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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신지예 후보 선거 벽보 훼손 사태, 치졸한 남근주의에 숨이 막힌다

자발적한량 2018.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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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통해 해당 포스트를 요약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를 아시나요? 신지예 후보는 1990년생으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최연소인 후보입니다. 그런데 노원구, 강남구 등 곳곳에서 신지예 후보의 벽보가 훼손되거나 벽보를 감싸고 있는 비닐이 찢긴 채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입니다. 경악스럽게도 벽보 속 신 후보의 눈을 불로 지져놓은 곳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공직선거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나 현수막 등을 훼손·철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범죄죠. 



그런데 도대체 왜 신지예 후보에 대한 이런 공격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여성혐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신지예 후보는 '나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성평등 정책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성폭력·성차별 아웃, 여성의 임싱중지 권리 보장. 신 후보 측 선거운동본부는 이번 선거 벽보 훼손 사태를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백래시(backlash)란, 사회정치적 변화로 자신들의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집단이 반발하는 현상을 말하죠. 다음은 신지예 후보의 자평.


벽보 포스터를 두고, ① 선거포스터인데 눈빛이나 표정이 시건방지다 ② 제 다른 사진들과 포스터 사진을 비교하며 얼평 ③ 눈을 파서 훼손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선관위와 경찰에서 현재 조사 중이지만, ① 여성이 친절하게 웃어주는 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표정을 지적받고 ② 의견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외모평가, 인신공격을 당하거나 ③ 모르는 사이 헐뜯기는 경험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닐 것입니다.


선거벽보 훼손이 중범죄인 것도 모르고 훼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거법의 보호를 받으니 이 정도만 훼손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밝히는 일은 과도하게 공격받을 일이 됩니다. 그러나 저도, 여러분도, 그리고 앞으로의 이 사회도 페미니스트들이 성취하는 변화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을 믿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의 손을 잡고 더 멀리 나아가겠습니다.




신지예 후보의 선거 벽보와 관련해 또 하나의 사태가 있었는데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이며, 가수 故 김광석의 아내 서해순의 변호를 맡았고, 개그맨 출신 기자 이재포가 법정구속된 것과 관련해 "조덕제를 도우려다 구속된 것"이라고 주장해 조덕제와 설전을 벌인 유명 변호사 박훈이 지난 4일 신지예 후보의 포스터를 두고 자신의 SNS에 "1920년대 이른바 계몽주의 모더니즘 여성 삘이 나는 아주 더러운 사진을 본다. 개시건방진. 나도 찢어 버리고 싶은 벽보다. 그만하자. 니들하고는"이라는 막말을 쏟아내 물의를 빚기도 했죠.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페미니즘과 후보를 비방하는 관점은 전혀 없이 사진 구도와 벽보의 분위기에 대한 저의 비평이었으나, 전후 좌우 맥락없이 보였던 것은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하는 촉극을 빚기도 했죠. 물론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그다지 사과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만.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누드화 '올랭피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당시 남성들은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고귀한 귀부인이 아닌 창녀 따위가 감히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냐는 이유에서였죠. 2013년, '안녕하세요' 대자보가 곳곳에 붙여지던 당시 성매매 여성의 대자보는 자격이 없다며 찢기고 모욕당하기도 했죠. 신지예 후보의 벽보를 보며 '젊은 여성이 시건방지게 그 따위 표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이들의 남근주의에 숨이 막혀 제 꼬추가 쪼그라들 지경입니다.




지난 4일 KBS에서 진행된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신지예 후보의 연설 문 중 일부를 소개하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혁명의 봄을 지났습니다. 이전에는 해일 앞에 조개처럼 여겨졌던 문제들이 파도가 되어 왔습니다. 미투, 그리고 위드유. 불법촬영근절 등 여성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터부시되었던 이야기들, 성폭력과 성차별, 여성혐오, 낙태죄 등이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에서 여성과 소수자 문제는 항상 나중. 나중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시대의 소수자 편에 서야 합니다. 이 불공정한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여성으로서 서울시장에 나온 이유입니다. 


저는 꿈을 꿉니다. 타인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관습이라 부르지 않는 서울을 꿈꿉니다. 건물주에게 쫓겨나지 않고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서울을 꿈꿉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프리랜서가 갑질 당하지 않는 서울을 꿈꿉니다. 성소수자가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놓고 자신 그대로 살 수 있는 서울을 꿈꿉니다. 여성이 어두운 밤길과 공공화장실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서울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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