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몇 명의 이름이 있습니다. 발언을 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발언에 등장한 사람까지 모두 다음, 네이버 등 포털 실시간 이슈 검색어 10권 안에서 가열차게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발언을 한 사람은 과거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이자 시사인 기자인 주진우이고, 발언에 등장한 사람은 권재홍 MBC플러스 대표이사, 이진숙 대전MBC 사장 그리고 방송인 김성주입니다.
논란의 발단은 어제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집회 현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의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지난 4일 0시를 기해 이어져 오고 있는 MBC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주진우 기자가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지난 2012년 총파업 당시를 회상하며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성공하지도 못했다. 권순표 앵커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가 후배, 동료들이 파업하는데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고 내려놨다. 내가 아는 MBC 기자들, MBC 선배들은 그렇다"며 운을 뗐습니다. 2012년 당시 MBC 노조는 170일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의 파업을 했고, 파업 이후 파업 참가 노조원들을 제작 일선에서 내쫓는 등 사측의 극악무도한 보복이 현재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여기서 주진우 기자는 "많은 아나운서, 진행자들이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마이크를 내려놨다. 스포츠 캐스터들도 내려놨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았다"면서 "특히 그가 빈자리를 자주 차지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더 밉다. 진짜 패고 싶다"며 방송인 김성주를 언급했습니다. 또한 "동료들이 어려울 때 누가 들어와서 마이크를 잡았는지 기억해야 한다. 김성주를 기억한다. 권재홍, 이진숙을 기억한다"고 강조했죠.
최근 TV에서 김성주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하나라도 보지 않으신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 '전 국민 프로젝트 슈퍼리치' '뭉쳐야 뜬다' '복면가왕' '냉장고를 부탁해' '슈퍼스타K' '한식대첩' 등 지상파, 종편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성주. 그런 김성주의 이름이 왜 이 타이밍에 MBC 노조 파업 현장에서 등장을 한 것일까요? 그가 걸어온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성주는 2000년 공채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하여 스포츠 중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3년간 중계한 경기가 1,000 경기가 넘는다고 하죠? 특히 NBA 중계는 현재까지도 아나운서계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하구요. 많은 분들은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차범근-차두리 부자와 함께 현장감을 살려낸 중계를 기억하기도 할 겁니다. 이렇게 인기를 얻은 여세를 몰아 당시 핫했던 아나테이너 붐을 타고 예능 프로그램까지 진출하게 된 김성주는 그야말로 국민 아나운서급의 반열에 오릅니다. 이러던 중 김성주는 2007년 2월 28일 돌연 MBC에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MBC를 퇴사했죠. 본사의 간판 아나운서인 김성주가 뚜렷한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퇴사하자 MBC는 김성주에게 괘씸죄를 적용, 사실상 출연금지 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게 된 김성주는 8개월 가까이 방송을 쉬게 되는데, 본인 말에 의하면 처음에는 지친 심신을 달래며 편안했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아침에 눈을 뜨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하죠. 게다가 그 전에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 대부분이 매니지먼트사와의 계약없이 개별활동을 시작한 것과 달리 당시 거대기획사였던 팬텀 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며 BMW 승용차를 계약선물로 받는 등 '돈 때문에 회사에 대한 의리를 저버렸다'는 이미지가 그에게 씌워진터라 여론 또한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예능과 라디오 DJ, 엠스플의 야구 캐스터, tvN '슈퍼스타K' 등으로 조금씩 기지개를 켠 김성주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MBC 파업이었습니다. 그해 있었던 런던 올림픽 중계를 시작으로 파업으로 인해 생긴 공백을 김성주가 채워나가기 시작한 것이었죠. 그간 몇몇 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 김성주에게 마음을 열지 않던 MBC가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 상황. 이러한 부분 때문에 주진우 기자가 김성주를 향해 "진짜 패고 싶다"며 혐오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선후배, 동료들의 파업으로 인해 MBC로 복귀하게 된 김성주가 당시 상황에 대한 심경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김성주는 "MBC가 어려운데 불난 집에 삼겹살 구워먹는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MBC는 아나운서 국에서 함께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AD카드 발급 직전까지도 아나운서들이 참여한다고 하면 나는 빠져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는데요. 하지만 "나는 지금 MBC에 고용된 사람이다. 이왕 중계를 맡게 됐으니 힘을 내서 잘하고 타사와의 경쟁에서 이겼으면 좋겠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기자가 언급했던 권순표 앵커와 비교하면 꽤나 상반된 모습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후 김성주는 '아빠 어디가' 등을 통해 다시금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결국 현재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2012년 MBC 파업이었던 것이구요.
일각에서는 '프리선언해서 나갈 땐 뒷담하고 방송도 못나오도록 막았으면서 뭐 파업하니까 결국 동료의식 발동되서 파업 참여하라고? 잘도 하겠다 이기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프리선언했다고 MBC에 몇 년을 못나오게 막아놓고,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 취급해놓고서 이제 와서 애사심, 선후배를 운운하는 것이 창피하지 않냐'며 김성주를 옹호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측은 사측대로, 내부 구성원들은 구성원대로 프리선언을 한 김성주를 아니꼽게 바라본 시선은 분명 존재했을 테니까요. 또한 평소 워낙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로 유명하지만, 혐오감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낸 주진우 기자의 발언이 너무 세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야 할 부분은, 공영 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파업으로 생긴 공백을 메꾼 사람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김성주였다는 점입니다. 김성주를 비롯한 대체 인력들의 투입 등 여러 요소로 인해 MBC 노조의 파업은 동력을 잃었고, 반대로 사측은 노조의 주장을 압박을 이겨내고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 있었구요. 현재의 엠빙신이 되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 MBC의 추락에 김성주가 아무런 힘을 보태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바로 그것을 원한 것이었다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오늘의 키워드
#주진우 기자 #김성주 #MBC 파업 #공영방송 정상화 #주진우 김성주 #김성주 프리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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