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리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코너 맥그리거의 복싱 경기가 메이웨더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평소 전 치고 박고 싸우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권투, 복싱, 이종격투기 등등을 전혀 보지 않았는데요. 이번 매치에 대해 워낙 시끌벅적하고 해서 마침 시간도 있길래 경기를 한번 관전해봤습니다. 이번 경기는 UFC 국내 중계권을 가진 SPOTV NOW를 통해 유료로 오전 8시부터 언더카드와 메인카드 경기 모두 생중계로 시청이 가능했는데요. 워낙 빅매치다보니 KBS 2TV에서도 11시 30분부터 메인이벤트 위주로 중계를 해주었습니다. 단 TV로만 시청할 수 있고 온에어, DMB, myK 등에선 불가능. 그래서 전 KBS 2TV 선택.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웰터급(69.85kg) 프로 복싱 대결은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었습니다. 현역에서 은퇴한지 2년이 지났지만 49승 무패(26KO)의 무시무시한 승률, WBC 웰터급, 라이트미들급, WBA 슈퍼웰터급 타이틀을 거머쥔 메이웨더와 UFC 최초 두 체급을 석권한 현역 최고의 파이터인 맥그리거의 경기 총매출은 6억 달러(약 6,770억 원)으로 예상되었고, 미국 현지에서만 전체 인구의 6분의 1인 5,000만 명이 시청하는 것을 비롯해 전 세계 220개국에서 약 10억 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경기장 입장권이 최대 1만 달러(약 1,13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하죠?
메이웨더가 맥그리거는 대전료로 각각 2억달러(약 2,250억 원)와 1억 달러(1,125억 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죠. 금액상으로 볼 때 메이웨더가 맥그리거의 2배이지만, 경기가 복싱 룰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맥그리거가 복싱 데뷔 무대였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어마어마한 액수라고 할 수 있죠. 참고로 맥그리거가 받은 1억 달러는 맥그리거가 지금껏 선수생활을 통해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액수라고 합니다. 승자에게는 이탈리아에서 특수 제작한 벨트가 주어졌는데, 3,360개의 다이아몬드와 600개의 사파이어, 300개의 에메랄드, 순금 1.5kg가 박힌 악어가죽 벨트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아, 이 벨트에 욱일기가 들어가 있어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메이웨더와 맥그리거는 경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마다 계속해 설전을 벌이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습니다. UFC 무대에서도 막말 독설가로 유명한 맥그리거는 'Fuck You'가 줄무늬처럼 촘촘히 적혀있는 양복을 입은 것을 비롯해 ""늙은 선수를 부숴버리겠다" "일어나 메이웨더, 다 끝났어"라며 메이웨더를 도발했습니다. 맥그리더에 비해 차분하긴 했지만 메이웨더 역시 맥그리거를 향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최고의 파이터" "이번 경기가 맥그리거의 은퇴 경기가 될 것" 이라며 지지않고 응수했죠. 아, '머니'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맥그리거에게 "패자의 냄새가 난다"며 자신의 가방을 열더니 돈을 마구 뿌려대기도 했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데이비드 베컴, 로저 페더러, 타이거 우즈 등을 제치고 세계 스포츠스타 소득 순위 1위인 메이웨더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승부를 두고 메이웨더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복싱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빠른 스텝의 아웃복싱을 구사하며 일평생을 복싱선수로 활동한 메이웨더에게 무게추가 기운 것이죠. 심지어는 맥그리거의 훈련을 담당했던 복서 토니 제프리스마저 메이웨더의 승리를 예상했다고 하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나이차와 우월한 피지컬을 이유로 맥그리거의 승리를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젊은피 맥그리거의 손을 들어준 것이죠. 글러브 안의 솜이 기존 10온스에서 8온스로 줄어들면서 맥그리거가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구요.
오늘의 경기로 넘어가 볼까요? 맥그리거는 아일랜드 국기를 온몸에 두른채 UFC 챔피언 벨트 2개를 뒤에 세우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고, 메이웨더는 눈과 입만 드러낸채 얼굴 전체를 검은 복면으로 가리고 링에 들어섰습니다. 이윽고 시작된 경기. 예상대로 맥그리거는 초전박살을 노리며 1라운드부터 메이웨더를 밀어붙였습니다. 물론 생각만큼 거세진 않았어요.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복싱 룰이니만큼 혹시 모를 장기전을 대비했던 것이었겠죠. 이에 비해 메이웨더는 접근전 자체를 펼칠 의사를 보이지 않은채 차분히 기다렸습니다. 맥그리거의 체력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전략이었죠. 맥그리거는 두 손을 등 뒤로 돌리는 등 도발을 벌였지만 메이웨더는 이를 모두 참아냈습니다.
기대 이상의 복싱 기술을 자랑하며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던 맥그리거였지만 4라운드에서부터 메이웨더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맥그리거의 스피드가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빈타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죠. 주먹의 파워가 초반보다 약해진 것을 느낀 메이웨더가 쿰척쿰척 맥그리거를 압박하고 나섰고, 맥그리거는 다가오는 메이웨더에게 공격을 이어가긴 했지만 조금씩 스텝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메이웨더가 모험을 시도하진 않았어요. 이러한 메이웨더의 조용한 압박에 맥그리거의 체력 고갈이 계속 노출되었습니다. 그래도 맥그리거는 클러치로 메이웨더를 막아내며 버텨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혓바닥을 내미는 등 아직 여유가 있다는 걸 어필하기도 했죠.
8라운드에서부터 메이웨더는 과감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라운드에서 맥그리거는 다리가 풀린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시청자들로 하여금 결과를 예상하게 만들었죠. 맥그리거가 끝까지 투지를 발휘하며 변칙 공격을 통해 경기를 이어갔지만 경기는 10라운드에서 결판이 났습니다. 메이웨더에게 라이트 펀치를 맞은 맥그리거가 휘청거리자 로버트 버드 주심이 1분 54초에 메이웨더의 TKO승을 선언하며 경기가 종료되었어요. 결국 두 사람이 펼친 세기의 대결은 메이웨더의 승리로 끝이 났고, 이로써 메이웨더는 50전 50승의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프로 복싱 데뷔전에 나선 맥그리거를 상대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복서가 10라운드까지 허용했다며 이는 메이웨더의 명성에 심각한 손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초반 압박이 거센 이종격투기 챔피언의 특성을 파악하고 약점을 간파한 경기 운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은 정확히 먹혀 들어 맥그리거의 다리를 풀리게 만들었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어느 뉴스 댓글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그간 상대방에 대해 온갖 험담을 늘어놓았지만 실제로는 전용기 안에서 사이 좋게 스테이크 썰면서 놀 것 같다고. 어마어마한 대전료를 벌게 해준 상대인데 얼마나 사랑스럽겠냐고 하더군요..ㅎㅎ 저도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이었습니다..ㅎㅎ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메이웨더는 "복싱도 종합격투기도 위대한 스포츠다. 아일랜드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내 마지막 댄스 파트너 맥그리거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보내고 싶다"는 말로 맞서 싸운 맥그리거를 향해 훈훈한 존중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어요. 자, 남은 일요일 오후 편안히 보내시길 바라면서. 이만 포스팅 마칩니다.
오늘의 키워드
#메이웨더 맥그리거 #이종격투기 복싱 #Mayweather #Mcgreg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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