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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에 '서반포 써밋 더힐'? 족보 사서 양반 행세하는 노비 마인드의 현대판

자발적한량 2024.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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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 재정비촉진지구(흑석뉴타운) 11구역. 행정구역상으로는 흑석동이지만 이 동네 지역주민들에게는 '비계'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지역입니다. 흔히들 조ㅈ선일보 뉴지엄과 그 뒤편 방가 저택을 기준으로 흑석동과 비계를 구분하죠. MB정부 시절인 2012년 촉진지역(뉴타운)으로 지정받은 흑석뉴타운의 막내입니다. 

 

이 지역은 서울 국립현충원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2012년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가 최고층수를 12층, 평균층수를 9층(현충원 연접부는 7층 이하) 이하로 조건부가결로 뉴타운에 지정을 한 관계로 한강조망을 누릴 수 있을지 미지수였습니다만, 2019년 흑석11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통과되어 현충원 연접부는 5~9층, 그 외 지역은 15~16층 이하로 변경되었습니다. 총 세대도 최초 인가 당시 1,292가구에서 변경을 거쳐 최종 1522세대로 확정됐구요. 꽤나 시끄러웠던 한가람교회는 현 위치에 존치시키고 나머지 부분만 개발하는 것으로 결정됐죠. 

 

2017년 동작구청은 한국토지신탁을 흑석11구역의 재개발사업자로 지정했고, 메이저 건설사들이 대부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상태에서 흑석11구역 시공사는 하늘채의 코오롱글로벌과 푸르지오 대우건설의 경합을 벌였습니다. 두 건설사는 양문형 냉장고, 김치 냉장고, 빌트인 에어컨, 식기세척기, 제습기, 로봇청소기, 70인치 UHD TV 등을 걸어가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요. 

 

당시 대우건설은 자신들의 메인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에서 과감하게 푸르지오를 '트릴리언트 반포'에 이어 두 번째로 버렸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급 아파트인 '한남더힐'의 '더힐'까지 가져다 붙이며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5대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도급순위 19위의 코오롱글로벌 한 번 이겨보겠다고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요. 뭐 물론 코오롱글로벌이 저렴한 공사비, 추가 서비스를 걸면서 승부수를 띄웠지만 4,500억 원 규모의 흑석11구역 재개발 시공사는 대우건설로 결정되었습니다.

 

2022년 말부터 조합원 이주를 개시해 약 1년 만에 이주를 마무리된 데 이어, 철거공사를 개시하면서 연내 착공에 나서게 됐습니다. 흑석11구역은 이른바 '더블 역세권'으로 지하철 9호선 흑석역과 4·9호선 환승역이자 9호선 급행정차역인 동작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올림픽대로와 동작대교, 한강대교를 통해 서울 내·외곽 진출이 정말 편합니다. 저도 인근에 살기 때문에 정말 이 지역이 서울에서 교통이 편리한 탑5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고 자부하는데요.

 

도보를 통해 홍보문구처럼 반포한강공원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은 좀 과장이지만 여튼 한강공원을 이용할 수 있고, 중앙대학교병원, 중앙대학교, 중대부초·중대부중가 인근에 있습니다. 단지 내에 흑석고도 신설될 예정이라고 하죠? 이미 동작구가 지난달 신설부지 조성 공사에 착수했고 내년 12월까지 고등학교 신설을 마무리해 202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이 흑석11구역에 들어설 아파트 단지명이 '서반포 써밋 더힐'로 정해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단지명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논란의 이유는 흑석동에 위치했음에도 단지명에 반포동의 '반포'를 붙였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반포동은 서초구이고 흑석동은 동작구로 지자체마저 다르죠.

 

나름 제 발 저리긴 했는지 '반포'에 '서(西)'를 붙여 '서반포'라는 명칭을 만들어냈는데, 사실 존재하지도 않는 해괴망측한 이름이라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이쯤되면 대방동은 '남여의도'라고 하거나 풍납동은 동잠실이라고 불러도 되겠죠. 콜럼버스는 아메리카가 인도인 줄 착각하고 '인디언'이라고 부르기라도 했지, 이건 뭐... 

 

사실 이러한 논란은 이 해괴망측한 '서반포' 뿐만이 아닙니다. 2021년 광교신도시 인근에서 '광교' 지역명을 넣은 아파트 개명 열풍이 불면서 별의별 이름들이 난무했고, 얼마 전엔 수원시 연무동에서 '서광교'라는 지명이 창조되기도 했죠.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한 주민은 "저는 상현동이 좋다. 이천쌀이 아닌데 이천쌀로 포대갈이하듯 창피한 일인가. 상현동 이름도 좋고 살기도 좋은 마을"이라며 꼬집기도 했죠. 뒤에 붙는 이름들은 점입가경입니다. '퍼스티어' '블래스티지' '아너' '프레지던스'... 

 

이 '서반포' 논란의 핵심은 결국 부동산 상승 효과 기대죠. 마침 반포동이랑 인접해있고 하니, 슬쩍 '반포동'을 강조해 집값을 올려보겠다는 목적이 뻔히 보이는 싸구려 마인드입니다. 본인들의 가치를 올릴 순 없으니 아파트 가격이라도 올려서 그걸로 자기 가치의 상승이 된 것으로 자위하려는 뭐 그런 마인드... 그런데 적당히 해야죠. 다른 구의 동 이름을 갖다쓰는 건 오바잖아요. 할려면 글로벌 시대인데 통 크게 '동뉴욕'이라고 해버리지 그냥.

 

반포동이 일본은 아니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빌붙어서 득 좀 보려는 친일파들이 자진해서 창씨개명 할 때 딱 '서반포'라는 지명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마인드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건 뭐 택갈이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싸구려 마인드라 웃기지도 않네요.

 

논란이 되자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은 "흑석 아파트에 서반포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지명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며 해명에 나섰습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 총회에서 서반포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아직 분양도 안 했고, 이름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죠.

 

'서반포' 논란... 반포 사칭 논란이라고 해둘까요? 여튼 이번 논란은 재개발 사업자인 한국토지신탁이 관련 보도자료에 '서반포'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토지신탁은 황급히 "아파트 명칭에 대해서는 확정된 게 없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서반포라는 이름을 쓴 건 입찰 당시 서반포라는 이름을 쓰자는 말도 있었고, 흑석뉴타운을 말할 때 서반포라는 이름을 쓰는 경우가 있어서 썼다"고 해명했죠.

 

한편 대우건설 측은 '써밋'을 쓰기로 한 것은 맞지만 '더힐'이 들어갈지는 아직 미정이라면서 슬쩍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대우건설 측은 "보통 단지명은 분양 계획이 나오고 정해진다"며 "아직 분양계획도 명확히 나오지 않아 단지명은 차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단지명을 정할 때가 되면 '조합원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은근슬쩍 또 밀어부치지 않을까요? 한 10년쯤 흘러 '엄마가 가짜 반포 사는 애랑 놀지 말래요' 이런 기사 제목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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