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썰을 풀다

구스다운 패딩, 점퍼 구입 전 한번만 읽어주세요..거위들을 위해..

자발적한량 2017.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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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이 영하 11.5도까지 떨어지고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안팎을 기록하는 등 올겨울 들어 가장 거센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친구들과 술자리만 가졌다하면 다들 두툼한 구스다운 하나씩 입고 나오더군요. 그 중에서도 충전재가 일정량 이상 들어가 방한기능이 극대화된 것을 헤비다운이라고 하죠? 그거 많이 입더만요. 친구들은 물론이고 제가 강의를 나가는 고등학교에만 가도 너도나도 입고 있는 구스다운. 전 겨울이 되서 이렇게 추워질 때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구스다운 하나 좀 장만하지 그러냐" 네, 전 구스다운이 없습니다. 모, 나일론 등으로 만들어진 코트를 입고 다니고 있어요. 너무 추운 날씨면 솜패딩 입고... 그 이상 심각할 정도로 추울 때는 히트텍까지 받쳐 입긴 하는데...올해는 아직 한번도 안입었구요.

사실 저도 주변 사람들이 워낙 많이 입고 다니니, 그리고 몇 년 전만 해도 부모님이 다운점퍼 하나 사주겠다고 하셨던 적도 여러 번이라 구입을 고려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선물로 준다고 해도 고사할 정도입니다. 구스다운을 만드는 소재인 거위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다운점퍼, 자켓, 패딩의 소재는 크게 오리털(덕다운)과 거위털(구스다운)로 나뉩니다. 오리와 거위는 물새이기 때문에 물에 젖어도 춥지 않도록 보온이 잘되는 털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구스다운 쪽이 좀 더 고급형 제품으로 인식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오리보다 거위가 몸집이 커서 그만큼 깃털과 솜털이 공기를 많이 머금게 되서 충전효과와 보온효과가 크기 때문이죠. (실제로 보온력의 차이만 놓고 보면 10% 수준의 차이라곤 합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스다운 제품의 가격대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 있죠. 하지만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빈, 강동원, 공유, 이민호, 김수현, 서강준, 전지현, 신세경, 김고은, 김우빈, 공승연, 트와이스, AOA, 지코, 위너 등 스타들을 앞세운데다 럭셔리 마케팅까지 동원해 구매심리를 자극해서인지 겨울만 되면 구스다운 제품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파카, 점퍼, 자켓 등에는 두 종류의 털이 들어갑니다. 우선 거위와 오리의 가장 연약한 피부인 가슴과 날개 밑에서 자라는 솜털(다운)과 깃털. 솜털의 비율이 높을수록 보온성이 높아져 가격대 역시 올라가지만, 그렇다고 100%로 솜털을 채워넣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솜털과 깃털을 완벽히 분류하기가 힘들 뿐더러 복원력(필파워)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깃털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솜털(다운)을 거위와 오리로부터 얻어내는 방법이 문제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가슴과 날개 밑의 털이 모두 뜯겨 나가 새빨갛게 속살이 드러난 거위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말 잔혹하기 그지 없는 사진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가슴과 날개 밑이 거위와 오리의 피부 중 가장 연약한 부분입니다. 그만큼 털이 뜯겨나갈 때 훨씬 고통스럽겠죠. 사람으로 치면 손톱 밑의 살이라고나 할까요? 원래 이들에게 털을 얻을 때는 털갈이 시즌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빠진 깃털들을 사용한 것이죠. 산업이 발달하면서 수요가 증가하자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라 도축장에서 이미 식용으로 도축된 거위나 오리에서 채취한 털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인간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털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인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우리가 몰랐던 구스다운의 끔찍한 비밀이 보여집니다. 수백만마리의 거위와 오리들은 몸에서 피가 날 때까지 마구잡이로 털을 뽑히고, 행여라도 피부가 찢어지면 큼지막한 바늘로 아무렇지도 않게 꿰매진 후 털이 자라면 다시 털을 뽑힙니다. 이러한 과정은 생후 10주부터 시작되어 6주 간격으로 반복되는데, 알을 낳는 거위는 일생동안 5번에서 최대 15번, 식용 거위는 4번 정도 산 채로 털을 뽑히게 된다고 합니다. 털을 뽑히는 과정에서 거위는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 속 포도당 수치가 2배로 오르기도 하구요. 거위 한 마리에서 나오는 솜털은 60g 정도. 구스다운 자켓 하나를 위해서는 대략 20마리 이상의 거위들이 이러한 고통을 겪여야 합니다.

과거 인간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곰, 호랑이, 사슴, 토끼 등 각종 동물들의 가죽을 벗겨내서 옷을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의 인간에게 이러한 행위는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 기술력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 현재의 인간에게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지니고 있는 동물들의 가죽을 벗겨내고 털을 빼앗지 않아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소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구스다운을 대체하는 신소재로 제작된 상품들이 출시되어 있구요. 하지만 여전히 구스다운 제품들이 대다수를 이루며 거위들이 고통을 받는 이유는? 팔리니까요.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원하니까, 사람들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찾으니까.

'내가 내 돈 주고 사는데 뭔 상관이냐'고 항변할 분도 계실 수 있고, 굳이 이런 문제 깊게 생각하지 않으실 분도 있을 겁니다. 구스다운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멀쩡히 살아있는 거위에게 살이 찢기는 끔찍한 고통을 강요해가면서까지 얻어낸 솜털로 만든 옷을 우리가 입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현대를 살고 있다고 해서 문명인이 아니라, 과거 우가우가 거리던 원시시대, 하수도가 없어 길에 오물이 흘러 넘치던 중세시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문명인인 겁니다. 거위털이 아니면 추위를 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구스다운에 대한 것은 생명윤리적인 문제입니다.

우리가 구스다운 제품을 사지 않으면 기업에서는 더이상 거위들에게 고통을 줘가며 털을 채취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RDS(책임 있는 다운 기준) 인증을 받은 착한 구스다운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하면 기업에서는 RDS 제품을 앞다투어 만들 것 입니다. 또한 우리가 신소재로 만들어진 상품을 구입하면 역시 기업에서는 신소재로 만든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릴 것입니다. '기업이 이것만 만들어서 팔잖아' 라고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소비자들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구요?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7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세계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진출하는 나라가 한국이구요. 동네 마실 나갈 때, 학교 갈 때도 안나푸르나 등정하는 옷차림으로 나가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이건 대단한 것이 아니고 부끄러운 겁니다. 우리가 바꾸면 세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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