 받는 '최고 실세'는 머스크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연설이 끝나자 공화당 의원들은 기립한 채 손을 치켜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7월 야외 연설도중 총격 암살 시도를 극적으로 모면한 뒤 외치며 그의 대표적인 구호가 된 "파이트(Fight), 파이트, 파이트"를 외쳤고 민주당 의원들은 신속히 퇴장했습니다.
"불공정한 관세" 대표적인 예로 한국 거론, 관세 상향 조정 피하지 못할 수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셀 수 없이 많은 국가가 우리가 그들에 부과한 것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매우 불공정하다"고 말하며 현재 자신이 진행 중인 관세 전쟁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인도는 우리에게 100%보다 높은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 제품에 평균적으로 우리의 두 배인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한국을 대표적인 예로 거론했죠.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해봐라. 4배나 높다.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며 콕 짚어 한국에 대한 군사 협조와 관세를 언급했습니다. 일각에서는 4월2일 발효 예정인 상호관세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을 내놓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