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진행했습니다. 정오부터 오후 1시40분까지 진행된 오늘의 '정당 초청 대화'는 본관 충무전실에서 사전 차담회를 가진 뒤 인왕실로 이동해 오찬을 이어갔는데요. 오찬 헤드 테이블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장하성 정책실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9명이 자리했습니다. 그 외에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 이용주 민주평화당 원내대변인,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 등 각당의 대변인들도 참석했죠.
이날 오찬 회동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여야가 '완전체'로 모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들러리는 서지 않겠다"며 지난해 7월과 9월 이미 두차례의 청와대 회담에 불참했기 때문이었죠. 자신이 불참한 청와대 회동을 두고 "본부중대. 1,2,3중대 불러 가지고 사단장 사열하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밥 먹는 자리에 아무런 갈 이유가 없다"고 비꼬기도 했구요. 이번 오찬 역시 ▲안보문제 국한 ▲실질적 논의 보장 ▲원내 교섭단체만 참석 등의 조건을 걸고 나섰구요. 하지만 청와대가 "이미 4당 대표들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며 불가 의사를 밝혔고, "안보 문제의 엄중함을 감안했다"며 돌연 참석 의사를 밝혔습니다. 참 밥 한끼 먹자는데 말이 많았죠 그동안. 오히려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야당과도 공유를 하겠다는 건데.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정상회담 성공 개최를 위한 여야의 대승적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또한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방북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특별사절단 성과를 여야 대표들에게 직접 설명하기도 했죠. 또한 비공개 자리에선 야당 대표들이 주요 안보문제에 대한 질의를 하고 문 대통령과 정 실장이 답을 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오찬 초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회동에 처음 참석한 홍준표 대표를 환영하는 뜻을 밝히며 대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공개 발언에서 "대통령께서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전철은 이번에는 밟지 마시기를 부탁하려고 왔다"고 언급한 홍준표 대표가 본격적으로 공세적 질문을 쏟아내며 분위기가 달아올랐죠. 홍준표 대표는 정의용 실장이 방북 결과 보고를 끝내자마자 "어느 쪽이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요구했느냐", "한미 훈련 무력화 및 지방선거용으로 4월 말 정상회담을 택하지 않았느냐", "9·19 합의 당시에는 핵 폐기 로드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불러준 대로 써온 것 아니냐" 등 질문을 쏟아냈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의 시간벌기용 회담으로 판명된다면 정말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고 묻고, 문 대통령은 "그렇다면 홍 대표께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맞받자 홍 대표가 다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해 가진 대통령께서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묻는 등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날 오찬 회동에 앞서 진행된 차담회 자리에서 홍준표 대표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안희정이 그렇게 되냐. 무섭다"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관련 사태를 꺼냈습니다. 그리곤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임 실장은 미투에도 이렇게 무사하네"라고 말을 건넸다고 하죠. 이에 임종석 실장은 "대표님도 무사하신데 저야~"라고 받아치는 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이후에도 홍준표 대표의 입은 방정을 이어갔는데요. 갑자기 "밖에서는 안희정 사건이 딱 터지니까 제일 먼저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소문이 이미 다 퍼졌다"라며 헛소리를 시전하자 임종석 실장은 "설마요"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홍준표의 말인즉슨 안희정 사태가 자발적인 미투 운동의 일환이 아니라 여권 내 권력투쟁의 결과물이라는 소리인 것이죠. 이후에도 홍준표 대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악수를 하면서 "여성들과 악수 잘 안한다"며 입방정을 이어갔죠. 오찬 회동 이후 홍준표 대표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홍준표 대표는 "농담으로 그런 거다"고 해명했고, 장제원 대변인 역시 "제가 보기에도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상식선에서 입 밖으로 튀어나와도 될 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했나봐요. 확실히 제1야당 영수의 품격과는 거리가 먼 듯 합니다. 게다가 이정미 대표와 악수를 하면서 "여성들과 악수 잘 안한다"니. 그럼 악수하는 이정미 대표는 뭐가 되는건지.. 아, 홍준표 대표는 어제인 6일에도 자유한국당 제1회 여성대회에 참석, "미투 운동이 처음 시작될 때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에 덮어씌우기 위한 출발로 봤는데, 전개 과정을 보니 죄다 좌파진영 사람"이라며 "이제는 나도 누명을 벗었기 때문에 (미투 운동을) 좀 더 가열차게 해서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하여간 생각이란 걸 도무지 하지 않는 홍준표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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