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앞두고 내세울 후보가 없는 자유한국당 '사람이 먼저인데...'
미투 운동의 폭풍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69.2%,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51.5%(리얼미터, 3/12~14)로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뭄과 같은 인재난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이 측은할 정도입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사퇴와 '안희정의 친구'를 내세웠던 박수현 전 청와대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의 사퇴 등 자유한국당에게 호재로 작용될 것 같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도통 자유한국당으로 향할 생각을 하질 않네요.
정치의 흐름을 살펴보면, 되는 집은 더욱 잘되고 안되는 집은 더욱 안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미투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과거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소속으로 서초구청장을 지낸 진익철 전 구청장이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을 벌이는 등 공천을 받아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을 이름 앞에 달기 위한 이들의 각축전이 치열합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당원 1호였던 박근혜 씨가 대통령에서 파면당하고,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끊임없이 하락세를 걸어오고 있는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은 민주당에 대항해 내세울 후보가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죠. 사실 인재난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는 그 정체성마저 애매모호하게 된 바른미래당이 더 심각하지만, 지난 정권의 집권세력이자 제1야당인 자유당에 비할 것은 아니죠.
홍준표 자유당 대표는 올해 1월 있었던 신년기자회견 당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사냥개(검찰)를 내세워 전국적으로 한국당 후보가 될 만 한 분들을 내사·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검찰을 싸잡아 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부연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하는 사람은 업체가 세무조사를 당할 우려가 있어 입당을 주저하고 있다"며 아무말대잔치를 벌이는 것도 잊지 않았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경기도지사를 시작으로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에 들어간 가운데, 자유당은 도덕성과 청렴성에 관련한 중대한 흠결이 발견되면 공천 취소 결정에 승복한다는 이른바 '미투 서약서'를 받는 등 어떻해서든 현재 민주당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미투'를 최대한 활용해 보려는 속내가 엿보입니다.
박원순의 대항마 자임하고 나선 이석연 변호사, 2011년의 설욕을 위하여!
그런 가운데 자유당이 이석연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것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오랜만에 자유당측 인사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석연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유당으로부터 정식 요청을 받았다. 가장 큰 명분은 합리적인 중도 보수세력의 복원"이라며 출마를 고민하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석연 변호사는 법제처 사무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냈고 제4대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 사무총장,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지내는 등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입니다. 지난 2004년에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 헌법소원을 제기해 승소로 이끌었고, MB정부 시절 초대 법제처장을 지냈던 인물이죠.
이석연 변호사는 애시당초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염두해 두고 있던 탓인지 상당히 공격적인 태도로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자유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정한 현행 헌법에 따라 당선된 문 대통령은 새로운 헌정 질서를 수립해야 할 과도기적 성격의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며 "현행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미 촛불집회를 이끈 국민에 의해 거부된 구(舊)체제다. 5년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면 국민이 타파 대상으로 삼은 구체제의 혜택을 모두 누리겠다는 것으로, 촛불집회 정신과 맞지 않다"는 논리로 "과도기적 상황에 있는 문 대통령의 임기는 새 헌법의 확정과 더불어 반드시 단축돼야 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이 어떻게 가고 있나. 처음에는 아니라고 하더니 30%의 진보·좌파 정부가 됐다. 여론에 의한 독재, 그리고 지지율 독재인데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사실상 독재자로 규정하는 한편 "우리 사회가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진보로 치우쳐 있다 보니 합리적인 중도 보수·우파 진영이 설 자리가 없다. 중도 보수·우파는 어떤 식으로든 재건돼야 한다. 내가 역할을 할 생각이 있다"며 자신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보수 진영의 재건에 의의를 두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죠. 뭐...69.2%의 지지율을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까는 용기. 용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개가 있어 보입니다. 보수 진영 재건의 용역 정도로는 쓰임 받을 수 있겠네요.
자유당에서는 이석연 변호사의 이러한 반응에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14일 자유당 서울시장 후보자 면접에는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만 참여한 상태인데요. 자유당 관계자는 "만약 이석연 변호사가 출마 결정만 한다면 바로 전략공천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홍준표 대표 역시 "빅 매치가 될 것"이라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죠. 현재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거론될 만큼 '거물'이 되었지만, 두 사람은 함께 경실련에서 활동한 것을 비롯해 참여연대의 박원순, 경실련의 이석연이라 불리며 양대 시민단체의 핵심인물이었죠.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치권에 데뷔한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범여권 단일 후보로 출마를 준비했지만,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출마 선언 14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던 과거도 있구요. 아, 홍준표 대표가 이에 대해서 "당시 청와대 모 수석이 이석연 변호사에게 사실상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아무튼 현재로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승인 셈.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이석연 변호사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기정사실화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바른미래당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3선에 도전할 경우 무척이나 재밌는 그림이 연출될 것 같습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50%의 지지율을 보였던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와, 고작 4%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에게서 '아름다운 양보'를 받은 박원순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그리고 본게임을 뛰지 않았던 중도포기자 이석연 변호사. "여론조사는 트로이목마"라며 "얼마든지 지지율을 반전시킬 자신감"이 있다고 큰소리를 친 이석연 변호사의 선전을 기대해보겠습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이 2011년 당시의 모습과 무척이나 흡사해보여 좀 안타깝네요. '여 나경원-이석연 '빅매치' 가능할까' '시장후보도 못 내놓는 한나라당' '구원투수 이석연의 등판'... 당시 기사제목들입니다. 여하튼, 이석연 변호사 화이팅 한 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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