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선언"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UN)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의 미래를 논의할 유엔총회에서,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밝혔습니다. 일곱 번째 연설자로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며 "친위쿠데타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대한국민의 강렬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보여준 놀라운 회복력과 민주주의의 저력은 대한민국의 것인 동시에, 전 세계의 것이 될 것"이라며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란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함께할 모든 이들에게 '빛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전,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E.N.D)'
기조연설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전은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즉 'END'입니다. 이 대통령은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교류와 협력이야말로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굴곡진 남북 관계의 역사가 증명한 불변의 교훈"이라며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한반도 평화는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 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한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은 평화공존, 공동 성장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겠다"며 "그 첫걸음은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의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며 "이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우선 남북 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하여,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죠.
이재명 대통령, 'AI에 대한 책임 있는 이용' 강조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로 '인공지능(AI) 기술' 같은 첨단 기술을 꼽으며 '책임 있는 이용'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안보 역량을 결정하고 사이버 공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시대, 우리는 '보이는 적'을 넘어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야 한다"며 "AI 시대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닌다면 기술 악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채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라는 디스토피아를 맞이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그러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높은 생산력을 동력 삼아 혁신과 번영의 토대를 세우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유용한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한 AI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언급한 이 대통령은 ""첨단기술 발전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여하는 '모두를 위한 AI'의 비전이 국제사회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AI가 주도할 기술혁신은 기후 위기 같은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할 중요하고 또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 방법은 하나, '더 많은 민주주의'"
"유엔의 지원과 도움에 힘입어 성장한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주의 회복의 경험과 역사를 아낌없이 나누는 선도 국가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은 "각국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라는 80년 전 국제사회의 결의와 염원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두의 과제"라며 "여전히 2억 8천만 명의 인구가 극심한 기아 상태에 놓여있으며, 우크라이나, 중동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무력 분쟁, 이미 현실 문제가 된 '기후 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엔을 창설한 선각자들의 지혜에,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증명한 길에 답이 있다"며 "방법은 하나, '더 많은 민주주의'"라고 밝혔죠.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공동의 과제를 해결할 방법도 다르지 않다"며 "같은 문제를 겪는 모든 국가가 이곳 유엔에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는 '다자주의적 협력'을 이어 나갈 때, 우리 모두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또한 변화된 국제환경을 반영해 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하고, 효과성과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대한민국은 2024~25년 임기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은 유엔이 표방하는 자유와 인권,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굳건히 수호하는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도 밝혔죠.
트럼프, "기후 위기는 사기극... 유엔, 새로운 문제들 만들어 내고 있어"
한편 이날 두 번째 연설자로 기조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여러 면에서 극명히 엇갈린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세 차례 언급하며 각성을 촉구한 이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는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며 "기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기후 변화'가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이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을 향해 "이 '그린 사기'(green scam)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의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도 경고했죠.
유엔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달랐습니다. "같은 문제를 겪는 모든 국가가 이곳 유엔에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는 '다자주의적 협력'을 이어 나갈 때 우리 모두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이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난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세계 분쟁 종식에 앞장서고 있다며 "유엔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해야 했다는 게 안타깝다"고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백악관은 6년 만의 유엔 복귀에 "취임 후 가장 큰 외교·안보 분야 연설이 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연설 초반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더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이 프롬프터를 작동시키고 있는 사람은 그게 누가 됐든 큰 곤경에 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죠. 또한 기조연설 전 그와 멜라니아 여사가 탑승한 에스컬레이터가 중단돼 두 사람이 걸어 올라가는 '의전 사고'가 발생했는데,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만약 대통령과 영부인이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려는 순간 유엔 직원이 고의로 에스컬레이터를 멈춘 것이라면 그 직원은 즉시 해고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트럼프, 노벨상 원한다면 가자 분쟁 멈춰라"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BFM TV와 인터뷰를 갖고 "(가자지구)상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바로 미국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원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거론하며 "노벨 평화상은 이 분쟁(가자 전쟁)을 멈출 때만 가능하다"며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멈추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죠. "이스라엘 정부에 압력을 가해 가자 분쟁을 멈추게 하고, 인질들을 석방해야 한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은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을 포함한 끔찍한 잔학 행위에 대한 보상"이라며 영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프랑스까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한 것에 대해 "완전히 틀렸다"고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오히려 합법 정부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입지를 강화해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방법"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맞받았죠.
G20에 이어 다자 외교 이어간 이재명 대통령, 다음은 경주 APEC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현명한 접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분열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유엔에서 지혜롭고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내면서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인도지원,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달성, 인권, 가자 및 우크라이나 등 주요 현안 대응에서 한국이 신뢰받는 파트너"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다자 외교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이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로 17만여명의 고려인이 정·재계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양국 관계 발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이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고, 양국이 철도, 공항, 도로를 포함한 교통·인프라를 비롯해 핵심 광물 등 공급망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파벨 체코 대통령은 지난 6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최종 계약이 체결된 것을 상기하며 "이는 체코 측이 한국기업의 우수한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에 기반했다"고 말했고, 이에 이대통령이 "그동안 체코 측이 한국 기업의 투자 활동을 적극 지원해준 것"이라고 화답하며 "양국 간 협력이 원전을 넘어서 반도체, 전기차, 방산 등으로 확대돼 호혜적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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