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오늘(8일) 참모진 개편을 단행하며 제2기 비서실을 출범시켰습니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노영민 주중대사가 임명됐고, 한병도 정무수석의 후임에는 강기전 전 의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후임에는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임명되었습니다. 정계와 언론에서는 이번 비서실 개편을 두고 오늘로 정확히 임기의 1/3이 지나는 시점에서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변화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먼저 새로이 비서실장에 임명된 노영민 비서실장은 3선 의원을 지낸 '원조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었구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주중대사로 부임하여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경색되어 있던 한중 관계에서도 통화 스와프 연장을 비롯하여 2017년 12월 방중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중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죠. 중국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인사로서 노영민 대사를 각별히 대우하기도 했구요.
신임 정무수석에 임명된 강기정 정무수석 역시 3선 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문 인사입니다. 전남대 재학 시절인 1985년 삼민투 위원장을 지내며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 등에 참여한 학생운동가 출신 정치인입니다.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당시 20대 총선 컷오프 통보를 받은 직후 연설을 하게 되었는데, 연단에서 눈물을 흘린 것을 비롯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눈길을 끌기도 했죠. 그간 전병헌 초대 정무수석 사퇴 이후 후임으로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린 것을 비롯해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경선에 출마했으나 탈락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윤도한 신임 국민소통수석. 윤도한 소통수석은 MBC에서만 33년동안 근무한 방송 기자 출신입니다. 1987년 MBC 노동조합 결성 당시 멤버였으며, 손석희 JTBC 사장과 함께 MBC 노조 2기 집행부를 이끌기도 했죠. 시청자들에게는 2006년부터 시사 프로그램 '뉴스 후'를 진행하며 얼굴을 알렸구요. 김재철-김장겸 사장 체제에서는 현업 배제의 일환으로 심의실에 발령받았다가 김장겸 전 사장 해임 후 지난해 MBC 사장 공모에 지원하기도 했고, 탈락 후 논설위원으로서 '100분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각각의 약점이 존재하긴 합니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국회의원으로 산자위 위원장이던 시절 산자위 산하 공기업에 자신의 시집 판매를 위해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가짜 영수증을 발행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노 의원실에 단말기를 빌려줬던 업체는 여신금융전문업법 제19조 5항을 위배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됐었죠. 강기정 정무수석은 2009년 7월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강승규 의원의 보좌관을 때린 행위 등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2010년 말 4대강 예산안 날치기 시도 당시에는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쌍방 폭력을 벌였습니다. 또한 이 당시 곁에 있던 국회 경위의 얼굴을 폭행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경우 지난해 12월 31일 MBC에서 명예퇴직을 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청와대에 온 것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 언론인이 정치 행위자로 직행하는 것에 대해 현역 언론인들의 진정성을 퇴색시키는 일이라는 비판이 있죠.
청와대 내부 기강 해이 논란 등으로 야당에게 사퇴 압력을 받아온 조국 민정수석은 유임되었습니다. 조국 수석의 유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 등의 적임자로 조국 수석을 여전히 신임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인물들을 중심으로 비서관 교체가 이루어졌는데요. 권혁기 춘추관장 후임에는 유송화 현 제2부속비서관이, 기존 제2부속비서관 자리에는 신지연 현 해외언론비서관이 보직 이동을 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백원우 민정비서관, 송인배 정무비서관,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정태호 일자리수석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뭐 언제나 그렇듯 야당과 보수 언론에서는 이번 비서진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은 "야당에 대한 전쟁 선포"라며 강력히 반발했는데요. 나경원 원내대표와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 정권은 나라의 이익도 관심 없고 오로지 정권의 이익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반영한 인사"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 오르내리는 면면이 최측근 일색이고 친문 중심" 등으로 혹평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소위 '친문의 귀환'이 왜 문제가 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결국 모두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들인데, 비서는 자신이 수행하는 수장과 뜻이 잘 맞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결국 이번 비서진 개편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흐트러질 수 있는 여권 내 분위기를 다잡고, 정책성과를 내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비서실 개편 이후 개각 인선에도 착수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설 전후로 개각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개각 대상으로는 김부겸(행정안전부)·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김현미(국토교통부)·김영춘(해양수산부)·홍종학(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내년 총선에 출마할 정치인 출신을 비롯해 조명균(통일부)·강경화(외교부)·박상기(법무부)·유영민(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초대 장관으로서 재임 1년 반을 넘겨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처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개각 폭은 최대 10개 안팎으로 대폭 개각의 가능성도 회자되고 있지만, 반대로 청문회 정국에 대한 부담과 공무원 조직 안정성 유지 차워에서 중폭 혹은 소폭에 그칠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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