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유럽 관세전쟁,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매기자 위스키·오토바이 등으로 보복 관세 매긴 EU
미국-유럽 관세 전쟁, 철강·알루미늄에서 위스키·오토바이 보복으로 확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이견을 보인 미국과 유럽이 관세 문제로 난타전을 벌이며 '대서양 동맹'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 관세 인상을 하며 이른바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대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동부 기준 12일 0시 1분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전세계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이를 두고 보지 않았죠. 12일 EU는 다음달부터 260억 유로(약 283억3천만 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1단계 보복 조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했다가 현재는 중단된 '재균형 조처'를 재발동한 것인데, 할리데이비슨으로 대표되는 미국산 오토바이, 청바지, 위스키 등 '상징적 미국산' 제품의 현행 6%인 관세율이 56%로 10배 가까이 오릅니다.
EU 고위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는 부속문서Ⅰ,Ⅱ가 동시에 적용되므로(일부 품목은) 관세율이 누적 인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1단계 조처 발동에 따라 영향권에 드는 미국 제품은 총 80억 유로(약 12조원) 규모로 EU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EU "트럼프와 공화당 아플 만한 곳을 타격하는 영리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
또한 다음달 13일부터는 2단계 보복 조처로 공화당의 주력 수출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2단계 시행 시 180억 유로(약 28조원) 상당이 영향권에 들게 되죠. 다만 대상 품목과 관세율 수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회원국,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이달 26일까지 확정할 계획입니다. EU 집행위원회가 이날 '추가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품' 제목으로 배포한 99쪽 분량의 자료를 보면 쇠고기, 과일, 목재, 가전까지 광범위합니다.
EU 설명에 의하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으면서 대체 공급처가 많아 EU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품군으로 추렸다고 합니다. EU 당국자는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의 고향인 루이지애나주 수출상품인 대두를 사례로 들면서 "우리도 대두를 즐겨 먹지만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다른 국가제품을 수입하면 그만"이라고 말했죠.
"미국산 자동차 대부분은 중국도, 캐나다도 아닌 EU산 특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의존한다"며 미국이 제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지적한 EU 당국자는 "미국이 그리 영리하게 철강 관세를 설계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미국이 아플 만한 곳을 타격하는 영리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트럼프 "유럽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 부과할 것"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애초에 EU가 관세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12일 성명을 통해 "수년간 EU는 미국의 산업 부흥 노력을 반대해왔다"며 "여러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및 기타 분야의 세계적인 공급 과잉을 해결하려고 EU와 효과적인 협력을 시도했지만, EU는 그런 시도를 거부했고 너무 작은 규모로 너무 늦게 대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이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국내 생산이 강화될 때까지 25% 관세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죠. 러트닉 장관은 "우리가 전쟁을 치르면서 어떤 다른 나라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의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대통령은 미국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의 생산)을 원한다"면서 "내가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가 크고 탄탄한 국내 철강·알루미늄 생산능력을 가질 때까지 무엇도 관세를 막지 못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대상에 구리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3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태동된 EU가 막 위스키에 더러운 50% 관세를 부과했다"며 "이 관세가 즉각 폐지되지 않으면 미국은 곧바로 프랑스와 다른 EU 국가에서 나온 와인, 샴페인, 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와인 및 샴페인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죠.
미국과 유럽 주류업계 주식 일제히 하락, 미국인들은 '관세 전쟁' 지지 안 해
미국과 유럽의 주류업계 관련 주식들은 모두 하락하며 양측의 출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 최고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가 이끄는 LVMH은 9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면서 2월말 이후 14%가량 떨어졌습니다. LVMH는 모엣&샹동 등 샹페임과 헤네시 코냑 등 다양한 고급 와인과 증류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죠. 레미 마르탱 코냑 등을 보유한 레미 코인트로는 3일 연속 하락해 같은기간 11%의 손실을 기록했고, 시바스 리갈, 로얄 살루트, 발렌타인 등 위스키 브랜드를 보유한 페르노 리카르도 3일째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잭 다니엘스를 보유한 브라운 포먼 주가는 이번 주 7% 이상 하락했죠.
한편 미국인 과반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며 언제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사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CNN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 6∼9일 미국 성인 1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수행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3.3%p)에 따르면 관세 문항에서 61%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해 지지한다는 응답(39%)을 크게 상회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