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주적? 문재인 유승민 대적관 논쟁, 대통령이 가져야할 자세는?

Posted by 자발적한량
2017.04.20 16:30 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TV토론이라고 적고 '문재인 청문회'라고 읽는다



어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TV 토론이 있었습니다. KBS가 주최한 것으로 SBS에 이어 두번째 TV 토론이었죠. 미국 대선토론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탠딩 토론 방식이 도입된데다 원고도 없이 이루어진 토론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이 펼쳐질지 꽤나 궁금했었습니다.


먼저 TV토론을 한줄로 정리해보자면 그야말로 '문재인 청문회'였습니다. 대통령 후보자 한 명 앉혀놓고 적격 부적격 가리려고 국회의원들이 질문 던지면서 검증하는 시간인 줄 알았네요. 공통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뒤 정치·외교·안보, 교육·경제·사회·문화로 나누어 각 9분씩 총 18분의 시간이 후보들에게 할당되었는데,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 모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는 상황 속에서 답변시간을 답변자의 시간에서 빼다보니 문재인 후보는 답변을 하는데 자신의 시간을 다 써버리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만큼 견제가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TV토론이라는 것이 각 후보들의 소신과 견해를 들어보는 자리인데...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의 심도있는 생각을 들어볼 기회가 없었네요. 그나마 조금이라도 들어볼 수 있었던 건 안철수 후보 정도. KBS의 멍텅구리식 진행 방식을 보며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수준을 다시금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가장 눈길이 갔던 주제는 역시 개성공단, 국가보안법 폐지, 사드 배치 등 대북 이슈였습니다. 거의 사상검증 수준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북한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원칙으로 세우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게 보수적 성향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는 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YES/NO 대답을 하지 않자 유 후보는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우리 주적이라고 나온다"고 재차 공세를 하자 "국방부에서는 그렇게 할일이지만 대통령이 (그렇게) 할일은 아니다"도 다시 한번 선은 그었습니다. 하지만 유승민 후보는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문서에 북한군은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북한군을 주적이라고 못한다는 것은 말을 못하는 것이 말이 돼냐?"는 반응을 보였고,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될 사람이 해야 할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주적? 국방백서를 살펴보니...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많이들 익숙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 '주적' '국방백서' 등은 어색한 개념일 수 있겠네요. 주적(主敵). 말그대로 주가 되는 적입니다. 군복무 시절 흔히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고, 병사들의 주적은 간부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지냈던 기억이 나네요. 국방백서는 국방부에서 국방정책을 알리기 위해 2년에 한번씩 발행하는 보고서 형태의 책자입니다. 군입대를 하면 훈련소에서 가장 먼저 교육하는 것이 대적관(對敵觀) 교육입니다.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한 '주적'은 일반적인 '적'에 비해 한 차원 더 높고 위험한 대상이 되겠죠. 다수의 적 중에 더욱 중요한 적에 대한 질문이었으니까요. 



자, 이 부분에서 잠시 팩트체크를 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고 물으며 근거로 제시한 것이 바로 국방백서입니다. 하지만 올해 1월 발간된 2016년 국방백서를 살펴보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되었을 뿐 '주적'이라는 표현은 사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장병들의 정신교육에 사용되는 자료에도 역시 마찬가지. 해당 내용이 논란이 되자 국방부에서도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군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주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며 발표했습니다. 과거(1995~2000)에는 북한과 북한군에 대해 주적이라고 명시를 했지만 2004년 이후 이 단어는 삭제된 상태입니다. 즉, 유승민 후보가 제시한 근거 자체가 사실과 다른 것인 거죠.



북한에 대처하는 대통령의 자세는?



자, 사실관계는 이렇게 정리가 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북한군은 대한민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핵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와 사이버공격, 테러 위협 등 분단국가의 숙명과도 같은 존재죠. 하지만 과연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대해 주적이라고 답변하지 않고 햇볕정책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며 대화 등 평화적 해결을 주장한다고 하여 안보관이 불투명하고 국군통수권자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인 것이냐, '빨갱이'인 것이냐는 흑백논리는 여전히 대한민국에 선거만 다가오면 북한을 이용한 색깔론자가 버젓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알게 해줍니다.


정부 조직 중 북한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부처는 국방부와 통일부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부조직은 북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견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방을 책임지는 국방부는 대한민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한을 맞서 싸워야 할 '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비해 통일된 한반도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의지를 담은 통일부는 북한을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인지하며 대화의 상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방부와 통일부를 아우르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어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할까요?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입니다. 대한민국 군대의 정점이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장군들이 대통령을 하던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시대에는 그들의 출신이 군인인만큼 북한에 대해 대화의 상대보단 맞서싸워야 할 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 절대적이었을 겁니다. 특히나 그 당시엔 남한과 북한이 체제의 우월성을 높고 경쟁을 벌이던 중이었고, 전쟁의 아픔이 여전히 가시적으로 남아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체제적 우월성과 국방력의 추월은 이미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3대에 걸친 독재를 고집하며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심산으로 핵무기 등에 광적으로 매달리고 있죠. 문재인 후보는 대결 구도와 경쟁이 주를 이뤘던 구시대를 뛰어넘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룩해놓은 평화의 장으로 북한을 나오게 하여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일 뿐이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굽신거리며 퍼주겠다고 하나요? 한반도에서 참화가 벌어진다면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를 걸고 자신부터 총을 들고 나설 것이라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이미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 김정은 정권이 자멸의 길로 가지 말 것을 엄중하고 분명하게 경고한다"며 북한의 자제를 엄중히 경고하기도 했죠. 이렇듯 대통령의 입장은 문 후보가 유 후보에게 답변한대로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됩니다.



유승민 후보가 질문한 내용은 대통령 후보에게 던지는 대적관 질문이라기보단 국방부장관 후보자에게 국회 청문회에서 던질만한 질문이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대적관을 갖고 있다고 하여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보수·진보 성향에 따라 제재 혹은 전쟁까지도 감안할 수 있는 입장이냐,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하려는 입장이냐가 나뉠 수 있겠죠. 통일에 대한 방법론은 다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책 기조에 따라 입장은 바뀔 수 있습니다. 협력과 화해를 하고자 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한판 붙더라도 강대강으로 나갔던 박정희·전두환 정부 등. 물론 돈은 어마어마하게 써놓고 효과도 없이 날려버린 이명박 정부 등도 있지만요. 유승민 후보는 이 모든 입장을 아울러야 할 대통령에게 한쪽은 맞고 한쪽은 틀리다는 식으로 강요를 한 것입니다.



'낄끼빠빠' 못하는 안철수, 보수표 구걸은 하고 싶고...



마지막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뒷북도 모자라서 똥볼을 하나 차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TV토론 다음날인 오늘(20일) 점심이 지나자 "주적 논란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보인 입장에 동의 못한다. 북한은 주적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참, 답답하고 한심한 것이 TV토론이 끝난 직후부터 이 논란에 대해 얘기가 나오면서, 그리고 국방부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방백서에 주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법도 한데 "국방백서에 주적으로 명시돼 있다"고 헛소리를 하시네요. 선거벽보 등을 통해 참신함을 부각시키려는 신생정당의 매력도 있지만,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대처를 보면 역시 초짜는 어쩔 수 없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냥 '저도 보수표 좀 받고 싶어요'라는 안철수 후보의 아양으로 받아줘야 할까요?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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