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을 꿈꾸며/이탈리아

비밀스러운 베네치아 가면과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응접실 산마르코 광장

자발적한량 2008.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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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치아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던 가면. 베네치아의 가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이 것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의 눈에 띄지 않고서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였습니다.


 가면이 베네치아에서 사용되게 된 계기는 총독이었던 엔리코 단돌로가 1204년 제7차 십자군 원정에서 점령한 콘스탄티노플에서 베일을 쓴 무술만 여인들을 데리고 오면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법령들을 보면 1339년 가면을 쓰고 밤에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하거나, 1458년 남자들이 여자처럼 가장을 하고 수도원에 드나들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해 8월 10인 위원회에 의해서 공포된 법령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미 이 시기에는 가면이 베네치아 공화국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정도로 연중 오랜 기간동안 착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법령에 따르면 가면에 의해 초래되는 심각한 후유증을 피하고자 카니발 기간과 공식 연회를 제외한 시기에는 모든 일반 시민과 귀족을 포함하여 이방인까지도 가면의 사용이 금지됩니다. 이 법을 어기는 자는 엄중한 처벌을 받았는데, 남자의 경우에는 2년 동안 옥살이와 더불어 18개월 동안 노역을 해야 했으며, 10인 위원회에 500리라의 벌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여자의 경우는 산 마르코 광장에서 리알토 다리까지 채찍질을 당했고, 산 마르코 광장에 있는 두개의 기둥 사이에 묶여졌으며, 4년 동안 베네치아 공화국 영토에서 추방되었고, 역시 500리라의 벌금을 10인 위원회에 지불해야 했습니다.
 

 베네치아 공화국이 멸망한 직후, 오스트리아 정부는 카니발 기간 동안 가면 사용을 허락하였는데요. 이로 인해 카니발 기간에는 신분과 성별, 사회 계급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귀족과 승려, 사신과 수녀, 창녀와 하인들이 똑같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죠. 검은 두건, 젠다라 불리던 긴 망토, 하얀 가면과 필수품인 삼각모자 차림의 바우타는 표준 모델이 되었습니다. 여자들은 모레타, 즉 검은 마스크와 레이스로 된 숄을 걸쳤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정치적 안정이 유지되던 시기에 국가와 이웃의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합법적인 탈출구였던 것이죠. 데이트를 하기 위해 달려가는 이름 모를 난봉꾼. 고혹적인 가면을 쓰고 남몰래 마음껏 즐기는 음탕한 여자들. 당시의 베네치아가 정말 그랬을지는 모르지만요..^^;


수많은 비둘기떼와 사람들로 가득한 산 마르코 광장. 바다에 면해 선착장이 있는 부분은 피아체타라고 하는데, 이곳에 멀리 콘스탄티노플에서 옮겨온 흰 대리석으로 만든 2개의 원주가 있습니다. 원주 위에는 베네치아의 수호신인 날개 달린 사자와 성 테오도르 상이 있습니다.


 날개 달린 사자가 베네치아의 수호신이 된 것은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인 산 마르코를 상징하는 것이 날개 달린 사자이기 때문입니다. 산 마르코는 개신교에서는 마가로 불립니다. 광장 동쪽으로 산 마르코 대성당이 있고, 광장의 주위는 흰 대리석의 열주가 줄지어 있는 회랑입니다. 이 광장을 보고 나폴레옹은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응접실"이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광장에는 유서깊은 카페가 많습니다. 특히 카페 플로리안은 1720년에 개업한 이래 바이런, 괴테, 조르주 상드, 뮈세, 바그너 등이 단골손님이었다고 하네요. 사진은 정작 카페 라베나에서 찍고서..그런데 T군은 베네치아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남겼죠..^^ 수많은 명사들이 단골 손님이었던 카페 플로리안에서 양해를 구한 뒤 즉흥 연주를 해본 것이지요~ 정말 갑작스럽게 한거라 딱히 준비한 것도 없었고, 쉽고 잘 알려진 곡, 그리고 이탈리아에 연관있는 곡을 생각하던 끝에 'O Sole mio'를 연주하였답니다^^;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에서 연주한 T군의 'O Sole mio' 영상 보기]


 2명의 상인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져온 성마르코 유골의 납골당으로 세워진 것이 산 마르코 성당의 시작입니다. 그 후 성마르코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수호성인이 되었죠. 967년 화재로 유실된 후 1063년부터 10년에 걸쳐 11세기 말에 현재의 산 마르코 성당이 재건되었다고 합니다. 산 마르코 성당의 건축양식은 비잔틴 건축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유명합니다. 그리스 십자형의 바실리카로 다섯 개의 동방적인 돔을 받치고 있으며, 파꽃형의 아치와 고딕풍의 천개가 이어진 파사드를 가지고 있고 아름다운 대리석 건축으로 황금빛의 배경을 지닌 모자이크 벽화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성당 앞에 있는 3개의 깃대는 사이프러스, 칸디아, 모레아의 베니스 왕국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성당 정면인 파사드에는 5개의 커다란 문이 있으며 화려한 대리석과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중앙에 자리한 출입구에는 로마네스크-비잔틴 양식의 저부조 조각으로 장식된 3개의 아치가 있는데요. 출입문의 상단에는 청동으로 주조된 유명한 말 군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조품이고 원작은 성당 2층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좌측의 첫 번째 아치에는 산 마르코의 승천이 묘사되어 있고, 총독 관저를 바라보는 남쪽 파사드에는 반암의 군상들이 올라가 있으며, 모퉁이에는 법률이 공표되는 연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99m의 높이로 우뚝 솟아있는 종탑은 15세기 말에 세워졌으나 1902년 붕괴되어 복구 공사 끝에 1912년에 완공된 것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종탑에서 내려다보는 베네치아의 정경이 정말 아름답다고 합니다. 꼭 다시 가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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