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윤이상 유해 이장 및 추모식, 통영으로 귀향한 20세기 세계 5대 작곡가

자발적한량 2018.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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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바다에 낚싯줄 던져놓고 고향 냄새 맡고 싶던 음악가, 고향에 돌아오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타계 23년 만에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돌아와 잠들게 됐습니다. 오늘(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는 작곡가 윤이상의 이장 및 추모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윤이상의 딸 윤정 씨와 아내인 이수자 여사, 김동진 통영시장 등이 참석한 이날 추모식은 헌다(獻茶), 경과보고, 추념사, 유가족 인사말, 헌시, 합창단 공연, 헌화 순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이수자 여사는 "김정숙 여사의 독일 묘소참배가 남편의 유해 이장이 실현되는 계기가 되었다"며 "유해 이장에 힘써준 한국·독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너무 감사하며 이 잊을 수 없는 감격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며 감회를 밝혔습니다.



윤이상. 1917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한 이후 유년기부터 경남 통영에서 성장한 그는 동네 영화관에서 자신이 만든 선율이 연주되는 것을 듣고 작곡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음악을 배웠습니다. 그는 유치환·김춘수·정윤주등 통영의 예술인들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만들고 통영여고, 부산사범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죠. 통영 지역 거의 대부분의 학교의 교가가 윤이상의 작품이라고 하죠?


6·25전쟁 이후 서울대와 덕성여대에서 작곡과 음악이론을 가르치던 윤이상은 20세기 작곡기법과 음악이론을 공부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 파리, 베를린 등에서 활동했고, 1964년 서베를린에 정착했죠. 동아시아 음악의 요소를 서양 음악에 접목시킨 그의 작품은 점차 음악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고, 1965년 초연한 불교 주제에 의한 오라토리오 《오 연꽃 속의 진주여》, 1966년 도나우싱엔 음악제에서 초연한 관현악곡 《예악》을 통해 세계적인 음악가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하지만 윤이상은 1967년 장기 집권의 분기점에 놓여 공안정국을 조성하려고 했던 박정희 정권에 의해 조작·과장된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된 뒤 서울로 송환,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됩니다. 그는 1969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옥중에서 음악작업을 이어간 끝에 오페라 《나비의 꿈》썼고, 이는 부인을 통해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나비의 미망인》이란 제목으로 초연되어 31회의 커튼콜을 받는 등 큰 호평을 받았죠.


1차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재심·삼심을 통해 감형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윤이상을 위해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주축으로 죄르지 리게티,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오토 클렘퍼러 등 200여명의 유럽 음악인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공동 탄원서를 내 윤이상의 수감에 항의했고, 급기야 독일 정부까지 항의를 하고 나선 끝에 1969년 수감 2년 만에 대통령 특사로 석방되었습니다. 1971년 윤이상은 서독에 귀화했고, 한국 정부는 그가 작곡한 음악의 연주를 금지하는 한편 죽을 때까지 그의 입국을 불허했습니다.




윤이상은 하노버 음악대학, 서베를린 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는데, 1972년 뮌헨 올림픽 기념 문화행사를 위해 오페라 《심청》을 작곡해 초연했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이듬해 관현악 작품 《광주여 영원히》를 발표했습니다. 1987년에는 70회 생일 기념으로 서독 각지에서 기념 행사와 음악회가 개최되기도 했구요. 1982년부터는 남북한 모두에서 윤이상 음악이 무대에 올려지기 시작했습니다. 1994년 예음문화재단 주최로 남한에서 '윤이상 음악축제'가 개최되었을 당시 남한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정부와의 갈등으로 귀국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그의 건강은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되며 점점 쇠약해지기 시작하여 폐렴 등 합병증까지 발생, 산소호흡기와 휠체어 없이는 생활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창작 투혼은 꺼지지 않아 1994년 유작 《화염 속의 천사》를 완성해 이듬해 도쿄에서 초연했죠. 그리고 1995년 11월 3일 베를린 발트병원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의 장례는 유언에 따라 불교 의식으로 진행되었고, 유해는 베를린 가토우 지방 묘역에 안장됐죠. 



보수 정권과 보수 단체가 끊임없이 핍박하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살아 숨쉰다



2006년 1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서 그가 연루되었던 동백림 사건이 부정선거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과장되고 확대 해석되었다는 조사 결과를 공표하면서 유족들의 마음이 한결 누그러졌고, 통영시는 건립을 추진 중인 음악당에 윤이상의 이름을 따 '윤이상국제음악당'으로 명칭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음악당 규모를 대폭 줄이는 한편 음악당 이름에서 윤이상을 빼고 '통영국제음악당'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여 2010년 공사에 들어갔죠. 당시 보수단체들이 일간지에 "반역자 윤이상을 기리는 초호화판 음악당을 국민세금으로 지어주기로 하고…"라고 광고를 내는 등 음악당 건립 중단 혹은 명칭 변경을 요구한 것을 비롯해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가 지속되면서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음악을 전공한 입장에서 '20세기 세계 5대 작곡가' '현대음악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듣는 윤이상이 박정희 정권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정작 고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는데요. 극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바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윤이상의 묘소를 찾은 이후부터입니다. 경희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김정숙 여사는 "살아생전 일본에서 배로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보시고 정작 고향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많이 울었다"고 언급하며 윤이상의 묘역에 고향인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기도 했죠. 



도천테마파크의 이름을 원래 이름인 윤이상 기념공원으로 되돌린 통영시는 윤이상 묘소 이장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마침 유족들이 이장을 원하던 상황이었는데요. 외교부를 비롯해 독일 정부와 베를린시에서도 협조를 해준 끝에 드디어 오늘 고향 땅 통영에 안장된 것이죠. 통영국제음악당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조성된 그의 묘역은 98㎡ 규모이며, 유해는 '처염상정'(處染常淨,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 연꽃)이라고 새겨진 너럭바위 아래 자연장 형태로 안치됐고 그 옆에는 1m 높이의 향나무화 해송이 심어졌다고 합니다.



한편 오늘 추모식을 훼방하기 위해 보수단체인 '박근혜 무죄 석방 천만인 서명운동 경남본부'가 음악당 본관 앞까지 몰려와 묘역 철거를 주장하며 고성과 욕설을 퍼붓고 윤이상의 사진을 불태우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하네요. 오늘 추모식 자리에서 통영국제음악재단 플로리안 리임 대표의 말을 되새겨봅니다.


100년 전 통영에서 시작된 윤 선생의 여정이 오늘 완료되었다. 정치적 목적으로 선생의 업적이 빛바랜 경우도 많았기에 아직 그의 복권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진정한 복권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이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대화와 열린 마음이 그의 복권을 이뤄낼 수 있으며 바로 그때 그가 진정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18.03.30.,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윤이상 추모식 인사말 中



마침 오늘은 2018 통영국제음악제가 개막한 날인데요. 4월 8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개최되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제는 '귀향(returning home)'입니다. 윤이상의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말이죠. 또한 오늘 개막공연을 펼치는 독일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첫 곡으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를 연주했습니다. 정말 무척이나 뜻깊은 음악제이자 개막공연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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