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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노량진 근처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주민입니다. 평소엔 커피를 안마시고 가끔 여사친들과 만날 때나 카페를 가는데요. 특히나 노량진에서는 카페를 잘 가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을 수 차례 경험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 중에서도 베스트 에피소드. 점심 이후, 저녁 전 시간대였습니다. 전 프리랜서인지라 낮에 시간이 자유로워 이런저런 근황 토크도 할겸 대화를 나누려고 지인들과 카페에서 약속을 하고 만났죠.
일단 전 평소에도 말을 크게 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리고 워낙 음대에서 교수님, 선배들과 함께 티타임을 많이 가져서 그런진 몰라도 인원이 많이 모였을 때 역시 조근조근 말하는 타입인데요. 얘기가 한참 무르익고 있는데, 한 여성분이 지나가면서 냅킨 한 장을 주고 가시더군요. 무언가 적혀 있었는데, 같이 있던 여사친은 지가 더 흥분해서 "모야모야"하며 얼른 읽어보라고 '작은 소리로' 재촉했습니다.
전 '여사친이랑 같이 있는데 설마 고백은 아니겠지'싶으면서도 내심 궁금해서 냅킨에 써있는 내용을 읽어봤는데요. 이렇게 적혀있더군요. "말소리가 시끄러워서 공부에 방해가 되요.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제가 말소리를 크게 냈다면 충분히
수긍하고 시정했을텐데요. 정말 너무 억울해서 그 여자한테 따지려고 다가갔습니다. 제가 또 인격수양이 덜 되서 참고 넘어가질 못하거든요.
전 이번에도 역시 작은 소리로 "저기요, 제 목소리가 컸으면 얼마나 컸다고 저런 쪽지를 남기세요?"라고 항변을 했죠. 그러자 제게 쪽지를 주고 간 여성 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 여기서 그렇게 오랫동안 대화 나누면서 떠들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래요? 다들 공부하는 거 안 보이세요? 방해되잖아요" ..............................................................
드라마 속 "나 여자 칠 수 있다"라는 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성질이 있는대로 뻗쳐서 폭발하려던 차에 함께 있던 친구가 제 성격을 아는지라 억지로 끌고 나와서 한참을 씩씩대고 있었죠. 제가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을 늘어놨던 이유. 바로 스타벅스 노량진점입니다. 노량진은 워낙 유동인구가 많아서 상당히 큰 상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스타벅스가 생겨도 옛날 옛적에 생겼어야 맞죠. 하지만 유독 스타벅스는 노량진에 입점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주제로 대화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 이유로 단 한 가지를 지목할 겁니다. 바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전 개인적으로 카공족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경멸하는 수준으로. 물론 카페에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습니다. 매장 내에 여유도 있고 하면 메뉴 주문하고 기분 전환 겸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죠. 하지만 전 노량진에서 4인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노트북이며 책이며 펼쳐 놓고, 여러 층인 할리스에서는 가방으로 자리 맡아놓고 한참을 비워뒀다 오는 경우를 본 적도 있습니다. 어쩌다 누군가 웃음소리가 좀 컸다 싶으면 여지없이 쏟아지는 카공족들의 날카로운 눈빛 레이저. 심지어 2시 반에 일을 나갈 때 앉아있던 걸 지나가면서 봤는데 8시 반 퇴근하며 지나갈 때도 그대로 있더군요. 물론 모든 카공족들이 그렇지 않겠죠. 하지만 유난히 노량진에는 그런 '무개념 상또라이 미친' 카공족들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아요. 오랜 기간 거주하며 지켜본 지역 주민의 판단입니다.
그런데 지난 12일, 스타벅스가 2층 규모로 드디어 노량진에 입성을 했습니다. 전 입점이 알려졌을 때부터 '스타벅스가 노량진 카공족들과 결전을 벌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들어오겠지'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스타벅스 노량진역점 내부 인테리어를 두고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매장과 비교했을 때 테이블 높이가 낮다' '의자 등받이도 없고 낮아서 불편하다' '콘센트가 없다' 등등. 역시 불만을 쏟아내는 이들은 노량진의 공시생 중 카공족들이 대부분. 이들은 "스타벅스가 공시생들이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한 것 같다"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이러한 불만에 무척이나 어이없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타벅스한테 독서실 차려달라고 생떼쓰는 걸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는 공공기관이 아닙니다.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러려면 테이블 회전이 되야 합니다. 당연히 자신들의 노하우를 발휘해 소비자의 행동을 유도하겠죠. 넛지 효과라고 하죠? 사실 노량진역점만 특이한 것도 딱히 없습니다. 다른 스타벅스를 가도 낮은 테이블과 의자는 흔히 볼 수 있어요. 독서실에 쳐박혀서 900원짜리 커피만 마시느라 스타벅스를 안가봐서 환상이 있나 진짜.. 콘센트가 적은 건 사실입니다. 전체 좌석 100석 규모에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콘센트는 단 4개 뿐이라는데요. 전 정말 찬성입니다. 노량진역점 측에서 카공족들 불만에 밀려 절대 늘리지 않았으면 해요.
물론 스타벅스 측에서는 "공무원 준비생들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시설을 달리 꾸민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 개점 초기라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고객 불만을 듣고 고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보편적 정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했을 때 대략 이 정도 있으면 적당하다 싶은 적정선.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그 적정선은 좀 지켰으면 하네요.
커피 한잔 시켜놓고 몇 시간 동안 죽 치고 앉아있는 카공족들 때문에 업주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카페를 이용하려는 다른 사람들도 이들 때문에 발길을 되돌려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겨요. 전 개인적으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진상을 부리는 엄마들에게만 '맘충'이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이렇게 카페에서 진상을 떠는 카공족에게도 '카공충'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정말 너무 싫어요.
"허리가 끊어질 듯 불편한 의자, 공무원 준비생들을 배려하지 않은 공간 배치" 같은 소리 집어치우시고, 독서실에다가나 시디즈 의자 갖다 놓고 공시생 배려해달라고 하세요. 스타벅스 독서실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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