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밟고 있는 땅/노무현 대통령

당신의 사진 앞에 놓인 국화와 담배..덕수궁 대한문 분향소 앞 모습

자발적한량 2009. 5. 26.
728x90
반응형

 일요일, 검은 옷을 차려입고 덕수궁 입구인 대한문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이 곳에는 시민들이 만든 분향소가 있기 때문이지요. 잠깐 서울 역사 박물관 상황을 알아보고자 들렀는데 분향소 설치가 한창이더군요. 서울역 분향소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근태, 백원우 전 의원께서,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는 한명숙 전 총리,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께서 상주로서 분향소를 지키고 계십니다.


 대한문에 거의 다 왔는데..전의경들이 신촌방향 쪽 횡단보도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분향소 쪽을 막아놓은 줄 알았어요. 보니 전의경들을 돌아서 갈 수 있도록 해놨더군요. 2시쯤 집에 갔는데, 그때는 전의경들은 이 자리에 없었습니다. T군이 도착하기 전 시민들과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고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대한문 주변을 막고 있는 버스들. 차에 붙어있는대로 보다 신속하게 국민께 달려오셨군요. 이 신속한 모습, 저희 동네에서도 기대하겠습니다. 이렇게 쭉 늘어선 전경버스 1년만에 보니 반갑군요. 경찰이 서울광장의 주인인 도시 서울입니다. Hi Seoul~


 화요일날 봉하마을로 갈 예정이었기에 이날은 분향줄을 서지 않았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 쪽에서 예원학교와 정동극장을 지나 덕수궁 돌담길에 들어섰습니다. 곳곳에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과 국화꽃, 촛불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은 이 곳에서 절을 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이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이는 기도를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대통령님..당신의 죽음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애통해하고 있는지 보고 계신가요..?


 어떤 분께서 두고 가신 대통령님께 보내는 편지가 있었습니다. 탄핵사건 때도 잘 넘기셔서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줄 알았다고..검찰을 질책하기도 하시고..노무현 대통령의 영면을 바라는 편지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엉뚱하지만 문득 보아의 노래가사가 생각났다며 'You, still my No.1...'이라고 적으셨네요..대통령님께서 이 편지를 보고 웃으시려나요..


 사진이 있는 곳마다 어김없이 놓여진 담배들.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근처에는 국화, 담배, 촛불이 삼위일체를 이룹니다. 담배 하나 피우지 못하고 떠나신 대통령님을 위해 시민들은 담배를 한 개피씩 놓아둡니다..대통령님..영부인께서 싫어하시니..적당히 피우셔요..


 얼마 안가 추모객들의 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주말이었는데 월요일은 평일이라 사람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기우였네요. 추모객들에게 주중, 주말이 어딨습니까..회사 끝나고, 학교 끝나면 바로 달려오는 거지요..암요..


 대한문 앞의 모습입니다. 자원봉사자 분들께서 질서유지를 위해 힘써주고 계셨습니다. 또한 국화도 다듬으시고, 추모객들에게 나눠주시기도 하고, 심지어는 주먹밥까지 하나씩 나눠주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많은 추모객들이 편히 추모를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대한문 주변에 앉아 슬픔을 나누고, 분향소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분향소 앞에 있는 전경버스들은 분향소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 것도 모자라 시민들의 편지까지 선물받았습니다. 버스에 붙여진 수많은 종이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 검찰을 비롯한 현 정부에 대한 분노가 빼곡히 적혀있었습니다. 이 종이들만 수거해서 대통령 이하 참모진들이 딱 한번씩만 읽어봐도 민심을 알 수 있을텐데요..아..모르는게 아니라 알고 싶지 않아하는 건가요?


 아무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임시분향소라지만,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분향소입니다. 비록 서울역과 서울역사박물관에 정부가 설치한 분향소가 있지만, 시민들의 의지를 존중하여 이곳도 규모적인 면에서 지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국민장인데.. 하긴, 정부에서 무언가를 보낸다고 해서 이곳에서 받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하지만 분향소 앞을 숨막히게 가로막고 있는 전경버스를 보노라면 2MB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이런 수준이구나..하는 것을 느낍니다. 다시한번 넓으신 포용력과 아량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낮에는 매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차단해주시고, 밤이 되면 추울까봐 바람을 막아주시는 그 은혜..하해와 같습니다.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상황실. 이 곳에는 상황실과 의무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모습이 담긴 큰 현수막..봉하마을에서 현수막과 같은 모습의 대통령님을 꼭 뵙고 싶었는데.. 


 그리고..이 곳이 분향소입니다..사진으로만 봐도 울컥하는 이곳..이날 T군은 분향소를 본 뒤 분향소 통제선 바로 앞에 멍하니 앉아 이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분향소 안에서는 대통령을 위해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못하여..그 곳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를 했습니다..


 첫째날은 3~4명씩 분향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아는데, 이날은 한번에 십여명씩 분향이 이루어졌습니다. 시간은 대략 1분 정도..추모객의 수가 너무 많아 2개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분향소에 오기 전 받은 국화를 헌화한 뒤 술을 따르시는 분도 계시고..등등..


 분향을 마치고 나오면 자원봉사자분들께서 감사하다고 꾸벅꾸벅 인사를 해주십니다. 그리고 사진과 같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스스로 나와서, 그리고 물품을 직접 구입도 하고 기증도 받아 이루어진다는 점..대통령님 마지막 가시는 길 섭섭치 않게 해드리고 싶기에..


 직접 가본 덕수궁 분향소. 그 곳의 분위기는 1년전 촛불집회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분향소에서 시청역 방향으로 조금 나오면 그 곳에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향소는 침울하기 그지없습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추모곡과 추모객들의 훌쩍임..분향소 출구쪽 통제선에 앉아있었던 T군은 시민들의 표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가 임시 분향소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서울역,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공식분향소보단 무척 초라하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직접 만든 분향소라는 큰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함께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천 
728x90
반응형
LIST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