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원색적으로 모욕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에 대해 경찰 조직 전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인 김기현 현시장 측근의 비리를 포착,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김기현 시장의 동생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중에 있습니다. 또한 울산중부경찰서는 지난 21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일행의 항공기 탑승과 관련,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등을 수사 중이죠.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19일 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자유한국당 소속 울산지역 국회의원들이 21일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한편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았다.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정권과 유착해 20세기 권위주의 정권의 서슬 퍼런 공안정국을 만들고 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며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로 표현했습니다.
저련 표현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경찰 일선 현장에서는 "장제원 의원의 발언에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며 장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많은 경찰들이 내부망 또는 SNS를 통해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사진을 올렸는데요. 이 피켓에는 '돼지 눈으로 세상을 보면 돼지로 보이고,부처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는 뜻의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이라는 무학대사의 말이 함께 적혀 있었죠. 정확히는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矣)'죠.
뿐만 아니라 한 경찰관은 "국민 여러분은 지금껏 경찰관이 아닌 미친개한테 보호받고 있었고, 자유한국당은 그런 미친개한테 여러분의 안위를 맡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전국 14만의 경찰들에게 모욕감과 수치스러움을 안겨 준 자유한국당을 대신하여 고개숙여 사죄 드린다"고 장제원 의원의 발언을 비꼬았고, 또 다른 경찰관은 "전직 대통령을 영어의 몸으로 만들어 놓은 당신들도 한 몸통으로 정말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꼴 당하기 싫으면 당장 무릎끓고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전국 경찰관 온라인 모임인 폴네티앙이 23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역시 "장 의원 지역구를 포함해 이 나라 곳곳에는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장 의원의 눈에는 함부로 대해도 좋은 하찮은 존재로 보인 모양"이라며 "우리는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으며 경찰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주권자"라고 강조한 뒤 자유한국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적법한 경찰 수사를 흔들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훼손하려는 언행을 삼가해달라"고 촉구했죠.
한편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우리당의 대선공약은 개헌 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영장 청구로 검경을 대등 관계의 수사기관으로 하기로 당론을 정했었다"고 언급한 뒤 "최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당 후보들에 대한 야당 탄압 식 내사와 수사, 최근 울산경찰청장의 '이기붕 말기 행태'를 보니 경찰에게 그런 권한을 주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고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검찰과 경찰이 대등 관계의 수사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 검경수사권 조정 당론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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