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80주년 전승절에서 포착된 북한 대표단, 푸틴 대통령 북한 대표단 얼싸안아
러시아 80주년 전승절에서 환대받은 북한 대표단
9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심장인 붉은광장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전방위적인 종전 압박 속에,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우방 정상들을 초청해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며 세를 과시했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8명의 국가수반이 선 붉은 광장 주석단에서 ‘원 오브 뎀’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었던 것일지 경험해보지 못한 다자 정상 외교가 부담이었을진 모르지만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대신 북한군 장성 5명과 신홍철 주러 북한대사 등 북한 대표단이 참석해 주석단 1열에 자리했습니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올해 열병식에 북한군은 행진하지 않는다면서도 ‘흥미로운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푸틴 대통령과 북한 군 대표단의 만남을 예고했었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 주요 지휘관 등과 악수를 나눈 뒤, 마지막 순서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상장) 등 북한군 대표단 5명과 만났습니다. 김 부참모장은 푸틴 대통령을 보고는 곧장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고, 푸틴 대통령은 "당신의 전사들에게 좋은 일들이 있기를 바란다"며 악수를 청했죠. 김 부참모장이 "위대한 전승절에 대통령 동지에게 열렬한 축하를 표한다"고 인사하자 두 팔을 벌려 그를 얼싸안았죠. 푸틴 대통령은 김 부참모장 곁에 도열해 있던 리창호 참모부 부참모장 겸 정찰총국장(상장), 신금철 작전국 처장(소장) 등 다른 북한군 고위급 간부들과도 일일이 악수했습니다.
북한군의 피와 맞바꾼 푸틴의 '총애'
북한군은 작년 10월부터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파병돼 러시아군을 지원했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군은 2차례에 걸쳐 총 1만 5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했으며, 전사자 600명를 포함해 47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죠.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자국의 군수물자를 탈탈 털어 보내주고, 심지어 참전 병력까지 보내준 국가 지도자는 김정은 밖에 없었죠. 그리고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겼던 쿠르스크를 찾아다 안겼습니다.
그간 파병을 인정하지 않던 러시아와 북한은 전승절을 앞둔 지난달 파병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을 "영웅"이라 칭하며, 북한군 활약 덕에 쿠르스크를 완전 수복했다며 직접 감사를 표했습니다. 김정은도 지난달 28일 노동신문에 발표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군사위) 서면 입장문을 통해 러시아 파병 사실과 전사자 발생을 공식화했구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경제·외교적 지원과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푸틴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과시한 행사가 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를 찾는 대신 주북한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하며 푸틴 대통령과의 밀착을 과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주북러시아대사관을 찾은 것은 처음이며, 정치·외교적 성격의 주북 대사관 방문도 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