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 레드벨벳까지!
4월말 판문점에서 예정되어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될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함께 보내 서울과 강릉에서 특별 공연을 펼친 바 있죠. 얼마 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으로 이루어진 대북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역시 남측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의 평양 방문을 요청했습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작곡가 겸 가수인 윤상 용인대 실용음악과 교수를 예술단 음악감독으로 선임하고, 오늘(20일) 10시부터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윤상 음악감독, 박형일 통일부 국장, 박진원 청와대 통일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실무접촉에 나섰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지난 1월 방남한 바 있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해 김순호 행정부단장, 안정호 무대감독이 나왔죠.
실무협의가 끝난 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는 이에 대한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윤상이 통일부 단상에서 브리핑을 하게 되다니... 발표에 따르면 이번 평양 공연을 위해 구성될 예술단 규모는 160여 명이며, 오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평양을 방문, 동평양대극장과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4월 1일과 3일(잠정적) 공연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북측은 남측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며, 남은 실무적 사안들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구요. 무대 조건과 필요한 설비, 기재 설치 등을 위해 남측 사전점검단이 22~24일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평양 공연의 음악감독은 당초 계획대로 윤상이 맡으며, 무대에 서게 될 대중음악 가수로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 걸그룹 레드벨벳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국민가수부터 시작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K-Pop 아이돌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출연진을 꾸린 것인데요. 평양 공연이 확정된 이들은 모두 "뜻 깊은 공연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이돌 중에서 유일하게 참여가 결정된 레드벨벳을 두고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하긴 합니다. 때마침 레드벨벳의 지난해 히트곡 제목이 '빨간맛'인지라 그 노래 때문에 북한가는 것이냐는 농담까지 나오는데요. 제 생각으로는 방탄소년단, 엑소 같은 남성 아이돌 그룹도 한 팀 정도 포함되고, 트와이스와 아이유 등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트와이스의 경우는 멤버들 국적이 다른 문제도 있을 듯 하고.. 뭐 윤상 음악감독을 비롯해 실무진들이 어련히 알아서 구성했겠어요. 아무래도 북한 주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이 아닐까요? 너무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한 퍼포먼스 등을 보여줬을 때 그들이 받을 컬쳐쇼크가...ㅎㅎ 그래도 아이유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아이유 정도라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무대에 섰던 볼빨간사춘기의 안지영이나 이번에 포함된 알리에 비해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진 않아서요.
역대 방북 공연의 역사, '아모르 파티' 트로트 가수 김연자 무려 5차례 공연!
말이 나온 김에 그동안 평양에서 열렸던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좀 살펴볼까요? 남한 예술단 및 예술인의 방북 공연은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 당시 김정구, 김희갑, 하춘화 등 당대 인기 가수들이 대거 참여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90년에 서울전통음악연주단 17명이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통일음악회에 참가했고, 1998년에는 평양 봉화예술극장과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리틀엔젤스 합창단이 공연을 했죠. 그해 11월 윤이상통일음악회에 남한 연주단이 참가하기도 했구요.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 이후 남북간의 교류가 빈번해짐에 따라 문화예술계의 교류가 민간으로 확장되었는데요. 패티김, 태진아, 최진희, 설운도, 젝스키스, 핑클 등이 참여한 '2000년 평화친선음악제'와 안치환, 김종환 등이 북한의 유명가수인 전혜영, 리경숙, 리분희 등과 합동공연을 한 '민족통일 음악제'가 1999년 12월에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엔카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연자는 2001년 평양시 청년중앙회관과 함흥대극장에서 각각 1차례씩, 2002년엔 김일성 90회 생일 행사와 관련해 4.25문화회관, 봉화예술극장, 만수대예술극장 등 평양에서만 3차례에 걸친 단독 공연을 했죠.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김연자의 열렬한 팬이라죠? 그 외에도 2002년 동평양대극장에서 있었던 'MBC 평양 특별공연'에는 이미자, 최진희, 윤도현밴드, 테너 임웅균 등이 참여했고, 2003년 '류경 정주영 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에는 베이비복스, 신화, 조영남, 이선희, 설운도, 바리톤 김동규 등이 출연했습니다. 2005년엔 '가왕' 조용필이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단독 공연을 했구요. 아, 2000년에 서울에서 KBS교향악단과 조선국립교향악단이 합동 연주회를 개최한 것에 답례 형식으로 2002년에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추석맞이 합동연주회'를 펼친 적도 있군요.
이렇듯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빈번했던 문화교류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완전히 단절되기에 이르었습니다.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이 2012년 프랑스 파리의 살르 플레옐에서 첫 해외 공연을 개최했을 당시 2부를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동으로 공연한 정도? 하지만 이는 남북 차원의 교류라기보단 은하수 관현악단의 해외 공연에 따른 정명훈 개인적인 참여였죠. 정명훈의 이름이 거론되서 생각난건데, 이번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정명훈이 포함되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습니다. 이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에서 정명훈에게 평양 공연 참가 요청을 했고, 정명훈 역시 "뜻깊은 일에 힘을 보태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이라고 하지만 각종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며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사임하고 한국을 떠난 상태죠. 심지어 그의 부인인 구순열 씨는 서울시향 단장 성추행 조작 사건 경찰 수사 도중 해외로 도망가 기소중지로 수사가 마무리되고 범죄 혐의자에게 적용되는 '입국 시 통보' 조치가 내려져 있죠. 현재도 연주를 위해 한국에 들어와 꾸준히 지휘봉을 잡곤 있지만, 이런 국가적인 행사에서까지 정명훈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네요.
불과 1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측이 북한에 보여줄 공연이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멋진 무대 기대해보기로 하죠!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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