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미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수미는 오늘(25일) 아침 서초구 방배동의 자택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아들인 정명호 나팔꽃 F&B 이사에 의해 발견되어 오전 8시경 출동한 119에 의해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습니다. 향년 75세.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수미의 사인은 고혈당 쇼크사. 당뇨 수치가 500이 넘게 나왔다고 하는데요. 고혈당 쇼크는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으로,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최근 김수미는 14년간 출연했던 뮤지컬 '친정엄마'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소송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작사가 표절 시비에 휩싸이면서 김수미는 지난해부터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하죠. 아들 정명호 이사 역시 "사실 '친정엄마' 때문에 어머니가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밝혔구요.
1949년생인 김수미는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며 연예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이국적이고 개성있는 외모였지만 당시 선호하던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데뷔 후에 한동안 무명 생활을 했는데, 방송가에선 김수미가 신인 임에도 뻣뻣한 자세로 일관해 '장관 딸이냐'는 소문이 돌았다고 하죠.
김수미를 스타로 만든 것은 1980년 처음 방송된 이후 22년간 시청자들과 만난 MBC 드라마 '전원일기'. 32세였던 김수미는 '일용엄니'역을 맡으며 시골 할머니 연기를 했습니다. 아들인 '일용이'역의 박은수보다 나이가 어렸죠. 당시 전원일기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을 몰랐던 김수미는 대기실에서 만난 선배 박은수가 "야, 너랑 나랑 한 집에 산다"고 말하자 "어머, 선배님. 그럼 우리 부부예요?"라고 되물었는데, 박은수가 "네가 우리 엄마야"라고 말했던 후일담이 유명하죠. 그리고 김수미는 이를 통해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김수미의 실감나는 연기에 할아버지들이 방송국으로 팬레터를 어마어마하게 보냈다고 하죠.
그리고 1986년 김수미는 주말연속극 '남자의 계절'을 통해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조연 캐릭터 임에도 최초로 연기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강한 최명길의 친정엄마 역할이었는데요. 지금까지도 조연 캐릭터가 연기대상을 수상한 사례는 나문희와 김수미 두 명 뿐. 그 외에도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아침방송계의 본좌라 할 수 있는 '오늘의 요리'를 진행하는 등 진행자 경력도 쌓아갔습니다.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구요.
'전원일기'에서 할머니 역을 맡았던 김수미는 전원일기 종영 이후 나이가 들면서 실제로 할머니가 됐는데, 그 이후로도 주로 어머니 혹은 할머니 역을 맡아왔습니다. 그리고 김수미는 '할미넴' 김영옥과 더불어 욕 연기의 달인으로 불렸죠. 2006년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3'에서 부른 희대의 명곡 '젠틀맨이다'를 비롯해 영화 '사랑이 무서워'에서 임창정에게 쏟아붓는 '개밥 쉰내'는 정말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김슬기와 함께 호흡을 맞춘 제습기 광고 등 김수미의 욕 연기는 정말... 가히 일품이었죠.
김수미는 자타공인 출중한 요리 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집에 김치냉장고가 8대며, 김장을 하면 200포기를 한다고 하죠. 친한 동료 및 후배 연예인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꼬박꼬박 보내줄 정도인데, 예능 프로그램 KBS 2TV '수미산장' tvN '수미네 반찬' 등을 통해 본인만의 레시피와 화끈한 입담을 선보이며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참, 배우 서효림이 며느리이기도 한데, 서효림은 김수미와 함께 JTBC 예능 '짠당포'에 출연했을 당시 "평소에도 ‘효림아 아니다 싶으면 끝내. 애 하나 더 낳지 말고 끝내’라고 하신다"고 밝히기도 했죠.
최근까지도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뮤지컬 '친정엄마'를 비롯해 '회장님네 사람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 각종 활동으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온 김수미는 올해 5월 피로 누적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한차례 병원 신세를 졌고, 7월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수미는 바쁜 활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을 호소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던 9월 김수미는 한 쇼핑몰 채널에 출연해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의 김치를 홍보했는데, 얼굴이 부은 상태로 그는 말을 하다 숨이 찬 모습을 보이고, 가벼운 물체를 들 때도 손을 떠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과 행동을 보였죠. 이후 건강 이상설에 휩싸이자 김수미 본인이 직접 언론에 "말이 어눌했던 건 임플란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명했고, 아들 정명호 이사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고 모친의 건강 이상설에 선을 그었었습니다.
2017년 '즐거운 사라'로 유명한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술에 취한 채 장례식장에 찾아와 커터칼로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던 김수미. 이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수미는 마광수 교수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안타까운 사건에 휘말려 억울한 판결을 받고 사회에 외면당해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에 대해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애도를 표하려 방문했던 것으로 추정됐었죠.
그리고 올해 1월 아들 정명호 씨와 함께 가공식품 판매 유통회사인 ㈜나팔꽃 F&B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었습니다. 나팔꽃 F&B 측은 "김수미 모자가 10년 동안 독점 계약한 '김수미' 브랜드 상표권을 무단으로 타인에게 판매하고 회삿돈 6억여원을 횡령했다"면서 "김수미가 정씨와 배우 서효림의 결혼 당시 며느리에게 준 고가 선물, 집 보증금이나 월세, 김수미 홈쇼핑 방송 코디비와 거마비 등을 회삿돈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는데, 김수미 측은 "우리가 피해자인데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망신 주기'를 당하고 있다"고 이를 반박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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