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드라얀 3호, 인류 최초의 달 남극 착륙 성공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Chandrayaan-3)가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지난달 14일 발사한 무인우주선 찬드라얀 3호가 한국시각으로 23일 오후9시 34분 달 남극 부근에 연착륙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는 러시아(구 소련), 미국, 중국, 인도 이렇게 4개국이 되었습니다.
1960년대 소련과 미국은 냉전 시대의 국력 경쟁의 일환으로 달 착륙을 위한 기술 경쟁을 시작했고, 1966년 소련의 루나-9 탐사선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착륙하면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도 잠시, 1969년 아폴로 11호의 선장이었던 닐 암스트롱이 버즈 올드린과 함께 달 표면에 발을 내딛으면서 달 표면을 걸은 최초의 우주인이 됐습니다. 이후 세계 각국도 이러한 우주 경쟁에 뛰어들었죠.
최근 각국은 달 남극 착륙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하지만 달 남극은 물 얼음 존재 외에 그림자로 인해 지면의 구별이 어려워 착륙이 다른 곳보다 어려웠죠. 일본과 중국, 이스라엘 등이 달 남극 착륙을 시도했다가 무산됐으며, 지난 20일에는 러시아가 루나 25호를 발사해 반세기 만에 달 탐사에 도전했지만, 달 표면에 추락해 파괴되면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선 '비크람(Bikram)'이 이에 성공한 것이죠. '비크람'은 인도우주연구기구의 설립자 비크람 사라바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 달을 향한 인도의 도전사
인도는 달 착륙을 위해 지난 2008년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해 인도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시켰습니다. 이때 찬드라얀 1호에 탑재된 '달 광물 지도작성기'(M³)가 수집한 달 표면 초다분광 반사율 자료에 따라 리솨이 하와이 지구물리 행성학 연구소 교수팀은 달 표면에서 산화철 광물인 '적철석'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산화는 단어 그대로 산소와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간 대기가 없다고 알려진 달에서 산화 반응이 일어났다는 점에 관심이 모아졌고, 이는 물에 포함된 산소가 적철석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됐죠. 또한 NASA도 하와이 대학, 브라운 대학 연구진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찬드라얀 1호가 수집한 자료들을 분석, 달의 남극과 북극 지역에 다량의 얼음을 발견했다고 밝힙니다.
인도는는 2019년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해 달 궤도까지 진입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속도조절에 실패해 착륙하지 못하고 달 표면에 충돌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절치부심해 4년 만에 준비한 찬드라얀 3호는 같은 목표로 러시아가 47년 만에 발사한 무인우주선 루나 25호보다 한 달 빠른 7월 14일 인도 남부의 스리하리코타 우주센터에서 발사됐었죠. 그리고 러시아는 착륙시도 예정일 하루 전인 8월 20일, '20시간 전에 이미 루나 25호와 연락이 끊겼으며 충돌폭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며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착륙 과정도 아니라 착륙시도 궤도 이동 중 캡슐이 폭발한 것이어서 러시아에겐 기술력의 부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인도는 달의 남극에 해가 뜨는 날인 23일을 착륙일로 결정했습니다. '비크람'을 포함한 찬드라얀 3호의 각종 장비가 태양열로 구동되기 때문이었는데요. 찬드라얀 3호는 비용 정약을 위해 루나 25호보다 일찍 출발해 여러 번 지구 궤도를 돈 뒤 8월 5일 달 궤도에 들어섰고, 사흘 전 비크람이 찬드라얀 3호 본선에서 궤도 수정 이탈합니다. 그리고 비크람은 예정된 계획에서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이날 오후 9시 15분 하강을 개시해 34분에 남극에 착륙에 성공했죠. 비크람이 연착륙한 위치는 정확하게 말하면 달 남극으로부터 595km 떨어진 남위 70도 부근의 보구슬라우스키 분화구의 서쪽 부근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영구적인 그림자가 드리운 표면적이 매우 넓어 달의 남극이라 포함되어 불리고 있던 지역.
- 왜 달의 남극인가?
이렇게 인도가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첫 번째 국가가 된 가운데, 미국 역시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오는 2025년 우주비행사 2명을 달 남극에 착륙시켜 일주일간 탐사 활동 후 귀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도 내년 창어 6·7호를 발사하고 2027년 창어 8호를 발사해 2030년 이후엔 달 남극 기지 건설을 위한 구조 시험을 진행할 방침입니다. 이토록 달 남극에 대한 탐험이 계속되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 위에 언급한 달의 얼음이 있기 때문.
얼음이 있으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식수나 산소 공급도 가능해지는데, 현지에서 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단발성 탐험이 아니라 달에서의 장기 체류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또한 이 얼음은 수십억 년에 걸쳐 축적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어 달의 초기 역사 뿐 아니라 지구의 역사 기록도 갖고 있을 수 있으며 태양계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그 역사를 알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찬드라얀 3호의 우주이무 비용은 많이 잡아야 7,500만 달러, 한화로 약 900억 원에 불과해 영화 '인터스텔라'의 제작비보다 적다는 사실. NASA가 개발한 우주발사체 SLS의 1회 발사 비용이 20억 달러(2조 6,000억 원),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은 6,700만 달러(989억원), 스타십이 1억 달러(1,322.5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정말 가성비가 끝장나죠.
착륙으로 인한 먼지가 가라앉는대로 비카람에 탑재되어 있던 26kg의 6륜 로버(탐사차)인 '프라그얀'('지혜'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이 14일 동안 태양전지를 동력으로 약 500m를 이동하며 달 남극 착륙의 목적인 물 얼음 채취를 비롯해 달 표면 광물의 원소를 분석할 예정입니다. 프라그얀의 바퀴에는 달의 토양에 인도의 흔적을 남길 수 있도록 ISRO 로고와 인도의 국장인 '아소카의 기둥'을 새겨져 있는데요. 다만 밤 사이 배터리가 방전되어 작동이 중단되는 프라그얀이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배터리가 다시 살아날지 여부는 미지수.
우리나라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누리호를 발사시키면서 세계에서 11번째의 자력 우주로켓 발사국이 되었고, 1톤 이상의 실용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7개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 7개국이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대한민국인데, 누리호 발사 성공 후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대한민국이 7위 우주강국, 인도를 세계 6위 우주강국이라 평가하면서 양국 간의 경쟁력 차이가 '엄청 크다'라고 표현을 했었죠. 인도는 올 하반기 첫 태양 탐사선 '아딧야 L1(Aditya-L1)'을 비롯해 2025년 미국, 러시아 등과 공동으로 개발한 유인 우주비행용 캡슐 프로젝트 '가간얀(Gaganyan)'의 첫 번째 발사도 예정하고 있습니다.
- 찬드라야 3호를 위한 인도인들의 응원과 축하
한편 찬드라얀 3호의 착륙 전 인도 전역의 힌두교 사원(Mandir)에서는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을 성공하는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으며, 인도 신문과 뉴스 채널들은 착륙 카운트 다운을 알리는 배너 헤드라인을 내보냈었는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현지에서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을 지켜본 뒤 성공 후 "이것은 새로운 인도의 승리의 함성"는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ISRO도 "찬드라얀 3호의 성공적인 착륙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탐험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인도 과학기술의 역량을 축하하면서 과학 탐구와 혁신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죠.
이번 인도의 찬드라얀 3호의 성공적인 착륙은 지난해 세계 5위의 경제 대국과 올해 세계 1위의 인구 대국 자리를 차지한 인도가 기술강국, 우주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하는 데 큰 일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 있었던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 주의회 선거에서 인도의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증손자인 라훌 간디 등이 주축이 되어 이끌고 있는 인도국민회의(INC, 인도에서는 그냥 Congress로 사용합니다만)에게 주정부를 단독으로 구성할 수 있게 해줄 정도로 참패를 하며 위축되어 있는 모디 총리와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에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기를 높일 수 있는 정치적 기회로도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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