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6] 도쿄 지하철에서 마주한 대위기, 메이지 천황의 저주?

Posted by 자발적한량
2014.07.05 19:47 일상탈출을 꿈꾸며/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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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여행기 첫째날

도쿄여행기 둘째날

도쿄여행기 셋째날



일본 지하철은 대기하는 선이 문 바깥 쪽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한국은 문 가장자리쪽에 한자리 걸쳐 있죠. 굳이 해석해보자면 한국은 '내림과 동시에 타세요'고, 일본은 '다 내리고 나면 타세요'입니다. '빠름'을 추구하는 한국 문화와 어깨를 부딪히는 것 마저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일본 문화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JR 신오쿠보역에서 출발하여 JR 하라주쿠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하라주쿠역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약간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라주쿠역에서 몇 걸음도 못와서 도쿄메트로 메이지진구마에역 출구가 있거든요. 마치 1호선 노량진역 출구 바로 앞에 9호선 노량진역 출구가 있는 것처럼요. 문제는 하지만 제가 든 노량진역 예시와는 다르게 이 두 역은 환승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점으로 봤을 땐 1호선 용산역과 불과 5분 떨어진 3호선 신용산역 같은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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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일본 지하철 시스템은 지하철 회사 별로 별도의 출구가 모두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예를 들어보자면,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7호선이나 9호선 고속터미널역으로 갈아탈 때 무료 환승이 안되고 요금을 별도로 지불하는 것이죠. 우리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모습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수의 회사가 각기 운영하는 도쿄 지하철 시스템에서는 이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서(그놈의 예...) 2호선 강남역과 신분당선 강남역을 환승할 때 추가요금을 내는 이치죠.



진구바시(신궁교)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코스플레이어를 볼 수 있다는 데...저도 몇 보긴 했습니다만 많이는 못봤네요. 따로 날이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도리이를 지나 걸어가다가 이내 다시 뒤로 돌아갑니다. 캐리어를 끌고 있었는데 한없이 펼쳐진 자갈밭을 도저히 못지나겠더라구요. 하지만 이때까진 몰랐습니다. 이 때의 돌아섬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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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진구마에역 내에 위치한 코인락커. 400엔을 넣어야 하는 칸이었던 6433에 캐리어를 집어넣었습니다. 문을 닫은 뒤 동전을 넣기 위해 화면으로 갔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감지되었습니다. 네...돈을 넣지도 않았는데 코인락커가 잠겨버린 것이었습니다.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인포메이션 센터를 갔다가 다시 안내를 받아 역무실로 갔습니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손짓 발짓 해가며 겨우겨우 상황 설명. 30분 안에 엔지니어가 당도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한 엔지니어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열어주질 않더군요. 그 때 마침 역무원 직원이 회사 내부에 통역이 가능한 직원과 전화를 연결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다느니, 열었는데 내 캐리어가 아니면 어쩌냐느니 하길래  이 안에 있는 가방이 내 것이 아니라면 내가 모든 법적인 책임을 모두 다 지겠노라고 했습니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해서 부르라고도 했구요. 그리고서 결국 코인락커 문을 여니 제 캐리어가 (당연히) 나왔습니다. 제 것이 맞다는 것은 전날 관람했던 N향 공연 티켓으로 증명을 했습니다. (여권, 신분증 등을 모두 휴대하고 있었던 관계로) 제 캐리어임을 확인한 직원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아레?'



자신의 상사에게 전화를 돌리는 엔지니어. 사실 여기서 바로 보내줬어도 화가 그리 나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우선 있어보라고 하더군요. 지금 당장 가면 안된다며. 그래서 저도 그때부터 '난 현재 여행 중이고, 이 일로 해서 내 여행이 엉망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입은 피해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했습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전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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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락커 기계 내부에서 영수증이 나왔습니다. 가방을 찾은 시각은 2월 3일 오후 12시 30분. 가방을 맡긴 시각이 2월 2일 오후 1시 15분으로 되어 있군요. 제가 펄쩍 뛰었습니다. 전 하라주쿠에 있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2일 오후 1시 15분경 나리타공항에서 시부야로 타고 온 NEX 내부에서 찍은 사진과 촬영 시간을 보여주었습니다. 직원들은 친절한 표정으로 알겠다는 표시를 했지만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그 때부터 역무원들은 CCTV 화면 앞에 둘러서 촬영영상을 돌려보기 시작했습니다. 멀찌감치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분명 코인락커 근처에는 CCTV가 없었거든요. 역으로 들어오는 출구 쪽에 있는 CCTV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아까부터 전화로 통역을 해주던 직원에게 현재 상황을 말한 뒤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냐면요. 가방을 넣은 뒤 돈도 넣지 않았는데 잠겼다는 것은 한낱 저의 '주장'인 상황이었고, 제가 실제로 그 시간에 가방을 넣은 것이 맞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쯤되니 저도 열이 받을대로 받죠. 이들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제가 캐리어를 넣고 영수증을 잃어버린 상황 내지는 다른 사람이 캐리어를 넣고 제가 캐리어를 찾아가는 상황인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람들은 어떻해서든 책임이 없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저 한번 힐끔 쳐다보고 화면 쳐다보고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데 점점 열이 받더군요.  그러다가 웅성웅성 거리길래 봤더니 제가 말한 시각에 역 안으로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는 화면을 본 모양입니다. 이내 흩어지네요. 흩어지는 순간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던 그 모습보니 정말 주먹 한대씩 꽂아주고 싶단 생각이 들던데...그리고선 아까 락커를 열어준 엔지니어의 상사가 도착했습니다. 그 상사 앞에서 다시 처음부터 상황 설명 쭉. 이때부턴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친구에게 보이스톡을 해 통역을 부탁했습니다. 진행 도중 잠시 통역이 빈 상황이 발생해서 겸사겸사 대사관에 전화해서 이런이런 일이 생겼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겠냐고 물었더니 '개인적인 용무는 따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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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상황은 진행중. 상황을 들은 상급 엔지니어는 또 이곳저곳에 전화를 합니다. 2시가 넘고 있네요. 이 날 일정이 와장창 깨져버려 정말 머리 뚜껑 열리기 직전 상황...하지만 이 사람들은 천하태평...우선 '아까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더니 왜 안불렀냐'며 '날 압박하려고 그런거냐'며 따졌습니다. 그러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런 것이고, 빠른 처리를 위해서 부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 뒤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자 '이 역은 코인락커를 운영할 수 있게 자리를 임대해 줬을 뿐 책임이 없고, 자신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며 '책임을 물으려면 코인락커 제조회사로 해야한다'며 제조회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었습니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려면 일본어로만 해야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제 가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메이지진구마에역 역무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내가 찍힌 CCTV를 카메라로 촬영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니 경찰의 입회하에 가능하다고 거절하고, 상급 엔지니어가 코인락커 관련회사의 정보를 적은 종이를 줘서 받았는데 종이와 함께 천엔을 주더군요. 분한 나머지 보는 앞에서 천엔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길을 나섰습니다. 미리 예약해두었던 지브리 미술관(지브리 박물관) 시간이 있었거든요. 결국 하라주쿠와 메이지 신궁 일정은 다음날 일정 중 일부를 취소하는 등 조정하여 오겠다고 마음먹고 오후 3시가 다되서야 지하철을 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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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으 글만 읽어도 짜증이 나요.
    일본인들은 겉으로는 생글생글 친절한 듯 하면서,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짜증나게 구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하나부터 열까지 정확한 원인과 경과를 찾고자 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친절' 한 것처럼 보이는 껍데기 속에 숨겨져 있는 모습이라 더 불쾌하게 와닿는 것 같아요.
    • 2017.01.27 18:15
    비밀댓글입니다
    • 이것저것 주워들은 건 좀 있는데 일본어를 못해서요^^;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여행은 끝났으니 됐죠 뭐! 작년 말에는 홋카이도도 혼자 다녀왔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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