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 탄기국의 탄핵 무효 백악관 청원, 쪽팔려서 얼굴을 못들겠다

Posted by 자발적한량
2017.03.13 17:14 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치과 진료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을 오가느라 서울시청 앞을 지나가곤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었죠. 시청광장에 대형 성조기가 나부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니 세상에... 대한민국이 무슨 미국의 51번째 주도 아니고... 제가 그렇다고 반미주의자도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 그것도 자국인들의 손으로 성조기가 그렇게 나부끼고 있는 모습이 정말 수긍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기사, 지난 태극기 집회 때는 일부 개신교계에 의해 이스라엘 국기도 등장했었죠? 심지어 이스라엘은 유대교를 믿으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신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나라인데 말이죠.


탄핵반대집회에서 이렇게 뜬금없이 출몰하는 성조기와 이스라엘국기에 대해 외신들마저도 무척이나 의아하게 여기며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는 상황. 굳이 탄핵반대집회 세력에서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의미를 분석해보자면 미국을 6·25전쟁 등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원해준 나라로 생각하며 대한민국이 현재의 발전된 국가가 될 수 있게끔 지켜준 은인으로 보는 시선에서 나온 행위입니다. 마치 임진왜란 당시 풍전등화와 같던 조선을 도와준 명나라에 대한 '재조지은(再造之恩, 거의 망하게 된 걸 구해준 은혜)' 같은 개념인 것이죠. 


이러한 생각은 특히 노년층으로 갈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과거 배고프고 힘들던 세월에 대한 두려움, 실제적인 북한의 위협과 이를 이용해 국민들의 공포감을 조성했던 군사독재정권이 세뇌시킨 잠재적인 두려움까지 더해져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미국 덕분이고, 미국이 없으면 안된다'는 나약함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1948년 8월 15일 정식으로 창설된 대한민국 국군이 아직까지도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게 맡긴채 지휘를 받아야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전환 논의가 이루어질 때면 국방부 장관, 장성들을 비롯한 단체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반대 시위를 벌이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후신인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이하 국민저항본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 등 친박단체들이 낯 뜨거운 행동을 저질렀습니다. 미국 백악관이 운영하는 인터넷 시민청원 사이트의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청원을 올린 것인데요. 


지난달 20일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의해 탄핵되어선 안된다'(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Park Geun-Hye shouldn't be impeached by Korean National Assembly!!!)라는 제목으로 올린 문제의 청원 속에서는 "미국 대통령이여~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선출된 대통령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특검, 그리고 국회에 의해 반헌법적인 탄핵 소추를 당했다. 검찰과 국회는 증거도 없고,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벗어나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국민에게 탄핵의 불공정함을 알리고 싶다. 탄핵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최전방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된다면 한국 내 모든 정치인도 마땅히 탄핵을 당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미국에서 나서주거나 입장을 표명해주길 기대하는 뉘앙스의 주장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청원이 올라간 위 더 피플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열린 정부' 구상에 따라 운영을 한 페이지로, 등록 3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이 서명하면 백악관은 이 청원에 대해 의무적으로 답변을 해야 합니다. 이 청원이 등록된 20일 당시만 해도 별 반응이 없었으나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되자 서명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뭐 그래봤자 이 글을 작성하는 13일 17시를 기준으로 3,009명에 불과하지만요. 현재 박사모, 국민저항본부 등에서 이 청원에 대한 서명 독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10만 명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청원이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입니다.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탄핵이 인용되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왔습니다. 전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름대로 그쪽 바닥에서 잔뼈 좀 굵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무식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 간 분쟁을 해결하는 곳이지 특정 국가의 국내문제를 간섭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동 한 번 해보겠다고 작정하고 이 말 저 말 막 던지네' 싶었죠.


이 청원의 문제는, 태극기를 흔들면서 애국자 행세를 하는 이들이 정작 다른 나라에다가 '우리나라 내정 문제 좀 나서서 해결해주세요'라고 읍소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입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51번째 주가 아닙니다. 엄연히 미국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 국가이며, 어떠한 나라도 대한민국의 내정간섭을 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박근혜 탄핵 인정 못한다'고 하면 그냥 대통령 유지되는 건가요? 트럼프가 무슨 명나라 황제입니까?


정말 창피합니다. 이런 말까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확실히 정상적인 사리분별이 안되는 것이 맞는 것 같네요. 제 주변엔 연세가 드실수록 바람에 휘둘리지 않는 고목나무처럼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어르신들 밖에 없는데, 저 사람들을 보면 '나이를 X구멍으로 드셨나'하는 거친 언사가 목구멍 끝까지 치밀어오르곤 합니다.



오늘 포스팅의 결론입니다. 곱게 늙자.

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성조기를 드냐. 내정 문제에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거냐. 칠레에 친미 성향의 정부가 집권한 때가 있었지만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우리다. 칠레라면 이와 같은 집회에서 결코 성조기를 들지 않을 것이다.


칠레 국적의 여행객 바르가스


한국을 떠나기 전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모두 보고 싶어서 나왔다. 집회가 평화적인 게 인상적이다. 하지만 집회에서 국기와 성조기를 드는 건 이해가 안 된다. 태극기를 든 한국의 민족주의자들은 애국심이 강할텐데 왜 성조기를 드는 거냐. 한국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고 싶은 거냐. 미친 거 같다(It's crazy)


네덜란드 국적의 여행객 욥


오늘의 키워드

#박근혜 탄핵 #박근혜 파면 #박근혜 탄핵 인용 #태극기집회 #박사모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성조기 #탄기국 #백악관 청원 #사대주의 #재조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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